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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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온 세상이 ‘사랑’을 믿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여자에게 중요한 건 사랑이지. 너는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해. 여기서 의미하는 사랑은 결혼과 연애를 의미한다. 특히 여성의 삶에서 사랑은 핵심개념이었다. 사랑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핵심개념은 아니다. 연애나 결혼 없이도 여성은 자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연애 시대의 종말이다. <연애 시대의 종말>은 19-20세기 문학에서 나타나는 사랑에 관한 에세이다. 시대적 배경 상 사랑은 연애와 결혼을 수반하는데 이는 단순한 관게 맺기가 아니다. 이 시대의 여성은 자유로운 연애나 성적열정, 사회 참여가 불가능했기에 결혼은 자유,행복,사회적 성취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였다. 본문에서는 작가의 삶이나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망한 결혼’의 사례가 잔뜩 등장한다. 슬프게도 여성쪽이 비참한 사례들이 많지만 주목할 포인트는 여성이 얼마나 불행한지가 아니다. 분명 필수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믿음이 어째서 점점 약화되는지에 주목한다. 자아실현을 위한 결혼은 왜 자아의 포기가 되었는지, ‘잘한’ 결혼과 성적 열정에도 나의 자아가 완성되지 않는지 문학을 통해 보여준다. 19-20세기의 소설의 사례들을 지나, 여성해방운동을 경험하고 성적 자율성을 가진 오늘날의 여성들은 결혼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아님을 안다. 사랑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고닉의 표현대로 사랑을 은유로 사용하는 것은 향수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이 책은 97년에 출간되었기에 현대의 가치관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랑을 부정하는 냉소적인 책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신의 자아보다 사랑이 먼저인 여성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한 번 믿어보려 한다. 같은 실수를 전세계에서 항상 반복한다. 사랑하고 잘못 사랑하고, 다시 사랑하고 다시 잘못 사랑한다.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사랑으로 자아를 대체하지 말자. 사랑은 네가 아니다. 사랑하기 전에도, 잘못 사랑하고 나서도, 다시 사랑을 시작할때에도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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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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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1권 끝에 적힌 타라의 숫자는 #366이었다. 여전히 뒤틀린 시간 속에 있었다.


 매일 11월 18일이 반복되는 삶에서 괴로운 것은 반복 자체가 아니라 타라 자신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토마스와의 경험들도 날짜가 바뀌면 타라의 기억 속에만 남는다. 그렇다면 행복했던 경험들은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책을 읽기 전 궁금한 나머지 인터넷서점의 상세 페이지를 집중해서 읽었다. ‘사랑과 연결성, 존재의 의미에 대한 명상’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시간이 반복된다는 소재는 타임루프의 탈출이라는 주제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시간이 뒤틀림을 알았을 때 개인의 감정에 집중한다.


 타라와 토마스는 늘 한 쌍이었지만 타라의 시간은 부서졌고 토마스의 시간은 흘러간다. 타라가 시간의 결함을 공유하려 할수록 토마스의 불안이 커졌고, 함께였던 시간선은 2개로 분리되었다. 결국 타라는 같은 시간선을 공유하기 위해 토마스의 시간선 속에 숨은 존재가 된다. 교감하지 못하고 관찰만 할 수 있는 상태, 이러한 연결상태도 사랑인지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연결성 외 존재의 의미도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이 반복되고 채워지지만 타라가 먹은 음식들은 채워지지 않고 소멸된다. 타라는 자신을 갉아먹는 괴물로 여겨 집과 먼 곳을 돌아가면서 장을 본다.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을 일상에서 숨긴다. 타라는 자신을 세상을 삼켜버리는 시간에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


 연결되지 않는 사랑과 인식되지 못하는 시간 속 나의 존재 자체를 생각하게 한다. 일기 형식을 통해 개인의 감정의 변화가 여과없이 느껴지는 와중에 문장들이 정말 좋았다. 충격적인 상황에 비해 상당히 덤덤한 문장이지만 고독함이 배어나온다. 좋았던 고독의 문장들을 통으로 노트에 옮겨놓고 싶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라는 제목도 생각해보았는데, 우리가 시간을 선으로 표현하는 것에 비해 타라의 시간은 선이 반복된다. 같은 길이의 반복된 시간은 위로 쌓여 깊어진다. 제목은 나아가지 못하고 깊어진 시간을 알기 위해 부피를 계산한다고 표현한 것 같다.


 SF소설임에도 철학적인 부분들과 문장들이 너무나 취향이었고, 타라의 시간이 부피가 아니라 길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얼른 2권으로 넘어가야겠다.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국제부커상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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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꼭대기를 여행하다 - 대만에서 미국까지, 수관층 생태학자의 일곱 나무 이야기
란융샹 지음, 강영희 옮김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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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협찬



우선 이 책을 국내에 들여와 한국어판을 출간한 사계절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은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읽는다. 이런 책은 정말로 귀하다. 이 책은 나무의 꼭대기 부분 수관층을 연구한 대만의 여성 생태학자의 20년간의 연구를 담은 기록이다. 수관층 연구는 연구자가 소수인 분야로 학술도서가 아닌 일반 도서로 출판해주지 않으면 나 같은 사람은 평생 존재조차 모르게 된다. 저자 란융샹이 직접 수많은 나무를 오르내리며 진행한 연구 자료들이 가득 들어있다. 로프를 사용해서 나무에 오르는 방법과 장비들부터 시작해 연구를 진행했던 7가지 나무들을 소개한다. 각 장에서는 나무의 특징과 고화질 컬러 사진자료가 가득한데, 전문용어에 대한 주석도 충분하다. 단순한 각 나무의 소개만 담은 것이 아니라 기후에 따른 진화와 지의류, 이끼 그리고 고사된 나무가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까지 전반적인 숲의 생애를 다룬다. 안개가 가득한 곳의 나무는 아침에 생리활동을 몰아서 하고 안개가 낀 오후에는 기공을 닫고 수분을 보충한다. 산불이 나서 겉부분이 타도 버텨내고 새 잎을 피우는 나무들은 의외로 딱따구리가 낸 구멍에 침투한 균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저자는 대만의 삼림에서 연구 후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데 대만-미국의 연구를 이어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환경에 따라 균에 대한 적응력이 다른 것과 같이 나무 자체의 특성도 신기하다. 그러나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동서양의 의식 차이였다. 동양은 ‘신성한 나무’라는 개념이 있지만 서양은 나무를 수단이나 도구로 본다. 미국 학부 수업을 할 때 숲이 도구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도 의미 있는 개념이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꽤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또 자연을 함부로 의인화 하지 않을 것을 강조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피톤치드는 자연의 선물이 아니라 해충과 싸우기 위해 내뿜은 방어 물질이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편견임을 일깨워주었다. 이 책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수많은 사진과 그림자료, 학술적 내용을 풀어서 설명한 시도를 한 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개념과 방법론적인 내용을 넘어서 자연과 생태에 관한 인식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속된말로 저자의 덕후력이 보여서 읽는 사람까지 즐겁다. 진심으로 나무를 사랑하는게 느껴진다. 평생 몰랐을 내용이자 누군가 인생의 절반을 바쳐 연구한 내용을 사진까지 포함하여 편하게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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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영혼의 왈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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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지식과 기술의 발달에도 문명은 왜 실패를 반복할까? 전생을 넘나들며 종말을 막기 위한 외제니의 여정은 문명의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을 포함한다. 극단적 이데올로기,기후위기,혐오와 차별 등 실패가 진행중인 문명에 살고있는 우리들도 <영혼의 왈츠>를 통해 해답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물론 유전과 카르마는 내려놓고 50%의 자유의지만을 쥐고 떠나는 여정이다. <영혼의 왈츠>의 악역은 종말을 일으키는 몽매주의 세력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식을 축적했기에 여기서 몽매주의는 단순한 무지나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인간의 본능은 두려움의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외부에서 찾고 싶어하고, 혼란 상황에서 질서와 지도자를 통해 불안을 해결하려 한다. 몽매주의는 문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위임하려는 태도이다. 책임 회피의 욕망은 극단주의 정치로 이어진다. 극좌와 극우는 정반대의 이념을 지향하지만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판단을 위임하라는 주장은 같다.대중은 자유의지를 잃고 극좌와 극우가 한 편이 되는 이유이다. 베르나르의 세계관에서 몽매주의는 인류의 멸망을 야기할 원인으로, 책이나 지식은 인류를 구하는 도구로 표현된다. 지식 그 자체는 선한 것이지만 지식을 소유한 자가 선하지 않을 수 있다.이데올로기의 잘못된 주입,낙인찍기,통제하기 처럼 지식은 억압의 도구로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영혼의 왈츠>에서 말하는 문명의 실패 원인은 자유의지를 잃고 몽매주의에의 탑승과 발전한 지식을 윤리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작품 속에서 중간에 노선을 바꾸는 인물이 있다. 이 인물은 실수를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영혼의 왈츠>는 이 인물을 통해 ‘빛의 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옳다가 아니라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의 판단에 책임을 지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러한 태도는 실수(문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되고, 정신적 성장(6점에 가까운 영혼의 성장)을 이끌어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영혼의 왈츠>는 전생 체험을 통해 종말을 막는 큰 틀을 보여주지만 사실상 우리에게 인류 문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해주는 안내이다. 전생체험으로 과거의 사례들을,천사와의 만남은 각 사례에 따른 결과 즉,각 생의 미래를 보여준다. 인물들의 이념 대립과 해소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대변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다음 생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면 답은 정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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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은 일할수록 불리해질까? - 직장에서 반복되는 네 가지 편견
조앤 C. 윌리엄스.레이첼 뎀시 지음, 박다솜 옮김 / 이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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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편견들은 우리가 일터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성과를 내도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받고, 잘하다가도 한 번만 실패하면 ‘저 여자는 자질이 없어’라는 낙인이 찍힌다. 부드럽게 조율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면 업계에서 살아남기에 너무 나약한 사람이 되고, 반대로 적극적으로 나서면 ‘독한 여자’로 불린다. 여성이 어머니가 되면 직업의 세계에서 너무 쉽게 밀려나곤 한다. 그렇다고 자녀가 없는 여성은 편견에서 자유로운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흔히 이런 상황을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치부하지만, 사실 이는 아주 오랫동안 작동해 온 구조적인 편견이다. 이 책은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계속되는 증명 요구,남성적-여성적 특성 사이에서의 외줄타기,모성 장벽,분열된 여성들 사이의 힘겨루기. 이렇게 4가지 편견을 낱낱이 파헤치고, 당장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대응 방안들을 제시하는 실전 가이드북이다. 특히 공감했던 것은 여성이 실수를 너무 사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지적이다. 남성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외부 탓을 하거나 가볍게 털어버리지만, 여성들은 돌아와서 자신의 탓을 하며 곱씹는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남성들은 모르는 일이어도 일단 자원하지만, 여성들은 해당 분야에 박사 학위라도 있어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확신이 있어야만 입을 떼는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75% 정도의 확신만 있어도 자신 있게 의견을 낸다. 마지막으로 습관적인 사과 또한 문제다. 이는 한 단계 낮은 위치를 택하도록 훈련받은 결과로, 반드시 고쳐야 할 '저자세' 습관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딸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뛰어난 여성으로 키우기 위해 분투했다. 높은 곳의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사회를 변화시켜 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직장 내 차별을 경험한다. 하지만 딸 앞에 놓인 길을 바꾸지 못한다면, 어머니들이 부딪쳤던 벽에 우리 딸들도 똑같이 부딪칠 것임을 안다. 우리도 다음 세대를 위해 계속 벽을 깨려 노력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 단단한 유리벽을 깨뜨리기 위한 가장 강력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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