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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1
형민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프리스트를 처음 보게 된 계기는,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작년 초순이나 중순쯤으로 기억한다. 여느때와 같이 서점의 만화책코너 앞에서 볼만한 신작만화 없나... 하고 훑어보던 중, 무언가 눈에 띄는 표지가 보였다. 검은색의 바탕에 왠지 섬뜩한 느낌의 타이틀 로고와 도대체 주인공인지 악역인지 구분이 안가는 총과 칼을 든 남자의 모습. 프리스트였다.
표지를 보자마자 무언가 충격적인 느낌이 내 뒤통수를 후려쳤고, 그 전율은 후두부를 타고내려와 발바닥까지 올 정도였다. '그래, 바로 이 만화다!' 정말 표지부터 신선한 느낌이었다. 알록달록하고 예쁘고 귀여운 표지들만 봐오던(다 그런건 아니지만, 대부분 저렇지 않던가.) 나로선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이 표지가 상당히 신선했고, 즉시 카운터에 달려가 1권을 사게 되었다. 버스안에서는 읽지 못했고(예전에 원피스를 읽다가 한 정거장 지나친 슬픈 기억때문에), 집에 오자마자 미친듯이 비닐포장을 뜯고 책을 펼쳤다. 그리고 5분 뒤, 엄청나게 후회했다. 이럴수가. 내가 왜 이걸 1권만 산거지?!
정말 멋진 만화였다. 대부분 직선으로만 이루어져있고 대충 그린듯한 딱딱한 그림체는 호러물이라는 장르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멋지게 어울렸고, 영화적인 연출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처음엔 이거 국산만화가 맞나 할 정도로 놀랄 정도였으니...
프리스트의 최고 강점은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소년만화의 약점이라 할수도 있는 스토리. 하지만 프리스트는 다르다. 단순 유혈난무 만화가 될 수도 있는 이 만화를, 작가는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인상적인 성격과 과거를 넣으며 멋지고 슬픈 스토리로 만들어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신에게 실망하고, 자신의 영혼의 반을 댓가로 인간이 아닌 자가 되버린 신부, 이반 아이작. 그의 여정엔 웃음도 없고 우정도 없고 의리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한 그의 고독한 여정엔 피비린내가 그윽하고 증오만이 넘실거린다. 하지만 이런 피에 미친 주인공을 독자들이 좋아할리가 없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부정하고 자신이 인간이라 말하려 발버둥치는 '인간' 이반 아이작을 중간중간 그려내고, 그렇게 그의 괴물같은 무서움 속에 고독과 슬픔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이반 아이작은 그런 고뇌와 슬픔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그런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됐다. 작가는 '프리스트'에서 '이반 아이작'을 매개로 하여 종교에 대한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내가 알고있는 바로는), 그렇기에 더더욱 거침없고 신선한 충격의 스토리와 함께, 영화적인 연출과 여태까지 보지못했던 독특한 그림체로 대작 '프리스트'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년만화계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말이다. 나도 저런말을 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는 않겠다. 하지만 '프리스트'는 그런 나의 사고방식에 일침을 놓았고, 여태까지의 나의 좁아터진 만화 보는 눈이 넓게 트여지게 해주었다. 프리스트, 정말 우리나라 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신선하고 참신한 대작이다. 아직 보지못했 분들은 꼭 보길빈다.
우리나라 만화계에 발전과 번영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