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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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화로는 할 수 없는 말들이 생겼다. 우리 사이에 비밀이 생긴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 짧게 전달할 방도가 없었다. 이러저러한 일들. 말하기 위해서 많은 설명이 필요한 일. 설명이 필요한 관계는 더이상 친한 관계가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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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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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다음 선거에는 너희들한테도 선거권이 있어." 대흥의 설명을,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세계를 특히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끄트머리에 그렇게 덧붙여 주기도 했는데 그러면 아이의 눈 안에서 뭔가가 반짝였다. 대흥은 그 반짝임 때문에 늘 희망을 얻었다. 뒤에 오는 이들은 언제나 더 똑똑해. 이 아이들이라면 우리보다 훨씬 나을 거야.
그러니까 그 바보 같은 교과서를 막길 잘했어.
가끔 수업을 하다가 교과서의 사진들에 눈이 머물 때가 있었다. 아는 얼굴들인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 몇 번이나 마주친 얼굴인 것만………. 누군가를 알아보기에는 사진도 꿈도 너무 희미했다. 그렇게 대흥의 눈이 갈색 얼굴들에 머무는 동안에도 목소리는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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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실물로 보는 조던 건지 웬일로 온 가족이 모여 있었다. 처음 실물로 보는 슈아 장은 확실히 연예인 아우라가 있었다. 집에서도 쫄바지에 칼라 렌즈에 깃털 속눈썹이라니 대단했다. 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쫄바지 앞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점프하는 발레리노의 그 부분을 자꾸 쳐다보게 되거나, 동물원에서, 사자의 덜렁거리는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식이었다. 그런데 밋밋하고 평평했다. 이 사람은 설마 어떤 영험한 거세를 통해 영원한 젊음을 얻은 건가.
"스포츠 브라 같은 팬티를 입어요, 이이는, 스펀지가 잔뜩달린, 걱정 마세요. 안에 있을 거 다 있어요."
은영의 시선에 래디 엄마가 설명해 주었다. 안 해 주셔도되는데 말입니다. 은영과 조슈아 장이 동시에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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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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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왜 자주 숨는 걸까?
진정한 멋을 위해선 일단 자연스럽게 숨쉬는 게 중요하다. 자연스럽다‘는 ‘자유스럽다‘는 뜻을 품는다. 자유스러움보다 더 좋은 상태가 있을까? 어떤 운동이든 호흡이 중요하다. 숨을 참거나 잘못 쉬면 근육이 경직된다. 자연스러운 호흡이 없는 스트레칭은 근육에 산소 전달을 하지 못해 효과가 없다고 한다. 숨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인생을 이완시키는 것도 경직시키는 것도 숨쉬는 자세에 달려 있다. 무리하지 않고 나답게, 편안한 자세로 사는 일, 좋은 삶을 꾸리는 열쇠라고 믿는다. 미세먼지 탓에 먼 훗날, 숨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때가올지도 모르겠다. 숨쉬듯이? 그게 무슨 말이죠? 쉽지 않다는 뜻인가요?‘라고 아이들이 물어올지도 모른다. 너무 편하게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자연에 맞춰 천천히 살기로 하면 우리가 품고있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다고 난리다. 우리가 잘못하면, 자연도 자연스러움‘을 잃을 수 있다니. 왠지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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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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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현은 너무나 무해했다. 격하게 몸부림치는 죽음도 있는가 하면 정현처럼 비누장미같이 오래 거기 있는 죽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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