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고 단숨에 읽었다. 읽는 사람을 잡아 끌어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가독성이 좋고 흥미로워서 그런건 아니다. 솔직한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언젠가부터 나는 '용기있다', '대단하다'라는 말이 싫어졌다. 어쩐지 '이상하다'라는 말을 애써 용기나 대단으로 돌려 말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여성이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그 힘이 또 다른 여성인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작가가 한 말처럼 그의 서사가 담긴 이 글이 오래 살아남을거라고, 그의 이야기가 오래오래 전해질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쨌든 인간의 주변에는지네나 뱀보다는 인간이 자주 출몰한다. 그러니 각별히조심해야 할 것도 지네나 뱀보다는 인간이다.*그 외 다른 것이 있다면 내게도 알려주기 바란다.*지네도 그렇지만 돌변하는 인간에게 나는 대단히 취약하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약점을 드러내도 되나 싶을만큼 나에 대한 진실된 면 중 하나다.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 나를 뒤흔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싶다면 나에게 접근한 뒤에 어느 정도 시간을 두었다가 갑자기 돌변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는 한동안 바닥에 쳐박혀서 일어서는 것조차 못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당신은 그런 내 앞에서 한동안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어쩐지 상대를 뭉개고 승리하는 기분을 맛보고 싶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돌변하면 된다. 그러면 나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에게 했던 말을 바꾸고, 표정을 바꾸고,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마구 거짓말을 해대면 된다(사실 이런 방법을 쓰면 사람 하나는 반쯤 죽여놓을 수 있다).*내가 선뜻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어느 정도는 상대가 돌변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 중에 최악의 그것밖에 모르는 것이니. 나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인간을 이해 못 할 것은 없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여겨서 그랬다면 나는 바닥을 짚고 일어서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모든 것을 부정한 자가 그 자리에 남아서 자신이 외면한 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직접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 또 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너무 늦지 않게 알고 싶다(뒤처리 중에 자기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편리한 발법도 있기는 하다). - P73
저 감자는 정확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싹이 아니라 독이지만 저것도 성장은 성장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