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
케이드 메츠 지음, 노보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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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드 메츠, <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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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보는 입장에서는 최근 들어 비인간(이것이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표현이지만)을 주인공으로 한 글이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문학계에서 SF장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물론 있겠지만, 동시에 우리 삶에서 로봇, 인공지능, AI 등의 존재를 직접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크다.
그러한 현상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에게 <AI 메이커스>는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딥러닝의 시초부터 담고 있는 책은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해 알려주려 하는 듯했다. 물론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정답을 골라내는 것은 AI여도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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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형 작가의 책 <로봇의 자리>(2021.09, 이음 출판사)에서 쓰인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들었다. ‘(…) 대신 로봇은 우리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 정도는 될 수 있다.’
어째서 인간이 만들어낸 창작물에서 인공지능, 로봇 등은 두려움의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일까?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진 사건이 우리 사회에 불러일으킨 여파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책에서도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었다
- (…) 역시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세돌이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266쪽)
인간이 떠올리는 외계인의 모습이 흔히 인간형의 모습인 것, 안드로이드와 로봇들이 팔다리를 가진 채 이족보행을 하는 것, 인간이 되고싶어 고군분투하는 영화 속의 로봇들. 인간이 만들어낸 로봇은 인간에 가깝고 그것은, 설령 의도치 않았을지라도, 인간을 비춰보는 거울이 되고 만다. 알파고가 ‘인간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수’를 둬서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처럼, 이후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 또한 ‘로봇이라면 선택하지 않을 수’를 둬서 알파고를 이긴 것이 바로 그 예시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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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보이는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어딘가 소설적인 문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위의 알파고 등의 아는 사건이나 이름이 나오면 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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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인간을 자료 삼아 익히고, 학습해나간다. 그들은 정답을 익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말투를 익힌다. 논란이 되었던 챗봇 사건들처럼 그들의 발화 방법은 인간의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인공지능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익혀나가는 와중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러한 생각을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해서 하게 되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김영사 #케이드메츠 #AI메이커스 #인공지능전쟁의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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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 실재에 이르는 10가지 근본
프랭크 윌첵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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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윌첵, <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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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로봇을 통해 인간을 비춰보고 디스토피아를 통해 이 세계를 꿰뚫어 본 적 있다. 문학의 세계
는 비현실적이거나 현실적이고, 혹은 비현실적이어서 현실적이기도 하다. 문학이 담고 있는 세계란 그래서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꾸며내지 않은 세계가 더욱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한 적이 있다. 수학 공식, 원리나 정의 같은 아주 당연한 문장들이, 다양한 묘사와 표현을 쓴 문장보다 마음을 울릴 때가 있는 것처럼. 그러한 맥락에서 우주는 항상 동경의 공간이었다. 알 수가 없다는 점에서 그랬고, 또 같은 이유로 두렵기도 했다.
풍부하면서도 단순한 세계. 책 제목부터 왠지 내 생각을 다 들킨 것 같았고,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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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은 뒤 인상을 나누다가, 외계인과의 만남은 갓난아기를 마주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감상을 들은 적 있다. 다른 세계와의 만남은 매우 혼란스러우면서 동시에 서로의 언어를 익혀간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그 일화가 계속 떠올랐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우주라는 공간을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전문 용어로 풀어놓은 것이 정말 다른 세계의 언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추지 않기로 약속한 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싶었으며 변화를 깨닫는 순간의 환희를 알기 때문이었다.
- 높아진 기준에는 고통스러운 대가가 따른다. 순진함을 잃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그리스 철학자들이 했던 것처럼 자연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이 대가는 그리 크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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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더 잘 보인다거나, 행성의 공전주기와 우주의 구성원리를 깨닫고 순식간에 천재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 이외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의 유익함이다. 저기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존재의 원리를 알고, 그것을 이해하려 드는 시도. 이 노력은 아직 멀기만 한 학문과 내 사이의 간극을 점차 좁혀줄 것이고, 나아가 학문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내게 가까워질 것이다.
- 과학은 물리적 실재 전체에 비해 인간의 자연적인 지각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드러낸다. 과학은 우리의 결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243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김영사 #프랭크윌첵 #이토록풍부하고단순한세계

높아진 기준에는 고통스러운 대가가 따른다. 순진함을 잃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그리스 철학자들이 했던 것처럼 자연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이 대가는 그리 크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 P31

과학은 물리적 실재 전체에 비해 인간의 자연적인 지각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드러낸다. 과학은 우리의 결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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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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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에세이앤 시리즈의 세번째 책, 이혜미 시인의 <식탁 위의 고백들>을 읽었다.

쨍한 연두색의 표지가 강렬하면서도 예쁘다는 게 첫인상이었고,

정말 절묘한 제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식사는 일종의 제의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일련의 행동을 거쳐 음식을 입에 넣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지만, 사람은 식사를 하면서 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나눠먹는다는 것은 큰 의미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사이는 아주 각별하고, 먹는 것도 꼴보기 싫어졌다면 이미 그사람에 대한 마음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린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그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식탁 위의 고백들’이라니.

남을 위해, 또 나를 위해 준비된 음식은 고백일 수밖에 없구나.

점점 더워지는 날씨의 초입에서 또 하나의 표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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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빨간 여름 과일

‘여름의 무른 눈가들’ 파트에서는 복숭아, 무화과, 자두에 대해 얘기한다.

복숭아에 대해 얘기할 땐 이 과일을 특히나 사랑하는 친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한입 베어물면 팔꿈치까지 과즙이 흘러내리는 물복 중의 물복을 선호한다는데, 나는 이가 깨져도 딱복을 선호하는 편이다. 사실 복숭아라면 가리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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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져나가는 달콤함. 복숭아를 생각하면 조금만 스쳐도 멍들 준비가 된 육체 같고 언제든 손목을 타고 흐를 소문 같아서 극도의 예민함과 자포자기의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가느다란 솜털을 잔뜩 세우고 웅크린 작고 유약한 짐승.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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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단의 음식, 카레

‘카레에 관한 열두개의 메모’ 파트를 읽다보면, 초저녁의 골목길에 퍼진, 거부할 수 없는 음식 냄새들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집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자박한 김치찜, 그리고 낯설고도 익숙한 향신료의 카레 냄새.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서 생긴 향수는 어느날 저녁 무자비하게 후각을 자극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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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를 만드는 것은 외따로 떨어진 세계의 조각들을 모아 어떻게든 이음새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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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를 먹기 좋은 계절은 따로 없다. 그게 좋은 점이다.

개인적으로 카레를 오랫동안 먹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 먹는 때는 언제나 될 수 있다는 것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3. 더위를 먹지 말고 까눌레를

사실 까눌레는 나에게 낯선 디저트다.

단 걸 워낙 좋아해서 마카롱, 머핀, 타르트, 휘낭시에, 마들렌 이런 건 앉아서 한 박스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무수한 카페/베이커리를 가봐도 까눌레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레시피를 보고서야 이유를 깨달았다.

품이 굉장히 많이 든다.


반죽을 하루동안 숙성시키고, 럼주를 넣어야 하며, 바닐라빈도 긁어 넣고. 이때 바닐라 액스트랙은 안 된다고 한다.

지금 반죽 만들어서 지금 구워내고 싶은 나의 성미와는 정반대의 디저트가 바로 까눌레인 것이다.

그에 반해 작가의 문장은 굉장히 긍정적인 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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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구워내기 위해 오늘 미리 반죽을 만들어두는 건 꽤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니까. 다음 날을 위한 기약과 유예의 즐거움.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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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렇게 내 얘기를 많이 쓸 생각도 없었고, 길게 쓸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내 기억들이 너무나도 분명해서 쓰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게 신기했다.

이 에세이는 나로 하여금 나만의 에세이를 쓰게 만든 셈이었다.


과일과 카레, 그리고 까눌레를 함께 먹는 어떤 하루가 찾아올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날은 어쩐지 특별한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혼자 먹어도 혼자 먹는 것 같지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어린 시절의 나, 어떤 전형에 떨어진 고삼의 나, 열여섯의 나와 함께 먹는 것들.

그것은 운동장 한 켠 그네 아래 깊은 모래구덩이에 숨겨둔 타임캡슐을 여는 기분과 비슷할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쓰여졌습니다.

#에세이앤 #에세이앤시리즈 #식탁위의고백들 #에세이


퍼져나가는 달콤함. 복숭아를 생각하면 조금만 스쳐도 멍들 준비가 된 육체 같고 언제든 손목을 타고 흐를 소문 같아서 극도의 예민함과 자포자기의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가느다란 솜털을 잔뜩 세우고 웅크린 작고 유약한 짐승. - P57

카레를 만드는 것은 외따로 떨어진 세계의 조각들을 모아 어떻게든 이음새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 P152

내일 구워내기 위해 오늘 미리 반죽을 만들어두는 건 꽤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니까. 다음 날을 위한 기약과 유예의 즐거움.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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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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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거시기 머시기>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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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표현이 말을 가둘 때가 있고, 이미지보다 글이 앞지를 때도 있다. 어떤 공연은 대본보다 못하고 또 한 마디의 음악이 천 가지의 감정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중요하다. 표현을 ‘퉁치는’ 것은 세계가 좁아져간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에서 누군가의 첫인상을 판단하고 그가 고른 단어에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결국 말이란 얼굴과 같은 것이다.

책 서문에는 제목 ‘거시기 머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실려있는데, 이는 어떤 표현을 퉁치고 뭉개는 데에 사용되는 말이 아니라, 애매어ambiguity로써 ‘흑백의 경계를 넘어선’ 말이다. 거시기와 머시기는 다양한 의미가 교차되는 장소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안의 다양한 ‘거시기’를 ‘머시기’로 나타내기 위해 매순간 애쓰고 있다. 그리고 그 정확한 의미를 이 책에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모든 사람이 거시기하여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머시기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누구나 다 거시기를 머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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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의 어느 날 비보를 들었던 순간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어릴 때 이른바 ‘독서 캠프’라는 것을 했는데, 매달마다 선생님이 자신의 입맛대로 고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와야 했다. 그 중에 이어령 선생님의 책도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 첫만남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주 오래도록 그 이미지를 안고 있었다.

이 책을 처음 펼치면 날개 빼곡히 작가의 생애가 작혀 있는데. 문장 하나에 담긴 여럿의 발자국이 새삼 무겁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는 어려워서, 잘 몰라서 느끼지 못했던 격동과 변화였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들을 아주 당연히 영위하고 있다. 나는 저 멀리 앞서 걸어간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책을 펼쳤다. 당연하되 따뜻하고, 그러나 매순간 밀도를 잃지 않는 문장들이 그 걸음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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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8번의 강연(좌담회, 연설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게 특히 와닿았던 것은 시인들과 나눈 좌담회의 내용이었다. 대중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대한 고민은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고야 있었지만, 그에 대한 작가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Sun’과 ‘Son’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이렇듯 표현이 가진 양의성과 애매성의 효과를 제거하는 식으로 견제받았다는 것이다.

언어는 변하고, 그 흐름은 사회의 변화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작가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언어와 문장을 다루는 사람들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전 시대와 다른 새로운 언어의 적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만약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거시기’와 ‘머시기’는 그 자신이 가진 다양한 의미를 잃고 그저 표현을 퉁치는 데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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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letter는 항상 한 걸음 느리다. 언제 우리에게 도착할지 알 수 없다. 이야기는 언제나 왜곡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깨달음의 순간은 우리에게서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언어에 대해 고찰을 거듭하는 것은 이러한 지연과 오차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일까? 나는 이미 답변으로 주어진 ‘거시기를 머시기한다’는 것을 고민한다. 그 의미는 이미 말보다 느린 상태지만, 언젠가 내게 올 것이다. 언어가, 결국 내게 도착하리라고 믿는다.

- 이따금 탕자가 돌아오듯이 나는 떠나온 문단의 내 빈방으로 돌아올 때가 있지요. 그때 나는 여러분들처럼 생생한 생채기가 있는 시를 읽게 되고, 그러면 마치 은성한 잔칫상으로 날 맞이해주고 있는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121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거시기하여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머시기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누구나 다 거시기를 머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 P11

이따금 탕자가 돌아오듯이 나는 떠나온 문단의 내 빈방으로 돌아올 때가 있지요. 그때 나는 여러분들처럼 생생한 생채기가 있는 시를 읽게 되고, 그러면 마치 은성한 잔칫상으로 날 맞이해주고 있는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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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주성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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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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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파인애플 통조림이 연상되고, ‘화양연화’를 떠올리면 양조위와 장만옥이 마주 앉아 스테이크를 썰던 것이 눈앞에 그려진다. 사실 나는 이른바 홍콩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도, 이러한 이미지는 마치 본 것처럼 내 안에 깊게 박혀 있다.

이미 유명한 고전 문학일수록, 보지 않았으면서 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영화계에서의 홍콩 영화의 위치 또한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홍콩이라는 장소가 가진 분위기와 그를 살린 영상미는 이미 우리에게 강렬하게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영상을 볼 때 자연스레 홍콩영화의 모티프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이 책은 독자, 그리고 관객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홍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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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동시에 실제적인 장소로서의 홍콩을 짚어내는 이 책은, 우리가 막연히 가지고 있던 환상을 눈앞의 경치로 바꾸어준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근 2년 간 해외로 움직일 수 없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갈증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화양연화’의 레스토랑, 장국영의 학교와 생가, 홍콩 거리의 맛집까지 담아내고 있어 홍콩 여행을 계획 중인 영화인이라면 계획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글이 시작되기 전 QR코드를 인식하면 구글 맵으로 이동해 실제 그 가게나 장소를 보여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코로나나 다른 사정으로 인해 그 사이(2022년 2월 기준 이후) 문을 닫아버린 곳도 꽤나 있었지만,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정취를 작은 휴대폰으로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은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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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의 또다른 기둥으로는 장국영을 세워두고 있다. 거짓말처럼 떠나버린 그의 삶과 영화, 음악 인생 등을 망라하여 책 곳곳에 녹여두었다.

이전에 브런치에서 글을 읽다가, 누군가 장국영의 기일에 맞춰 새벽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넘어갔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택시에서 내리자 집 앞에 모여있던 기자들이 일순간 그를 쳐다봤다는 것이다. 아마 장국영의 지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거라고 예상된다.

이것이 정확한 표현일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지만, 우리는 빚지고 있는 것이 많다.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서는 은희경 소설가가 내게 그렇고, 장국영에 대해서 영화계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면 너머로 전해져오는 그의 웃음, 혹은 울음, 찡그림과 손짓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관객들에게는 더욱 큰 파장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제 장국영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영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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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아름다운 장소로만 그려둔 것은 아니다. 그 장소가 가진 다양한 정체성, 역사성과 그 위에 쌓인 우리의 생각이 담겨 있다. 영화에서 느낀 이미지에 대해서, 책은 도슨트처럼 설명을 덧붙여준다.

프롤로그에 작가가 이미 써두긴 했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길 바란다.

- 어쩌면 홍콩영화가 첫사랑이었던 수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장국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컥하는 사람들, 양조위의 눈빛만 봐도 심신이 정화되는 사람들, 주성치만 생각하면 하루 종일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사람들, 장만옥을 떠올리며 괜히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런 헤어진 이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홍콩의 거리를 걷고 있다. (6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쩌면 홍콩영화가 첫사랑이었던 수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장국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컥하는 사람들, 양조위의 눈빛만 봐도 심신이 정화되는 사람들, 주성치만 생각하면 하루 종일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사람들, 장만옥을 떠올리며 괜히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런 헤어진 이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홍콩의 거리를 걷고 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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