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주성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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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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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파인애플 통조림이 연상되고, ‘화양연화’를 떠올리면 양조위와 장만옥이 마주 앉아 스테이크를 썰던 것이 눈앞에 그려진다. 사실 나는 이른바 홍콩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도, 이러한 이미지는 마치 본 것처럼 내 안에 깊게 박혀 있다.

이미 유명한 고전 문학일수록, 보지 않았으면서 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영화계에서의 홍콩 영화의 위치 또한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홍콩이라는 장소가 가진 분위기와 그를 살린 영상미는 이미 우리에게 강렬하게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영상을 볼 때 자연스레 홍콩영화의 모티프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이 책은 독자, 그리고 관객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홍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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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동시에 실제적인 장소로서의 홍콩을 짚어내는 이 책은, 우리가 막연히 가지고 있던 환상을 눈앞의 경치로 바꾸어준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근 2년 간 해외로 움직일 수 없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갈증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화양연화’의 레스토랑, 장국영의 학교와 생가, 홍콩 거리의 맛집까지 담아내고 있어 홍콩 여행을 계획 중인 영화인이라면 계획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글이 시작되기 전 QR코드를 인식하면 구글 맵으로 이동해 실제 그 가게나 장소를 보여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코로나나 다른 사정으로 인해 그 사이(2022년 2월 기준 이후) 문을 닫아버린 곳도 꽤나 있었지만,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정취를 작은 휴대폰으로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은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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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의 또다른 기둥으로는 장국영을 세워두고 있다. 거짓말처럼 떠나버린 그의 삶과 영화, 음악 인생 등을 망라하여 책 곳곳에 녹여두었다.

이전에 브런치에서 글을 읽다가, 누군가 장국영의 기일에 맞춰 새벽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넘어갔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택시에서 내리자 집 앞에 모여있던 기자들이 일순간 그를 쳐다봤다는 것이다. 아마 장국영의 지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거라고 예상된다.

이것이 정확한 표현일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지만, 우리는 빚지고 있는 것이 많다.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서는 은희경 소설가가 내게 그렇고, 장국영에 대해서 영화계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면 너머로 전해져오는 그의 웃음, 혹은 울음, 찡그림과 손짓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관객들에게는 더욱 큰 파장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제 장국영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영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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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아름다운 장소로만 그려둔 것은 아니다. 그 장소가 가진 다양한 정체성, 역사성과 그 위에 쌓인 우리의 생각이 담겨 있다. 영화에서 느낀 이미지에 대해서, 책은 도슨트처럼 설명을 덧붙여준다.

프롤로그에 작가가 이미 써두긴 했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길 바란다.

- 어쩌면 홍콩영화가 첫사랑이었던 수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장국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컥하는 사람들, 양조위의 눈빛만 봐도 심신이 정화되는 사람들, 주성치만 생각하면 하루 종일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사람들, 장만옥을 떠올리며 괜히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런 헤어진 이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홍콩의 거리를 걷고 있다. (6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쩌면 홍콩영화가 첫사랑이었던 수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장국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컥하는 사람들, 양조위의 눈빛만 봐도 심신이 정화되는 사람들, 주성치만 생각하면 하루 종일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사람들, 장만옥을 떠올리며 괜히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런 헤어진 이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홍콩의 거리를 걷고 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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