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새벽 <닿고 싶다는 말>

김영사

/

사람은 얼마나 불안정하며 완벽하지 못한 생물인지 절절히 깨달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했고, 이젠 그 결핍으로써 인간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변화에 큰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결핍을 받아들이고 난 뒤에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고,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을 깨닫게 되었다.

-   (…) 나는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194쪽)

/

하지만 인간 자체가 결핍을 가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결핍을 고백하는 일은 어렵다. 정신병 같은 건 의지의 문제라고 치부하던 한국의 정서를 떠올려보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느리게나마 바뀌어가는 의식의 가운데 작가는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말한다. 독자는 작가의 내밀한 경험 속을 유영한 뒤 책을 덮을 때, 비로소 자신의 안을 들여다 볼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작가가 그러했던 것처럼, 독자도 스스로의 마음에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암흑 속을 헤치고 나아가 볼 의욕 정도는 생기는 것이다.

/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공생의 방법을 연구한다. 인간과 다른 종의 조화뿐만 아니라, 인간과 다른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서로의 결핍은 서로가 채워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확신은 없지만, 우리는 언제나 불확실하고도 셀 수 없는 확률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아 왔다.

-   인생은 살 만하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을 내기 위해 우리는 무수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225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김영사 #전새벽 #닿고싶다는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어령 <눈물 한 방울>

김영사

/

어릴 때 기억을 되짚어 보면, ‘울지 마’라는 말을 꽤나 들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이유를 몰랐다가, 자라서는 눈물 흘리는 나약한 모습을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꾹 참았다. 하지만 눈물을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개인적인 일이었고, 때로는 국가적 재난이기도 했다. 그때 울지 않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는 그 이후로 눈물을 창피해하지 않았다. 잊고 살던 기억은 때때로 문장 하나를 통해 되살아나는 법이다.

-   누구에게나/ 남을 위해서 흘려줄/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 (144쪽)

/

작가가 영면에 든 뒤에 세상에 나온 육필원고는 한 문장도 쉽게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 같다가도 에세이 같고, 그러면서 형식을 뛰어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쓴 글자들이 종이에 남긴 흔적이 마치 내게도 동시에 새겨지는 듯한 기분도 든다.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을 느끼면서도 뒤에 남아 살아갈 이들의 세상을 위해 생각한 것들. 육필원고가 있다는 것은 뒤늦게 밝혀졌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곱씹게 된다. 작가의 진솔한 마음을 적당히 느린 속도로 듣고 있는 것 같다.

-   죽을 때까지 갚을 수 없는 빚. 꿈은 죽은 뒤에도 남는다. (34쪽)

/

타인을 위해 울 줄 알았던 사람의 말은 슬프지 않아도 눈물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내게 이 책이 그러했다. 울어도 된다고, 나의 눈물은 더 넓은 곳에 가닿을 거라고.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김영사 #이어령 #눈물한방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와타야 리사 <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비채

/

사랑이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이것이라고 정의하기엔 사람 수만큼의 형태가 있고, 수치로 나타내 수학적/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다. 사랑은 항상 있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하고 대상이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는 감정이기도 하다. 이 불확실함에 온전히 몸을 맡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전한 것을 택하려 한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며 단란하게 늙어가는 것. 그것은 어느 순간 정답이 되었다.

동시에 사랑은 어느 순간 파도처럼 거세게 몰려오는 것이기도 하다. 사이카와 아이가 그렇다.

/

여행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이 옆에는 소우가 있었고 사이카 옆에는 다쿠마가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 사이카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 선글라스 너머의 얼굴이 상상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행 이후에도 연락을 취하던 그들은 어느새 ‘절친’이 되어 있었다. 사이카의 마음과는 다르게.

사이카는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소우가 아이를 좋아하듯, 다쿠마가 사이카를 좋아했듯 자연스럽게. 그러나 소우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결혼 퇴직을 생각하던 아이는 사이카의 감정이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녀를 잘라낼 수가 없다. 자신의 망설임 뒤에 어떤 감정이 숨어있는지 외면하던 아이는, 끝내 그것을 마주한다.

-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어. 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93쪽)

/

이 작품은 동성애를 핍박하는 세상에 소리치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카와 아이는 둘만의 사랑을 해나간다. 함께 나이를 먹고 그래도 걸어 나간다. 일본 사회가 일본 여성들에게 추구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을 몸에 익히려던 아이는 사이카를 사랑한다. 이것이 아이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あい, 愛/사랑)는 사이카(さいか, 災禍/재해)를 만나버렸다. 이처럼 사랑은 안정적이었다가도 엄청난 파도가 되기도 한다.

- 우리는 함께 미래로 나아간다. 한 켤레의 신발처럼. 서로가 있으면 어디까지고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다. (173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어습니다.


#비채 #와타야리사 #처음부터내내좋아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재천, 안희경 <최재천의 공부>

김영사

/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최재천 작가가 나와 “내 수업은 인기가 없다”고 말한 클립을 봤다. 내가 해당 학교에 다녔다면 꼭 들어봤을 것 같은데, 싶었다가도 수업 체계가 너무 촘촘한 나머지, 다른 수업과 병행하기 힘들다는 학생들의 입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항상, 어쩐지 본능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결과에 집착하는 편이다. 성적 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것이 성실함의 지표라는 생각에 그렇게 행동해왔는데, 이 책은 내게 과연 성실함 이외의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

사실 제목이 너무나도 직설적이라 오히려 꺼리게 되는 면이 있었는데, 막상 펼쳐보니 페이지는 쉽게 넘어갔다. 인터뷰 형식의 대담이 실려 있고, 어려운 내용도 아니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작가가 끊임없이 주창해온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고, 그것을 읽는 우리의 생각과 비교해볼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것이 다소 이상적이라고 느낄만한 부분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상적인 것을 이상적이라고 선을 긋는 게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의 자리에 두고 살아간다면 언젠가 그것에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자연 현상은 어쩐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들이 지난 세월 동안 구축해온 매커니즘을 인간이 이제 분석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당연함에 위로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인간이 그것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껴안은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조화로운 공생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은 그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로 하여금 직접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

- (...) 하지만 자연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손을 잡은 자들이 미처 손도 잡지 않은 독불장군을 몰아내고 함께 사는 곳이 자연입니다. (10쪽, 전주)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김영사 #최재천 #최재천의공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선희,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영사
/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어쩐지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의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아이, 청소년기는 내가 이미 거쳐온 시절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세계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이 책의 서술기법은 어딘가 신기한 구석이 있는데, 실제로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선생님이라는 인상이 있다.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겠지만 읽으면서 ’정말 이런 선생님이 있다고?‘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고개를 들었다. 내가 학창시절에 만나온 선생님들이 나쁜 분들은 절대 아닌데, 이 책에서 서술되는 학급의 분위기가 이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학교와 교실을 이해하는 것부터, 매해 달라지는 학생들의 특성을 잘 이해한 사람만이 꾸릴 수 있는 학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작가 본인이 학부모들로부터 들은 좋은 의견들도 이로부터 출발한 것일 테다.
/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양육자와 함께 한 아이를 길러내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집보다도 학교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한국 교육의 특성상, 아이들은 선생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을 선택할 수 없다. 개학 날 앞문이 열리고 담임 선생님이 등장할 때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히 떠오를 정도다.
그러니 선생님은 학생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약하고 섬세한 세계를 잘 들여다봐야 하는 법이다. 누군가는 그 시도가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것들이 여기 적혀 있다.
-한 가지 상황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각기 다른 마음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믿으며 듣고 나누는 한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은 갈등 속에서도 급물살을 타듯 성장한다. (221쪽)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김영사 #김선희 #어른을위한청소년의세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