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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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경제' 는 일반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이해가 쉽게 잘 되지않기에 '경제사'도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그런 경제사를 그 시대 모습을 알려주는 그림과 함께 본다면 어떨까?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는 이런 아이디어에 착안한 책으로, 지금의 유럽 경제가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그림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어디까지나 그 범위가 '유럽'에 국한되어있다는 것이지만 유럽이 어떤 재화를 바탕으로 부의 지도를 그려나갔는지 그리고 유럽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고 새롭게 탄생시킨 사건과 역사 속 결정적인 명장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테네가 고대 그리스에서 부자가 될 수 있엇던 까닭이나, 유럽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것이 청어나 대구같은 생선이었다거나, 스위스는 용병을 수출해서 돈을 벌었다거나, 지금도 독일하면 맥주가 유명하지만 옛날에도 독일이 맥주로 부의 기반을 이루었다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흥미있었던 부분은 유럽 귀족들이 굴을 먹는 데 흠뻑 빠져있었다는 거였다. 굴이 정력에 좋고 장수 비결이라해서 로마 황제가 즐겨 먹었다는데 로마가 망하고나서도 유럽의 귀족들은 굴에 열광했던가보다. 책의 151페이지에는 당시 프랑스왕이 의뢰해서 화가가 만찬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 있는데 식탁에서 귀족들이 굴요리를 시식하는 모습과 바닥에 버려진 굴껍데기를 보니 신기하다. 그 당시 굴은 가격이 비싸서 부자나 귀족만이 먹을 수 있는 고급메뉴였다.

그리고 노예무역!

영국의 노예무역은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노예로 사서 아메리카 식민지에 파는 삼각무역 형태였는데 아프리카 기니만의 다호메이 왕국이 인근의 부족민을 잡아서 영국상인에게 팔았다고하지만 어쨌든 참으로 비인간적인 행위다. 처음에는 주로 사탕수수 농장의 일꾼으로 노예를 구했으나 나중에 산업혁명 시기가 되자 노예무역은 더욱 급증했다. 공장에서 노동자를 고용하면 임금을 줘야하지만 노예는 그냥 먹고재우는 것만 해결하면 되니까. 그래서 자본가는 노예폐지를 반대했지만 그래도 인권운동가의 노력과 여론의 형성으로 1833년에 노예제가 폐지되었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현재 우리는 싫으나 좋으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경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부'는 사회구조와 세계경제/국내경제 시스템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도 있고 형태가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과거 유럽과 유럽인은 어떤 식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그렇게 달라진 변화속에서 어떻게 부를 일구어나갔는지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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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
전승민 지음 / 들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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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


세계에서 국토의 크기가 9번째로 큰 나라는 어디일까?

답은 의외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에게 처음 듣는 나라 이름은 아니다. 1937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연해주에 살던 조선인이 중앙아시아 일대로 강제이주당한 참담한 역사가 지금은 약간이나마 알려져있고, 그렇게 중앙아시아 지역에 강제로 살게되어 "고려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1992년 이후 구소련에서 독립한 국가와 한국이 수교를 맺으면서 이제 우리 남한과도 교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와 연결점이 있는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는 그 영토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간지역에 걸쳐있으며 고대부터 유목민이 세력을 형성한 유목국가였다. 초기에는 흉노족의 세력범위에 들어갔다가 6세기 중반에는 투르크계의 서돌궐 영역이었고 이후 몽고의 칭기즈칸 이후로는 킵차크한국이 형성되었다. 

카자흐스탄의 역사는 복잡하다. 카자흐만의 독립된 왕조나 국가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흉노의 일부였다가 돌궐의 일부에 속했다가 또 한때는 몽고의 일부분이기도했기때문이다. 어쨌든 카자흐는 우즈벡, 모굴, 몽고의 준가르 등 이웃부족과 계속 투쟁하다가 19세기에는 제정러시아에 복속하게 된다. 이후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었고 소련이 무너지면서 카자흐는 공산주의공화국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2015~2018년에 (주)알마아티 총영사로 재직하며 카자흐스탄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우리에게는 사실 머나먼 나라, 잘 안다거나 친숙하다고하기는 어려운 나라인 카자흐스탄의 역사, 문화, 국민의 특징, 우리 한국과 카자흐와의 관계 등이 이 책에 자세히 실려있다. 

카자흐의 과거가 궁금한 분들은 그 옛날 카자흐의 초원에 등장한 유목세력(스키타이 등)부터 시작해서 카자흐스탄의 3대 정체성- 유목민, 투르크, 이슬람-과 칭기즈칸의 지배. 킵차크 한국이 붕괴된 이후 카자흐칸국의 건국과 제정러시아에 복속해서 오늘날 카자흐스탄공화국까지 이르는 역사가 흥미로울 것이다.(책의 2/3가 카자흐의 역사에 관한 내용이다.) 반면에 카자흐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책의 334페이지부터 펼쳐지는 카자흐 문화 소개- 음식, 음악, 주거형태, 전통의상과 전통놀이, 카자흐인의 성향과 국민성등 문화와 관련된 부분에 흥미가 갈 것같다. (조금 특이한 점은 카자흐는 전통적으로 유목민이라 자유로울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위계질서가 엄격하다고.) 또 우리의 동포인 고려인에 대해서도 그들의 과거와 현재 상황, 그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알고 함께 교류하며 만들어갈 미래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하지않을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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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쉬운 날이 없어 - N년차 모 자치구 공무원의 오늘도 평화로운 민원창구
소시민J 지음 / 로그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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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쉬운 날이 없어


이 책은 모 자치구에서 민원을 담당하고있는 공무원이 직접 그리고 쓴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책이다. 지방지치직 공무원인 저자가 민원담당업무를 맡아 근무하면서 겪은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애환과 고충을 코믹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신조어 중에 "웃프다"라는 단어가 있는데 정말이지 "웃픈"것이 어떤건지 서민의 평범한 삶과 함께 잘 보여주고있다고할까. 

"직장일상툰"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그 직업을 가지고있는 직장인이 아니면 잘 모르는 어려움 힘듦도 그리고 있지만 만화 형식이라 그런지 술술 잘 읽히고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거기다 그림체도 무척 귀엽다.

단점은 가끔씩 등장하는 깨알처럼 작은 글씨. 아마 하고싶은 말이나 알려주고싶은 말은 많은데 이걸 글자로 쓸 때 넣게되는 여유공간이 작아서 그런것같다. 칸 크기는 정해져있는데 그림에 비해 글자를 써넣을 여유공간이 작아서 그런거겠지만 덕분에 뭐라 적혔는지 노안이라 잘 안 보여서 가끔씩 책에 코를 박고 자세히 들여다봐야했다.ㅠㅠ


아뭏든 어느 직업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공무원도 그리 만만한 직업은 아니구나싶고 돈버는 일은 고달프고 힘들다는 걸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진상"이 참 많기도하구나싶었다.

옛날에는 반대로 "진상 공무원"이 은근히 있어서 요즘처럼 친절커녕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되는 듯이 시민 위에 군림하고 아니꼬울 정도로 심술궂게 대하고 함부로 대하기까지하는 공무원이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나는 어릴때 그런 공무원을 만난 경험이 있다보니 당연히 공무원에 대한 감정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요즘이야 세상이 좋아져서 친절한 공무원이 많아진 것같지만 불행히도  진상 공무원이 줄어든 데 비해 진상 민원인의 숫자는 많이 줄어든것같지가 않다.

그리고 케바케지만 내가 사는 동네 동사무소.. 아니 주민센터는 이 책 저자의 직장처럼 평소에사람들이 몰려들어 정신없지는 않기때문에 조금 의외였다. 행정구역마다 조금 다른가부다. 내가 사는 곳도 대도시에 대단지에 거기다 가난한 서민동네여서 주민 수는 꽤 되는데 올 봄에 주민센터갔더니 여느때처럼 사람도 별로 없고 20대 젊은 남자직원은 3월인데도 헐렁한 후리스에 츄리닝 바지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끌면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댕기고있었다. 역시 공뭔은 이렇게 편안한 직업이구나하면서 내부 인테리어도 병원처럼 고급스럽지야않지만 웬만한 은행수준은 넘는데싶어서 감탄(!)하기까지했었다.

암튼 이 책을 읽다가보니

선거가 공무원에게는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하고 새로 알게 되었다. 선거때면 선관위 공무원만 힘든 줄 알았는데 지방직 공무원도 동원되어 이렇게 일거리가 많은 줄은 몰랐...

그리고 어딜가나 마찬가지겠지만 공무원 세계에도 개미와 베짱이가 있다는 것, 맡은 일 열심히 묵묵히 잘한다고 승진이나 업무배정이 자연히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 뭔가 '보이지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것 등도. 책 내용의 대부분은 매일매일 마주치는 민원인 관련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는데 툭하면 '동장 나와!', '구청장 나와!' 고함치는 민원인, 신분증을 휙 집어던져주는 민원인 등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실제 그런 사람이나 그런 케이스를 구경해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신기했다. 규정에 어긋나는데도 떼쓰는 민원인도 많고. 암튼 이 모든 사건과 일이 유머스러우면서 귀엽고 그려져있는데 여기에는 저자의 따뜻한 시각도 담겨있고 저자 개인의 인생에 대한 고민도 엿보였다.

매일매일 민원인을 상대하는 지방직 공무원의 피곤과 어려움과 보람 등이 재미나고 유쾌하게 그려져있어서 공무원의 직업생활에 관심있으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싶다. 부록으로 책 뒷편에 지방직 적성테스트가 있으니 지방직 공무원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분들은 참고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 출판사 도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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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설희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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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은 울프가 뉴넘 대학과 거턴 대학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다. 강연문인만큼 문장이 담화체인데도 울프의 섬세하면서도 유연하고 세련된 문장의 멋이 잘 느껴진다. 

가상의 인물이 되어 시대를 넘나들며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진행해가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학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도서관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부당하고 황당한 일인가. 그런데 그게 불과 백여 년 전 사실이었다니 더욱 경악스럽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나 그 받는 대우를 따져보면 멀리 청동기시대 부족사회부터 그러했으리라. 여성은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도 가질 수 없었으며 재산도 소유할 수가 없이 그저 남자에게 종속되어 살아야하는 운명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적으로는 물론이요 지능적으로도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겼다는 것이 인류역사에서 어이없는 비극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p.77에 언급되는 울프의 그 유명한 거울 이론- "여성은 남성을 실제보다 2배로 커 보이게 비추는 아주 기분좋은 마법을 지닌 거울 역할을 해왔습니다..."  날카로운 통찰에 혀를 내두르지않을 수가 없었다. 여성에게는 교육받을 기회도 주어지지않았고, 결혼 전에는 부친을, 결혼 후에는 남편을, 늙은 후에는 아들의 뜻에 따라야했다. (...이거참 옛날 조선시대 삼종지도와 어찌 그리 똑같누...동서양이 똑같네..쯔쯔) 만약 셰익스피어에게 그 못지않게 재능있는 누이가 있었다해도 여자로 태어났으니 그 재주는 아무 곳에도 쓰지도 내보이지도 못했으리라. 우리나라에도 대표적으로 허난설헌이 있지않은가.

문학같은 글쓰기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여성은 배제되었다. 다행히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래도 몇 명의 여성작가가 등장하긴했으나(이전에는 드물게 귀족여성이 있긴했다) 예를 들면 샬롯 브론테가 만약 재산이 있어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면 그녀의 작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톨스토이는 세상 밖에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귀족남자였으니 '전쟁과 평화'같은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지적인 자유는 물질적 자유에 의존한다. 그러니 시를 쓰든 소설을 쓰든 아니 어떤 내용으로 어떤 책을 쓰든지간에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울프는 역설하고있다. 무엇보다 자기자신이 되어라.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라. 순수하고 단순한 남성 혹은 순수하고 단순한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남성적인 여성 혹은 여성적인 남성이 되어야한다. 그렇게 서로 내면의 협력이 이루어져야지 창조적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정말 훌륭하고 멋진 강연이었다. 특히 마지막 최종장이 한층 깊은 여운이 감돌아서 비록 실제 강연으로 들은 것이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일지언정 진심 그 자리에서 박수를 보내고싶을 정도로 감동이고 마음이 벅차올랐다. 울프가 강연한 1928년에는 어떠했을까.

이 책 <자기만의 방>이 페미니즘의 대표서적인 이유를 알겠고 이 책은 그런 명예를 누릴 자격도 충분하다. 여자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페미니즘 필독서요 고전중의 고전이지만 나더러 말하라고한다면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도 반드시 읽어야할 것이다. 아니 오늘날 현실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책이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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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2 - 중국, 사람이 하늘을 열어젖히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2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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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2.

- 중국, 사람이 하늘을 열어젖히다

 

일명 "난.처.한" 시리즈라고 불리는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사 이야기' 시리즈를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금까지는 서양미술에 관한 책만 6편이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동양미술로까지 저변을 넓혀서 인도편과 중국편이 새로 출간되었다. 

중국편은 인도에 이어 두번째인 제 2권이다. 

중국미술하면 개인적으로 연상되는 첫번째가 동양풍의 산수화로, 배경에는 여백미가 있고 실경에 근거했으나 실경만은 아닌 듯한 그 은은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중국의 미술이 전부 이 한 권에 다 실려있는 것이 아니라, 황하문명에서 시작해서 전설의 하나라를 거쳐 그 뒤를 이은 은-주시대와 춘추전국이후 통일왕조를 이루고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한 진-한 시기까지, 말하자면 중국의 고대미술에 한정해서 다루고있다. 

그런데 이렇게 시대별로 논하자니 자연히 시대의 흐름에 맞게 역사의 변천이 언급되지않을 수가 없다. 황하에서 시작한 문명이 신석기시대에 토기를 빚고 도자기를 굽는 기술로 이어졌으며 그처럼 신을 숭상하고 하늘을 섬기는 시대가 바로 하-상-주나라가 중원을 다스리던 시기였다. 이 때 문자가 발명되고 청동기를 주조하였으나 하늘의 신에게 의존하였던 권위는 차츰 인간에게로 내려온다. 하늘을 대신하여 인간세계를 통치하는 천자天子에게로. 그리하여 청동기는 제사 목적에서 이제는 의례용 예기로, 전리품으로, 장식품으로까지 그 성격이 넓어진다. 진-한시기에 유교와 도교가 유행했는데 한무제가 유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유교사상은 미술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고 유교,도교,민간신앙이 서로 어우러진 중국식 미술 그 원형과 토대와 특징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게되었다. 그리고 이후 중국의 변경지대에도 중국 문화예술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게 되었다...............................................................라고 하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이 구조로 진행해가면서 그때그때 그 시대 중국미술의 특징과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을 곁들여서 보여주고 설명하는 형식이다. 본문은 화자가 가상의 청자와 대담 혹은 강의하는 문답식으로 구성되어있고 여러가지 사진, 도판, 지도, 일러스트를 동원해서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정성을 쏟았으며 요즘 유행하는 QR코드를 이용하여 온라인 부가자료까지 살펴볼 수 있어서 공을 많이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앙소의 채도, 산동에서 출토된 흑도, 인면어문토기, 은허의 갑골문, 각종 청동기 유물, 진시황의 그 유명한 병마용, 백제에 영향을 끼친 박산향로....이 책의 수많은 중국 고대미술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을 끌었던 것은 p.178의 모공정이다. 모공이 왕에게서 받은 직책을 설명한 명문이 내부에 새겨져있다지만 시선을 끄는 것은 그보다는 모공정 자체의 모습이다. 겉모양은 그저 평범한 삼발이 솥에 지나지않으나 마음을 쿵하고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현재 대만의 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있는데 3대 보물로 손꼽히는 이유는 사진만 봐도 짐작하겠다. 청동기 주조법, 토기제작법, 도자기 가마의 원리, 그릇 모양에 따른 명칭 종류 등 일러스트도 미술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념할 점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현재 중국의 영토는 과거 옛날 중국이 처음 태동하고 국가를 형성했을 때의 강역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 한족의 영토와 중원문화는 황하유역에 한정되어있었다. 현재 중국의 동북쪽은 말할것도 없고, 서쪽인 사천성(촉)지방, 서남부인 호남성 지역, 양자강 남쪽의 광동, 광서, 운남, 귀주성 일대는 중국의 한족과는 다른 민족 혹은 다른 문화가 형성되어있었다. 그러던 것이 차츰 중국(중원)이 영토를 확대하고 이민족을 정벌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민족과 문화도 한족에 동화되고 흡수되어갔다.(일부는 소수민족으로 남아있기도하지만). 말하자면 중국미술이 한당漢唐 성세기 이전의 고대 중원문화시절에는 선진문명(예를 들면 양저, 홍산문화)을 받아들이거나 유목민족과 교류하면서 발전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국은 현재 중국 영토에 있는 문화라면 한족의 중국문화와는 다르다해도 전부 한족의 중국문화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내세우고있다. 그 문화를 향유하던 민족이 지금은 사라졌다면 중국에 항의할 민족부터가 없겠지만, 문제는 현재 중국의 동북부지방은 우리민족의 터전이었는데 우리민족은 현존하고 나라도 있으므로 우리로서는 당연히 항의하지않을 수가 없다.

논란이 이는 것은 요하문명과 홍산문화다. 요하문명은 고고학적으로도 언어학적으로도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일제 식민사관의 원흉인 이병도의 학문적 자손이 포진해있는 강단사학은 이를 애써가며 부정하거나 외면하고있다. 이 책도 p.95에서 홍산문화와 고조선이 관련있다고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느니하며 매국매족사관을 보여준다. 요하문명과 홍산문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고도 모른다면 눈뜬 장님임을 자인하는 꼴이고, 알고도 모른 척한다면 이완용도 울고갈 천하의 매국노다.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었어도 조상과 역사까지 팔아먹지는 아니하였다.

이 책의 p.443~444를 보자.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으로 타국과 마찰이 일어나고 우리나라도 중국과 접촉이 늘어나면서....중국이라고하면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점점 많다. 하지만 중국과 중국사람 중국문화를 멀리서만 보고 '중국은 또 저러네'하고 단정하는 건 안이한 태도에요. 국제화 시대에 어울리지않고요."라고 저자는 말하고있는데 저자의 어이없는 인식과 안이한 태도에 헛웃음만 난다. 

중국이 달에 우주선을 쏘아올리면 "이제 달도 즈네(중국)거라고 우기겠네~", 중국부자가 유럽고성을 사들이면 "이제 유럽문화도 중국문화라고 우기겠네~". 이런 비아냥이 무슨 사업적 경제적 마찰때문에 전국민적 공감을 산다고 여기는건가?

물론 저자의 의도는 우리가 중국문화와 예술과 중국인의 사상을 이해하고 이웃인 중국과 선린관계를 형성해서 상호존중과 신뢰협력으로 나아가자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상호 존중과 신뢰협력은 말그대로 '상호'일때 형성된다. 중국이 중화사상적 '군림'과 '갑질'에 더해서 아예 '동북공정'이라는 이웃나라 문화와 역사를 강탈하는 역사적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것은 국제화시대에 어울리는 행동일까? 

중국은 4대문명으로 일컬어지는 황하문명의 발생지고 그들이 이룩한 문화적 예술적 성취는 뛰어난 것이었다. 오랫동안 동아시아의 맹주였고 정치사회문화예술 여러가지 면에서 주변국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도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이 책으로 중국미술에 대한 인식과 지평을 넓히고 예술적 이해를 깊이하는 것도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고대사를 훔치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세력을 확대하는 점은 항상 경계하고 주시해야한다.

습근평(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과거에 중국의 일부였고 중국의 속국이었다."라고 한 발언은 1차적으로는 미국을 견제할 목적이었겠으나,중국이 할일없고 심심해서 수십년 세월을 동북공정에 열을 올렸겠는가? 최근 러시아가 '과거에 러시아의 일부였고 소련의 속국이었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나와 상관없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고대사를 중국사로 둔갑시키고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말라고 강요하는 중국을 보면, 친유럽적 자세로 나토에 가입하려한 우크라이나를 저지하고 세력권에 두기 위해 침공한 러시아의 모습이 겹쳐진다. 

청조말기, 군함을 앞세우고 통상을 요구한 구미 열강이 광서제에게 '청(중국)과 조선은 어떤 관계인지'를 물었을 때, 광서제는 '그 나라(조선)가 속국이라고는 하나, 내정과 외치(외교)는 자유로이 한다'고 답했었다. 껍데기는 속국이어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독립국이라는 말이다.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중국이 앞으로 우리를 침공하고 속국화하려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훗날 미국이 쇠하고 공산당 일당독재국가인 중국이 우리를 속국으로 삼게된다면, 그때는 예전 조선왕조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식 조공질서하에서 형식만 속국이지 '내정과 외치는 자유롭게 하던' 그런 형태는 아닐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내 속에 있는 말을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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