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설희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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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은 울프가 뉴넘 대학과 거턴 대학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다. 강연문인만큼 문장이 담화체인데도 울프의 섬세하면서도 유연하고 세련된 문장의 멋이 잘 느껴진다. 

가상의 인물이 되어 시대를 넘나들며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진행해가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학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도서관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부당하고 황당한 일인가. 그런데 그게 불과 백여 년 전 사실이었다니 더욱 경악스럽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나 그 받는 대우를 따져보면 멀리 청동기시대 부족사회부터 그러했으리라. 여성은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도 가질 수 없었으며 재산도 소유할 수가 없이 그저 남자에게 종속되어 살아야하는 운명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적으로는 물론이요 지능적으로도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겼다는 것이 인류역사에서 어이없는 비극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p.77에 언급되는 울프의 그 유명한 거울 이론- "여성은 남성을 실제보다 2배로 커 보이게 비추는 아주 기분좋은 마법을 지닌 거울 역할을 해왔습니다..."  날카로운 통찰에 혀를 내두르지않을 수가 없었다. 여성에게는 교육받을 기회도 주어지지않았고, 결혼 전에는 부친을, 결혼 후에는 남편을, 늙은 후에는 아들의 뜻에 따라야했다. (...이거참 옛날 조선시대 삼종지도와 어찌 그리 똑같누...동서양이 똑같네..쯔쯔) 만약 셰익스피어에게 그 못지않게 재능있는 누이가 있었다해도 여자로 태어났으니 그 재주는 아무 곳에도 쓰지도 내보이지도 못했으리라. 우리나라에도 대표적으로 허난설헌이 있지않은가.

문학같은 글쓰기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여성은 배제되었다. 다행히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래도 몇 명의 여성작가가 등장하긴했으나(이전에는 드물게 귀족여성이 있긴했다) 예를 들면 샬롯 브론테가 만약 재산이 있어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면 그녀의 작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톨스토이는 세상 밖에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귀족남자였으니 '전쟁과 평화'같은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지적인 자유는 물질적 자유에 의존한다. 그러니 시를 쓰든 소설을 쓰든 아니 어떤 내용으로 어떤 책을 쓰든지간에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울프는 역설하고있다. 무엇보다 자기자신이 되어라.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라. 순수하고 단순한 남성 혹은 순수하고 단순한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남성적인 여성 혹은 여성적인 남성이 되어야한다. 그렇게 서로 내면의 협력이 이루어져야지 창조적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정말 훌륭하고 멋진 강연이었다. 특히 마지막 최종장이 한층 깊은 여운이 감돌아서 비록 실제 강연으로 들은 것이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일지언정 진심 그 자리에서 박수를 보내고싶을 정도로 감동이고 마음이 벅차올랐다. 울프가 강연한 1928년에는 어떠했을까.

이 책 <자기만의 방>이 페미니즘의 대표서적인 이유를 알겠고 이 책은 그런 명예를 누릴 자격도 충분하다. 여자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페미니즘 필독서요 고전중의 고전이지만 나더러 말하라고한다면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도 반드시 읽어야할 것이다. 아니 오늘날 현실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책이라하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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