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2 - 중국, 사람이 하늘을 열어젖히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2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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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2.

- 중국, 사람이 하늘을 열어젖히다

 

일명 "난.처.한" 시리즈라고 불리는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사 이야기' 시리즈를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금까지는 서양미술에 관한 책만 6편이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동양미술로까지 저변을 넓혀서 인도편과 중국편이 새로 출간되었다. 

중국편은 인도에 이어 두번째인 제 2권이다. 

중국미술하면 개인적으로 연상되는 첫번째가 동양풍의 산수화로, 배경에는 여백미가 있고 실경에 근거했으나 실경만은 아닌 듯한 그 은은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중국의 미술이 전부 이 한 권에 다 실려있는 것이 아니라, 황하문명에서 시작해서 전설의 하나라를 거쳐 그 뒤를 이은 은-주시대와 춘추전국이후 통일왕조를 이루고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한 진-한 시기까지, 말하자면 중국의 고대미술에 한정해서 다루고있다. 

그런데 이렇게 시대별로 논하자니 자연히 시대의 흐름에 맞게 역사의 변천이 언급되지않을 수가 없다. 황하에서 시작한 문명이 신석기시대에 토기를 빚고 도자기를 굽는 기술로 이어졌으며 그처럼 신을 숭상하고 하늘을 섬기는 시대가 바로 하-상-주나라가 중원을 다스리던 시기였다. 이 때 문자가 발명되고 청동기를 주조하였으나 하늘의 신에게 의존하였던 권위는 차츰 인간에게로 내려온다. 하늘을 대신하여 인간세계를 통치하는 천자天子에게로. 그리하여 청동기는 제사 목적에서 이제는 의례용 예기로, 전리품으로, 장식품으로까지 그 성격이 넓어진다. 진-한시기에 유교와 도교가 유행했는데 한무제가 유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유교사상은 미술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고 유교,도교,민간신앙이 서로 어우러진 중국식 미술 그 원형과 토대와 특징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게되었다. 그리고 이후 중국의 변경지대에도 중국 문화예술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게 되었다...............................................................라고 하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이 구조로 진행해가면서 그때그때 그 시대 중국미술의 특징과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을 곁들여서 보여주고 설명하는 형식이다. 본문은 화자가 가상의 청자와 대담 혹은 강의하는 문답식으로 구성되어있고 여러가지 사진, 도판, 지도, 일러스트를 동원해서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정성을 쏟았으며 요즘 유행하는 QR코드를 이용하여 온라인 부가자료까지 살펴볼 수 있어서 공을 많이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앙소의 채도, 산동에서 출토된 흑도, 인면어문토기, 은허의 갑골문, 각종 청동기 유물, 진시황의 그 유명한 병마용, 백제에 영향을 끼친 박산향로....이 책의 수많은 중국 고대미술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을 끌었던 것은 p.178의 모공정이다. 모공이 왕에게서 받은 직책을 설명한 명문이 내부에 새겨져있다지만 시선을 끄는 것은 그보다는 모공정 자체의 모습이다. 겉모양은 그저 평범한 삼발이 솥에 지나지않으나 마음을 쿵하고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현재 대만의 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있는데 3대 보물로 손꼽히는 이유는 사진만 봐도 짐작하겠다. 청동기 주조법, 토기제작법, 도자기 가마의 원리, 그릇 모양에 따른 명칭 종류 등 일러스트도 미술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념할 점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현재 중국의 영토는 과거 옛날 중국이 처음 태동하고 국가를 형성했을 때의 강역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 한족의 영토와 중원문화는 황하유역에 한정되어있었다. 현재 중국의 동북쪽은 말할것도 없고, 서쪽인 사천성(촉)지방, 서남부인 호남성 지역, 양자강 남쪽의 광동, 광서, 운남, 귀주성 일대는 중국의 한족과는 다른 민족 혹은 다른 문화가 형성되어있었다. 그러던 것이 차츰 중국(중원)이 영토를 확대하고 이민족을 정벌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민족과 문화도 한족에 동화되고 흡수되어갔다.(일부는 소수민족으로 남아있기도하지만). 말하자면 중국미술이 한당漢唐 성세기 이전의 고대 중원문화시절에는 선진문명(예를 들면 양저, 홍산문화)을 받아들이거나 유목민족과 교류하면서 발전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국은 현재 중국 영토에 있는 문화라면 한족의 중국문화와는 다르다해도 전부 한족의 중국문화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내세우고있다. 그 문화를 향유하던 민족이 지금은 사라졌다면 중국에 항의할 민족부터가 없겠지만, 문제는 현재 중국의 동북부지방은 우리민족의 터전이었는데 우리민족은 현존하고 나라도 있으므로 우리로서는 당연히 항의하지않을 수가 없다.

논란이 이는 것은 요하문명과 홍산문화다. 요하문명은 고고학적으로도 언어학적으로도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일제 식민사관의 원흉인 이병도의 학문적 자손이 포진해있는 강단사학은 이를 애써가며 부정하거나 외면하고있다. 이 책도 p.95에서 홍산문화와 고조선이 관련있다고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느니하며 매국매족사관을 보여준다. 요하문명과 홍산문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고도 모른다면 눈뜬 장님임을 자인하는 꼴이고, 알고도 모른 척한다면 이완용도 울고갈 천하의 매국노다.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었어도 조상과 역사까지 팔아먹지는 아니하였다.

이 책의 p.443~444를 보자.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으로 타국과 마찰이 일어나고 우리나라도 중국과 접촉이 늘어나면서....중국이라고하면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점점 많다. 하지만 중국과 중국사람 중국문화를 멀리서만 보고 '중국은 또 저러네'하고 단정하는 건 안이한 태도에요. 국제화 시대에 어울리지않고요."라고 저자는 말하고있는데 저자의 어이없는 인식과 안이한 태도에 헛웃음만 난다. 

중국이 달에 우주선을 쏘아올리면 "이제 달도 즈네(중국)거라고 우기겠네~", 중국부자가 유럽고성을 사들이면 "이제 유럽문화도 중국문화라고 우기겠네~". 이런 비아냥이 무슨 사업적 경제적 마찰때문에 전국민적 공감을 산다고 여기는건가?

물론 저자의 의도는 우리가 중국문화와 예술과 중국인의 사상을 이해하고 이웃인 중국과 선린관계를 형성해서 상호존중과 신뢰협력으로 나아가자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상호 존중과 신뢰협력은 말그대로 '상호'일때 형성된다. 중국이 중화사상적 '군림'과 '갑질'에 더해서 아예 '동북공정'이라는 이웃나라 문화와 역사를 강탈하는 역사적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것은 국제화시대에 어울리는 행동일까? 

중국은 4대문명으로 일컬어지는 황하문명의 발생지고 그들이 이룩한 문화적 예술적 성취는 뛰어난 것이었다. 오랫동안 동아시아의 맹주였고 정치사회문화예술 여러가지 면에서 주변국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도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이 책으로 중국미술에 대한 인식과 지평을 넓히고 예술적 이해를 깊이하는 것도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고대사를 훔치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세력을 확대하는 점은 항상 경계하고 주시해야한다.

습근평(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과거에 중국의 일부였고 중국의 속국이었다."라고 한 발언은 1차적으로는 미국을 견제할 목적이었겠으나,중국이 할일없고 심심해서 수십년 세월을 동북공정에 열을 올렸겠는가? 최근 러시아가 '과거에 러시아의 일부였고 소련의 속국이었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나와 상관없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고대사를 중국사로 둔갑시키고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말라고 강요하는 중국을 보면, 친유럽적 자세로 나토에 가입하려한 우크라이나를 저지하고 세력권에 두기 위해 침공한 러시아의 모습이 겹쳐진다. 

청조말기, 군함을 앞세우고 통상을 요구한 구미 열강이 광서제에게 '청(중국)과 조선은 어떤 관계인지'를 물었을 때, 광서제는 '그 나라(조선)가 속국이라고는 하나, 내정과 외치(외교)는 자유로이 한다'고 답했었다. 껍데기는 속국이어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독립국이라는 말이다.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중국이 앞으로 우리를 침공하고 속국화하려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훗날 미국이 쇠하고 공산당 일당독재국가인 중국이 우리를 속국으로 삼게된다면, 그때는 예전 조선왕조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식 조공질서하에서 형식만 속국이지 '내정과 외치는 자유롭게 하던' 그런 형태는 아닐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내 속에 있는 말을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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