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스터 렌 -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김경숙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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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장편소설은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싱클레어 루이스의 초기작이다. 

기념품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그닥 보잘것없는 독신남 렌. 혼자서 자신만의 조용하고 지루한 삶을 살아가고있던 그는 어느날 죽은 부친이 유산으로 남겨준 농장이 팔리면서 그 대금을 받아 적어도 몇 달 동안은 외국여행을 할 만한 돈을 가지게 된다. 회사를 사직하고 평소 바라던 해외여행을 하게 된 렌. 물론 상사 모티머는 혹시 나중에 렌이 회사에 다시 돌아오면 일자리를 주겠다고 말은 하는데 어쨌든 렌은 회사와 바이바이하고 여행비용을 아끼기 위해 가축운반선을 타고 소먹이 일꾼으로 일하면서 영국으로 건너간다. 평소 무시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아무런 반격도 못하던 소심남 렌은 배를 타고 가는 도중에 친구도 사귀고 폭력에는 자신도 폭력으로 맞대응하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대응할 줄 알게 되면서 드뎌 영국땅에 닿아 본격적인 여행을 하게된다. 배에서 일껏 사귄 친구 모튼은 떠났지만 미국과 달리 교양이 넘치는 영국을 둘러보며 이곳저곳 다니는데 미티포스 씨는 미스터 렌을 "상냥한 부인과 함께 여행다니는 데 적합"하다고 평가해준다. 말하자면 렌에게는 함께 영화보고 함께 쇼핑하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여자가 인생에서 필요하다는 말이겠는데 이거야말로 일반적인 보통의 평범한 남자의 평범한 삶 아니겠는가. 갑남을녀의 자질구레 소소한 삶의 모습이 그렇고 그네들의 동반자 찾기가 그렇고. 렌은 이스트라라는 여성을 만나지만 이상야릇한 그녀도 렌을 떠나가고, 미국으로 돌아온 렌은 사직했던 회사에 다시 찾아가 재입사하면서 예전의 삶을 그대로 사는 건 아니고 새 하숙집으로 이사하면서 이번에는 넬리라는 여자와 만나 그녀와 행복한 인생을 함께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다. 이 작품에 사실적인 묘사와 풍자와 유머가 들어있다고하는데 그렇기는하다. 모험담이라고해서 스펙터클 흥미진진 손에 땀을 쥐고 그런 게 아니라 잔잔한 가운데 사실주의적 풍자와 웃음이 깃들어있다고할까. 직접 읽어봐야 비로소 그 맛을 알 수 있는 작품이 있는데 싱클레어의 소설도 바로 그런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싱클레어 루이스의 이름은 들어보긴했지만 그의 소설을 읽어보기는 처음인데 '우리의 미스터 렌'은 싱클레어의 초기작품이지만 아마존의 어느 독자가 평한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Lesser known is not always les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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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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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누군들 걸리버 여행기를 재미있게 보지 않았으랴. 책으로든 만화로든 애니로든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을 여행한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졌었고 기억에 강하게 남았었다. 그러나 거인국 다음에 걸리버가 다른 곳으로도 여행갔다는 이야기만 어렴풋이 들었을 뿐 왜 거인국에서 끝났는지 조금 궁금했는데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본래 원작에서 일부만 가려서 쓴 것이고, 실제로는 작가인 스위프트가 어른을 대상으로 쓴 풍자문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여행한 곳은 크게 4부분으로 되어있는데 처음이 소인국, 두번째가 거인국, 세번째가 날아다니는 섬, 네번째가 말의 나라다. 이중에 세번째로 나오는 라퓨타는 천공의 섬 라퓨타라는 일본 애니 제목으로, 네번째 후이넘의 나라에서 등장하는 야후족은 인터넷 포털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스위프트는 이 책을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쓴 것이 아니라 화나게 하려고 썼다고 말했는데 이 걸리버 여행기를 읽어보면 다른 사람들은 화가 나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로 말하자면 정말로 웃기기도하고 서글프기도하고 작가에게 감탄하기도하고 동감하게도 만드는 참으로 뛰어난 풍자문학작품이라고 말하고싶다. 걸리버의 첫 여행지인 소인국 릴리파트 왕국에서는 2개의 정치당파가 서로 싸우는데 이들은 신고다니는 구두 굽이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 나뉘어서 서로 말도 하지않고 식사도 하지않는다거나, 달걀을 위쪽부터 잘라 먹느냐 아래쪽부터 잘라 먹느냐를 놓고 싸운다거나 하는 데에는 실소를 터뜨리지않을 수 없는데 이런 모습이 다 우리네 인간사회를 풍자하는 것 아닌가. 걸리버가 말의 나라에 가서 인간사회를 설명하는 장면을 한번 보자. "...마음대로 인사권을 휘두르며 상원이나 국무회의 사람들을 매수하여 권력을 지킵니다. 면책법이라는 수단으로 심판에서 벗어나고 국가에서 약탈한 물건을 가득 안고 공직에서 은퇴합니다...". 이건 지금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있는 장면을 그대로 묘사한 것 같다. 지금 기소 중인 누구도 그래봐야 집행유예 판결이나 받을 테고 후안무치 철면피는 20분만에 복직하고..스위프트가 이런 일을 목도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소설이 한 편 더 나왔을거 같다. 아무튼 스위프트가 이 책에서 구사하는 인간의 정치종교문화과학에 대한 전방위적 신랄하고도 날카로운 풍자는 시대와 장소를 떠나서 그대로 쓴웃음을 지은 채 긍정하지않을 수 없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사실 절정은 4부인 말의 나라 이야기인데 여기서 스위프트가 묘사하는 야후는 그야말로 인간, 인간이 저지르는 행태와 너무도 흡사해서 인간이란 대체 어떤 동물인가 눈앞에 들이대어 보여주는 듯하다. 걸리버 여행기는 지금까지 많은 출판사에서 출판되었겠지만 현대지성 클래식의 걸리버 여행기는 19세기 유명한 삽화가 아서 래컴의 그림과 함께하므로 더욱 각별하다. 해제와 대화형식으로 된 작품해설도 독자로서는 감사한 부분이라 말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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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토리텔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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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경알못이라 경제깜깜이인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친절하게 경제상식의 기초를 알려주는 이런 책이 무지 반가울 것이다. 경제는 이론대로만 움직이지는않기때문에 경제기사를 읽을 줄 알아야하고 신문의 경제면을 즐겨 봐야 실상황과 이론을 결부시켜 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단 '경기'부터 시작해서 금리와 물가와 부동산처럼 당장 주위의 경제현상에 대한 기초상식을 알려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다음단계가 주식이나 무역, 환율이다. 며칠 전 뉴스에 또 인하되었다고 나온 금리를 보면 금리란 예금한 돈에 붙는 이자와 비율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돈 사용료'라고 말해주니까 이해가 쉽다. 기준금리는 통화량과 경기를 관리하기위해 정부가 정하는 금리의 기준이다. 예대마진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 따라 은행이 얻는 이익을 말한다. 양적완화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거나 금융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이루어지지만 후유증이 따른다. 왜냐면 양적완화가 계속되면 정부의 부채가 늘어난다는 뜻이므로 계속 양적완화하다가는 나라가 망한다는 거다. 그래서 규모를 축소해야하는데 이걸 테이퍼링이라고한다. 물가를 움직이는 요인에는 4가지가 있다. 수요와 환율과 수입원자재 가격과 국내 생산물의 물가상승이다. 인플레이션은 돈 가치가 떨어지는 거라 실물자산은 인플레 영향이 적고 오히려 물가와 함께 자산가치가 상승한다. 인플레가 계속되면 죽어나는 건 월급쟁이겠다. 그러나 대신 빚쟁이는 현금가치가 줄어드니까 당연히 빚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빚을 잔뜩 지고있을때 인플레이션이라면 살맛나겠지만 의외로 실제 현실에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나.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수요가 공급보다 줄어드는 경기침체인데 현재 우리나라가 디플레의 늪에 빠져있으니 걱정이다. 디플레이션일때는 모두들 물건을 안 사니까 기업 수익이 줄어들고 그러니 결국 기업은 직원을 해고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허리띠를 더 조이고...이런 악순환에서 경기가 점점 나빠지지만 수습할 방법이 없으므로 디플레가 인플레보다 더 무서운 거라는 설명이다. 부동산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갭 투자가 재미있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건 좋지만 만약 집값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때 난감해지고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집을 소유하면 취득세와 등록세와 보유세를 내야하는데 이것도 골치아프다. 암튼 경제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경제상황에 적극 대처하겠지만 경제 기사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또 아니라고한다. 기사를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작성하기도한다니까 결국 독자가 알아서 고르고 걸러야한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개인이 경제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서 자신만의 기준과 안목으로 경제기사를 판단해야한다. 물론 그러자면 먼저 이런 책을 읽으면서 지식부터 중무장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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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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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기대가 좀 컸다. 혼불문학상 수상작이기도하지만 작가가 장편소설도 이미 출간한 전적이 있고 학술상이며 다른 문학상도 받았지만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기에. 최후의 만찬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예수와 열두 제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함께하는 이 유명한 그림을 작가는 조선시대 천주교 서학사건과 결부시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당시 권력을 쥐고있던 노론 공서파는 기존 유교질서와는 대립적인 천주교를 믿는 신서파 남인들을 권력에서 철저히 제거할 목적으로 서학을 배척하고 탄압한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제도권의 권력 안에서 용납되지못하고 박해받는 것이다. 신주를 태우고 제사를 지내지않았다하여 윤지충과 권상연은 사형당하는데 사헌부 감찰어사 최무영이 윤지충의 집에서 압수한 그림 최후의 만찬은 정조의 관심을 끈다. 정조는 김홍도에게 그림을 조사하도록하고 한편 천주교를 믿는다하여 고문당하고 순교한 사람들의 가족은 그들대로 복수를 꿈꾸는데..이야기는 세종시대 장영실에게까지 올라가서 조선에서 사라진 그가 다빈치와 교류했을 가능성, 이후 선조대에 모반사건으로 유명한 정여립이 꿈꾸었던 세상, 장영실이 과학으로 대동세상을 꿈꾸었다면 이후 실학자들의 꿈과 진실과 이상은 또 어떤 것이었는지. 천주실의의 평등세상을 목표로 한 것이었는지. 선과 악의 가름은 또 무엇인지. 실존과 가상의 여러 등장인물이 이리저리 섞이고 역사와 허구가 얼키면서 소설은 역사를 넘어서 철학으로 달려가지만 등장인물들의 실존적 심리적 고뇌가 소설 내에서 관념적이고 사변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는 어려운 것 같다. 말하자면 어떤 일관된 흐름이 부족하고 중구난방으로 어수선 난잡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떨쳐지지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철학을 어려워하고 관심없어하는 내가 문제기도하겠지만. 어쨌든 프리메이슨도 나오고, 특히 향기가 어떻고 하는 부분은 조금 뜬금없게 느껴지기도한다. 하지만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무척 공들인 듯한 문학적 문장의 아름다움은 순수소설이 구사하는 문장의 격은 이런 것이다라고 사람들에게 널리 보여주는 것 같다. 암튼 역사와 철학과 종교를 접목시킨 듯한 소설같다고할까. 천천히 천천히 한 입 한 입 씹듯이 읽어야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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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반려동물
구혜선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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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특이하다. 너는 나의 반려동물이 아니라 나는 너의 반려동물. 사람이 동물과 같이 살면서 동물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그들을 보는 게 아니라 동물의 관점에서 인간인 내가 동물인 너의 반려동물이라고 말한다... 이 조금 특이한 제목의 동물 관련 사진에세이는 배우인 구혜선이 쓴 책이다. 구혜선하면 아는 사람은 알 만큼 유명한 배우. 원래 드라마 시청하다가 처음 알게된 배우인데 의외로 활동반경이 매우 큰 배우였다. 영화도 제작하고 감독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외모도 이쁘지만 다재다능한 듯해서 퍽 부러웠지만 그렇다고 연예인 사생활에까지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이 에세이책으로 그녀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 그것도 개 3마리, 고양이 3마리를 함께 키우고있다는 걸 알게됐다. 요즘은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지만 하나면 몰라도 여섯마리나 키우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들 것같다. 하긴 부자면 별 상관없겠지만. 그런데 동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겉과 속이 다르고 거짓말하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본인의 이익부터 따지는 인간과는 달리 동물은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여주기때문에 동물에게 정을 쏟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닐까. 이 책은 구혜선이 직접 쓴 글과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 일부로 이루어져있는데 글을 읽어보면 구혜선도 겉으로는 화려한 연예인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마음 속은 일반 보통사람과 별로 다를 게 없는 것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너만이 나를 

한결같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27페이지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도

나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


내 곁에 있어줄 너니까.  -64페이지



근데 엄마

여긴 내 집이 아니라 

개집에 내가 사는 거야.  -73페이지



책은 동물사진이 많고 사진 옆에 시처럼 짤막한 글이 함께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키우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찍은 사진에선 반려동물에 대한 짙은 애정과 사랑도 묻어나지만 구혜선의 외로움과 고독, 강아지와 고양이가 먼저 죽지않을까하는 걱정, 만약 그렇다해도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맹세, 그런 것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내용이다. 서로를 길들이고 사랑하는, 나는 너의 반려동물이고 너는 나의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가슴에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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