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산다 -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곤충 라이프
주에키타로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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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트이자 만화가, 화가인 작가가

어릴 때부터 생물 사육과 관찰을 좋아해서 그 생물을 기르며

독특하면서도 세밀한 화풍으로

본인만의 해석으로 그린 만화이다.

곤충들을 관찰하며

각각의 성격 차이를 이용하여

인간들의 생활을 그대로 담아낸 듯 유머를 결합해

곤충들의 매력을 담아냈다.


공벌레와 번데기를 이용한 스포츠 이야기,

개미와 베짱이를 각색하여 일하기 싫어하는 개미와 베짱이가 한 팀이 되어

일하는 개미들을 위하여 연주활동을 하며 재능을 키우는 이야기,

영원한 라이벌인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

나비를 이용하여 인스타 감성을 표현하는 이야기,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는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고 평온할 수 있는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통한 곤충들의 일상들은 인간사의 모습과 흡사하다.

수채화풍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만화로 표현된 책은

읽고 보면서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감동도 느낄 수 있으며

곤충들의 세계를 통하여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그로 인한 희망도 엿볼 수 있다.

바쁘게 쫓기듯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며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살아가는 곤충들의 라이프를 통해

잠시라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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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장미의 심연까지
나카야마 가호 지음, 김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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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파멸적인 여자 × 여자의 사랑"

 

제14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으로

일본에서 절판된 후 독자들과 편집자의 요청으로 20년 만에 다시 복간한 작품이다.

 

이 책은 이십 년 전에 쓴 여자들의 사랑을 다룬 퀴어소설이다.

작가가 말하기를 아직 일본에서 동성애는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이고,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한 자치체도 극히 드물다고 한다.

세상에는 동성애를 범죄 취급하여 비인도적인 형을 선고하는 나라도 있을 정도로 아직도

동성애에 관대하지 않다. 하물며 이십 년 전에는 어땠을까?

저자는 '미칠 듯이 아름다운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연애는 무척이나 뜨겁고 에로틱하다.

육체적인 쾌락과 서로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여 폭발하는 듯한 감정들을 쌓아가며,

달콤하지만 파멸적이고, 뜨겁지만 서글프며, 순수하지만 치열한 사랑을 해 나간다.

서로를 탐닉하는 두 여자는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랑이 짙어질수록

아름다움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행복이자 불행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고통스러우며 불안과 외로움에 지쳐 나간다.

 

도쿠코와 루이의 사랑에서는 상대의 성별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었던 듯하다.

동성애를 다루는 소설이지만 성애 장면의 거침없는 표현과 육체적인 욕구에 솔직한 책이다.

위험한 사랑의 열정과 두 여자의 아슬아슬한 사랑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한다.

책이 처음 나온 이십 년 전보다 더 많이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사랑의 뜨거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두 여자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그때 나는 마흔셋이었고,뉴욕의 기노쿠니야서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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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자전거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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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대, 흩어진 이야기를 추적하는 삶의 대서사극"


작가 우밍이는 현대 대만 문학을 대표하는 대만 국민 작가이며, [도둑맞은 자전거]는 국내에서 나온 첫 장편소설이다.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리브르 앵쉴레르 수상 작가이기도 하다.


1992년 타이베이의 가장 큰 상가가 허물어지던 날, 아버지가 자전거와 함께 사라졌다. 그로부터 수십 년간 주인공 '청'은 아버지를 찾다가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을 추적한다.

자전거에 얽힌 '청'의 집안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까막눈이었던 외조부는 자전차를 도둑맞았다는 신문기사를 접어 소중히 보관하며 자전차 한 대를 갖는 꿈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꿈은 외할아버지의 죽음과도 이어진다. 당시의 자전거는 자전차라고 불릴 정도로 집 한 채와 맞먹는 큰 재산이었던 것이다.

'청'은 딸만 내리 다섯을 둔 부모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경험한 여러 상실감들을 가슴에 묻은 채 어른이 된 후 고물 수집가 '아부'를 통해 아버지의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에 대해 힌트를 얻어 자전거가 거슬러온 여정을 가보기로 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전거의 궤적을 쫓던 '청' 앞에는 옛 풍경이 드러나며, 현대 대만에서 출발해 쏟아지는 폭격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시, 말레이반도, 북미얀마의 밀림을 헤매는 코끼리와 사람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이어지며 희미하게 빛바랜 자전거를 끄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사라진 아버지와 자전거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청'은 이별과 상실, 삶과 죽음, 전쟁의 상흔들을 만난다. 전쟁에 희생된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희생되어야만 했던 동물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사라진 자전거'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는 얽혀 있다. 가족의 서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식민시대의 역사와 전쟁 등 대만 100년사를 묵직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중간중간 바이크의 노트를 통하여 다양한 시대별 모델의 자전거를 보여주며, 자전거의 역사도 볼 수 있다.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을 찾는 이야기가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전거를 통하여 누군가는 삶을 지키고, 누군가는 운명을 바꾸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허구의 자전거를 타고 바퀴를 거꾸로 돌려 따라가보는 색다른 과거로의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를 특히 전쟁의 슬픔을 서정적 감성에 시적인 언어가 더해져 매혹적이기까지 한 소설이다. 그저 인생의 운 만 믿고 살았던 그에게 돌아온 아버지의 행복표 자전거 '04886' 수십 년이 흘러 색은 바랬지만 행복자전거는 여전히 바퀴를 굴리며 땅을 딛고 움직인다.

묵직한 소설이지만 우리는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에 대한 기억을 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것은 '행복'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소설에서 희망을 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당신에게 그날 새벽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것 같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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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산 자와 사후의

두 남자의 인생을 따라가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스위스 베른에서 '걸어 다니는 사전'으로 불리며 '고전 문헌학'을 가르치는 초로의 교사 그레고리우스,

비가 쏟아지는 날 출근길에 포르투갈어를 쓰는 우연히 마주친 여자로 인하여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앞으로 많은 경험을 할 학생들과 달리 나의 인생에는 무엇이 남았는가?라는 막연한 의문을 가지고

수업을 중단하고 학교를 뛰쳐나와 거리를 헤매던 중,

중고서점에서 포르투갈어로 씌여진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되고,

서점 주인이 읽어 준(그는 포르투갈어를 모른다) 책의 서문 중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문장에서 자신의 심정을 읽은 후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욕망에 휩싸인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른다.

리스본에 간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언어의 연금술사]의 저자인 아마데우 이나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의 생을 추적한다.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주변 인물을 찾아 리스본을 뒤적이며 작가의 삶을 쫓는다.

작가 프라두는 존경받는 의사였지만, 살라자르 독재 정권 시대에 악명 높은 경찰을 살려준 것을 계기로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신망을 잃고 죽기 전까지 남몰래 저항운동에 참여했다.

그레고리우스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삶을 쫓아다니며

프라두의 생전의 기록들을 살펴보며 격정의 시대를 살아가며 세상의 불합리에 맞서 싸운 그의 생각들을 살핀다.

프라두의 기록을 통하여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의 역사와 투쟁, 종교와 신을 아우르는 사색과, 부모와 자식 간의 이념의 갈등,

프라두의 철학적인 사색까지 두루 섭렵하고 프라두의 삶에 깊게 매료된다.

소설은 600쪽이 넘을 정도의 두꺼운 책이고, 언어와 문학의 천재성을 가진 두 남자의 사유의 기록이므로

어려운 문장은 깊은 사색을 요하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감각으로 나온 비채의 책은 읽기에 무리가 없었다.

한 남자의 삶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그의 힘들었을 삶에 위로와 안타까움을 가질 수 있었으며

또 한 남자, 성실한 삶을 살아가던 남자가 일탈을 감행하여 타인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과감히 현실을 벗어나 구부정한 어깨를 펴고, 후질 구레 한 외적인 모습까지 번듯하게 바꾸어 가며,

또 다른 자신의 삶을 여행하는 모습에 희망을 가지며 읽기를 포기할 수 없는 책이다.

어떤 사람들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포르투갈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고 한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며, 나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본다.

사색적인 문장과 철학을 통하여 삶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삶의 방식에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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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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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화차]등으로 유명한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여사로 불리는 작가가 작가 생활 30년 만에 첫 도전으로 쓴

선득하고도 따뜻한 카리스마를 담은 SF 소설집이다.

작가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로봇청소기에 다정한 격려를 보내는 아버지에게서 영감을 받아 기존에 집필하던 장르와는 전혀

다른 SF 소설집을 출간했다.

대안가족, 아동학대, 노인문제, 감시사회 등 사회문제를 SF 적인 시선으로 표현하였으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위시해

기계와 익숙해지고 있는 미래의 삶을 상상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첫 이야기 [엄마의 법률]은 학대받은 아이와 그 부모를 구제하는 '마더법'에 따라 '기억 침전화'를 실시하여 양가정에 입양되어

친 가족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살다가, 양부모 중 한 부모만 남았을 때 가족이 해체되면서 국가기관인 '그랜드 홈'에 보내지면서

미래 새로운 가족의 형태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전투원]은 우리의 곁에 무수히 많은 감시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다.

일선에서 은퇴한 후 산책이 하루 일과의 전부가 된 노인 다쓰조,

늘 같은 구간을 같은 시간에 산책하던 그는 동네 방범 카메라 위치가 자꾸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현대인들의 행동반경을 감시하는 방범 카메라에 대응하는 노인들과 어린아이의 관심, 기계를 상대로 인간이 살아가는 정황들을 기록하며 보호받는 듯하지만, 그것은 또한 인간에게 침략자로도 다가오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안녕의 의식]

'노구치 봉사회'에서 온 어린 여자애는 '하먼'이라는 가사도우미 로봇을 AS 하려고 한다.

하지만 '하먼'은 '카운슬링 코너'에서 최후 선고를 받고 폐기 처리장으로 옮겨진다.

음성인식 기능도 발성 능력도 상실한 폐기 처분 직전에 있는 로봇과 수화로 대화하면서 인간은 눈물을 흘리고,

로봇의 마지막 수화는 '나를 죽게 해주세요'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로봇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인간은 로봇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로봇을 의인화한다.

로봇을 조립하는 인간은 자신도 더 이상 인간이기보다는 차라리 로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뭉클함과

우리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이 외에도 단편들은 인터넷 매체를 통한 거짓과 진실, 무차별 살상사건 , 아동학대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민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짧은 호흡의 단편소설이기에 어떤 소설을 먼저 읽어도 무관하며, 어떤 결론을 내기보다는

우리에게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

8편의 단편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소재를 다룸으로써 SF 소설이라지만

상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현실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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