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산 자와 사후의
두 남자의 인생을 따라가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스위스 베른에서 '걸어 다니는 사전'으로 불리며 '고전 문헌학'을 가르치는 초로의 교사 그레고리우스,
비가 쏟아지는 날 출근길에 포르투갈어를 쓰는 우연히 마주친 여자로 인하여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앞으로 많은 경험을 할 학생들과 달리 나의 인생에는 무엇이 남았는가?라는 막연한 의문을 가지고
수업을 중단하고 학교를 뛰쳐나와 거리를 헤매던 중,
중고서점에서 포르투갈어로 씌여진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되고,
서점 주인이 읽어 준(그는 포르투갈어를 모른다) 책의 서문 중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문장에서 자신의 심정을 읽은 후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욕망에 휩싸인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른다.
리스본에 간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언어의 연금술사]의 저자인 아마데우 이나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의 생을 추적한다.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주변 인물을 찾아 리스본을 뒤적이며 작가의 삶을 쫓는다.
작가 프라두는 존경받는 의사였지만, 살라자르 독재 정권 시대에 악명 높은 경찰을 살려준 것을 계기로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신망을 잃고 죽기 전까지 남몰래 저항운동에 참여했다.
그레고리우스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삶을 쫓아다니며
프라두의 생전의 기록들을 살펴보며 격정의 시대를 살아가며 세상의 불합리에 맞서 싸운 그의 생각들을 살핀다.
프라두의 기록을 통하여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의 역사와 투쟁, 종교와 신을 아우르는 사색과, 부모와 자식 간의 이념의 갈등,
프라두의 철학적인 사색까지 두루 섭렵하고 프라두의 삶에 깊게 매료된다.
소설은 600쪽이 넘을 정도의 두꺼운 책이고, 언어와 문학의 천재성을 가진 두 남자의 사유의 기록이므로
어려운 문장은 깊은 사색을 요하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감각으로 나온 비채의 책은 읽기에 무리가 없었다.
한 남자의 삶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그의 힘들었을 삶에 위로와 안타까움을 가질 수 있었으며
또 한 남자, 성실한 삶을 살아가던 남자가 일탈을 감행하여 타인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과감히 현실을 벗어나 구부정한 어깨를 펴고, 후질 구레 한 외적인 모습까지 번듯하게 바꾸어 가며,
또 다른 자신의 삶을 여행하는 모습에 희망을 가지며 읽기를 포기할 수 없는 책이다.
어떤 사람들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포르투갈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고 한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며, 나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본다.
사색적인 문장과 철학을 통하여 삶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삶의 방식에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