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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평점 :
[모방범], [화차]등으로 유명한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여사로 불리는 작가가 작가 생활 30년 만에 첫 도전으로 쓴
선득하고도 따뜻한 카리스마를 담은 SF 소설집이다.
작가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로봇청소기에 다정한 격려를 보내는 아버지에게서 영감을 받아 기존에 집필하던 장르와는 전혀
다른 SF 소설집을 출간했다.
대안가족, 아동학대, 노인문제, 감시사회 등 사회문제를 SF 적인 시선으로 표현하였으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위시해
기계와 익숙해지고 있는 미래의 삶을 상상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첫 이야기 [엄마의 법률]은 학대받은 아이와 그 부모를 구제하는 '마더법'에 따라 '기억 침전화'를 실시하여 양가정에 입양되어
친 가족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살다가, 양부모 중 한 부모만 남았을 때 가족이 해체되면서 국가기관인 '그랜드 홈'에 보내지면서
미래 새로운 가족의 형태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전투원]은 우리의 곁에 무수히 많은 감시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다.
일선에서 은퇴한 후 산책이 하루 일과의 전부가 된 노인 다쓰조,
늘 같은 구간을 같은 시간에 산책하던 그는 동네 방범 카메라 위치가 자꾸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현대인들의 행동반경을 감시하는 방범 카메라에 대응하는 노인들과 어린아이의 관심, 기계를 상대로 인간이 살아가는 정황들을 기록하며 보호받는 듯하지만, 그것은 또한 인간에게 침략자로도 다가오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안녕의 의식]
'노구치 봉사회'에서 온 어린 여자애는 '하먼'이라는 가사도우미 로봇을 AS 하려고 한다.
하지만 '하먼'은 '카운슬링 코너'에서 최후 선고를 받고 폐기 처리장으로 옮겨진다.
음성인식 기능도 발성 능력도 상실한 폐기 처분 직전에 있는 로봇과 수화로 대화하면서 인간은 눈물을 흘리고,
로봇의 마지막 수화는 '나를 죽게 해주세요'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로봇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인간은 로봇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로봇을 의인화한다.
로봇을 조립하는 인간은 자신도 더 이상 인간이기보다는 차라리 로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뭉클함과
우리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이 외에도 단편들은 인터넷 매체를 통한 거짓과 진실, 무차별 살상사건 , 아동학대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민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짧은 호흡의 단편소설이기에 어떤 소설을 먼저 읽어도 무관하며, 어떤 결론을 내기보다는
우리에게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
8편의 단편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소재를 다룸으로써 SF 소설이라지만
상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현실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