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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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카미도리 노아키는 출간 작마다 대표 문학상을 석권하는 경이로운 작가로서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미스터리 판타지로, 책의 매력을 한껏 담아낸 보물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이다. 작가와 평론가, 그리고 서점 직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2021년 서점대상 노미네이트. 기노쿠니아 베스트북 3위에 올랐고, 동명의 제목으로 코미컬라이징 되기도 했다.

책의 마을로 유명한 요무나가마을은 50여 곳의 책과 관련된 가게들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서고 '미쿠라 관'은 도서 수집가인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미후유의 아버지 아유무에 이르기까지 개인 서고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200여권의 희귀본을 도둑맞은 후 미후유의 할머니의 뜻에 따라

결국 미쿠라 관은 폐쇄되었고 미쿠라 집안사람 이외에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고등학생 미후유였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날 아픈 아버지 대신 고모가 지키고 있는 미쿠라관에 들른 미후유는 이상한 쪽지를 발견하고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다'라는 문구를 읽는 순간 책 속 이야기의 세계로 들어가 모험을 시작한다.

미후유는 수수께끼의 인물인 새하얀 머리카락의 소녀 마시로와 함께

새로운 쪽지를 펼칠 때마다 이야기의 감옥에 갇히어 북커스가 발동하면서 마을의 모습이 변해가는 그곳에서 책 도둑을 찾아서 저주에 빠진 마을을 구한 후 마을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아야만 한다.

200권의 책을 훔친 범인을 잡아야만 하는 책 속 모험의 세계는

진주비가 내리고 아침이 오지 않는 마을, 인쇄물이 금지되고 책 읽는 것이 금지된 도시, 은빛 괴수가 존재하여 신기한 광물을 만들어 내는 마을, 사람은 모두 사라지고 동물만 남은 마을 등 색다른 세계의 모험을 통하여 미후유는 할머니가 책을 지키기 위해서 저주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정체를 밝히려 하는데~~

하드보일드, 호러,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의 책 세계를 모험하는 미후유는

쪽지를 발견하고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은 어린 시절 책 읽기를 좋아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는 장면에서는 책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도 되는 책이다.

책을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의 세계를 모험함으로써

환상적인 이야기와 미후유와 마시로가 우정을 쌓으며 써 내려가는 책 속 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책이다.

잠시나마 현실을 떠나 상상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요무나가마을의 미쿠라 가이치라 하면,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린 책 수집가이자 평론가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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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2 벽 SF 보다 2
듀나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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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낸 [SF 보다]는 동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와 작가들의 상상력을 결합한 단편으로 하이퍼-링크, 크리티크 등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1년에 두 권씩 출간된다고 한다. 독자들에게 더없이 놀라운 S(Story)와 끝없이 새로운 F(Frame)을 보여 줌으로써 환상적인 사유를 자극하며 다양한 S와 F가 만나 이 시대의 중력에서 벗어난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벽이란 무엇일까?

어느 날 갑자기 예측 불허한 혹은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면,

누군가는 그 벽을 넘으려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넘기를 포기하고 돌아서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집에는 '벽'이라는 이미지를 다양하게 풀어낸 6개의 단편이 들어 있다.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 두 편을 소개하면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나윤은 손가락이 짧아 고민하던 중

마녀를 만나 '3차원에서만 살 때 가지는 모든 가능성'을 맡긴 채

길어진 손가락으로 상상력의 세계인 4차원에서의 연주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윤의 능력은 행복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넘을 수 없었기에 간절했지만, 다시 돌아갈 수도 없기에 아득한 그런 벽을 마주하는 불안함을 보여준다.


[무너뜨리기]

결혼 7년 차 부부에게는 첫 만남에서 느껴지는 벽이 모두 허물어져 편안하지만 무심한 나날들을 보내기에 그들은 '부부 리빌딩 체험'을 신청한다.

부부 사이에 허물어진 벽이 다시 생기니 적당한 거리도 유지하고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감정 리빌딩'으로 설렘의 시간으로 돌아간 그들에게 어떤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다시 세워진 벽은 그들에게 설렘을 가져다줄 것인가? 편안함의 몰락일까?

다른 단편들도 시간적인, 공간적인 배경은 달랐지만 '벽'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대를 사는 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벽들을 만나 그 벽에 부딪혀 혼란과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벽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벽이라는 개념을 소설을 통하여

벽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존재하는 벽은 어떤 기능을 하기를 원하는지?

벽을 긍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부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는 벽 안에 있는지 벽 밖에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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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이야기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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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호러의 일인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 절망과 경악의 암흑기담집

호러의 귀재 기시 유스케가 10년에 걸쳐 그려낸 새로운 시리즈로서 기담집에 들어 있는 네 편의 이야기는

가을의 스산한 날씨를 배경으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농락당하고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공통된 주제의 작품이다.



첫 번째 < 아귀의 논 >

사랑을 하고 싶고, 받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전생의 업보 때문에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슬픈 이야기

∽∽∽

두 번째 <푸가>

호러 작가인 아오야마는 마감을 앞두고 실종된다.

그가 남긴 원고를 바탕으로 작가의 행적을 추적하는 편집자는 기이한 초자연 현상들에 경악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실제와 허구를 헷갈리게 하며 인간의 힘으로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

세 번째 < 백조의 노래>

신의 목소리를 가진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담긴 저주 이야기.

무명 가수에게 감춰진 초자연적인 현상이지만 백조의 노래에 담긴 아픈 사연에 가슴이 찌릿하다.

∽∽∽

네 번째 <고쿠리상>

각자의 괴로움을 가진 학생들이 귀신을 불러내어 미래를 점치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기이한 경험을 한 후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한때 우리나라에는 '분신사바'라는 이름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한창 떠돌던 일이 생각난다.

∽∽∽

네 편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기이한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보여준다.

일본 에도 시대의 고전 속 초자연적 이야기들을 모티브로 삼았음인지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기이함으로 비롯된 인간의 공포심을 유발한다.

명확하게 설명될 수는 없지만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들에서

운명 앞에 무력한 인간의 절망감을 보여 주지만

그 운명에 맞서서 헤쳐 나가려는 인간의 삶을 엿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다니구치 미하루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머리맡에 있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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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개정판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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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까지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 91년생 김지영,

작업치료사로 재활병원에서 고된 업무에 시달리던 어느 날

그녀는 행복해지기로 결심하고 뉴욕행 항공권을 구매했다.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저자는 퇴사를 하고 1년 7개월 동안 40여 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낭만적이지만은 않았고 지치고 힘들 때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여행길 위에서 그녀는 행복감을 맛보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후회가 없었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더니

어느 순간 모든 것이 가능해지고

안락함과 푸근함 그리고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음을 말한다.

"순간의 선택으로도, 한 번의 여행으로도 바뀔 수 있는 게 인생이었다.

과정을 사랑하지 못한 나는 많이 아파했다.

오늘이 행복하면 어제에 미련이 없다는 것을,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나는

어수룩했던 그때의 나를 안아 준다. (p77) "



여행을 통해서 그녀는 물질적인 어떤 것을 잃은 것도 있지만,

일탈에서 낭만을 느끼는 것에 행복해했으며,

선한 마음이 좋았다가 예쁜 미소가 좋은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을 고백하기도 한다.

사람을 두려워하지만 낯선 사람의 한 번의 미소에 마음이 풀리는 저자

여행에서 삶을 배우고 함께 사는 법을 알아가는 사람,

여행지에서 그곳의 풍경과 멋과 맛을 소개하기보다는

그곳에서 느낀 감정들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사람.

여행지에서 자신을 믿으며 자신과 친해지는 법을 알아가고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

저자는 현장감이 가득한 사진들과

감성이 가득한 글들로 독자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책을 읽으며 작가는 참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모한 용기조차도 자신의 행복으로 만들어 버린 저자 자신이 예쁜 것을 닮았기에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탈의 용기를 주며,

일탈을 꿈만 꾸는 사람들에게는 대리만족도 되어 준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작가를 따라 꽂히는 곳으로 함께 떠나 보세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잘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세상을 비교와 경쟁의 시각에서 보는 못난 나라도,

여행지에선 비교할 건덕지를 찾을 수가 없다. ~

백 명의 사람이 같은 곳을 가고, 같은 것을 보아도

느끼고 받아들이고

즐기는 데는 백 가지의 방법이 각자 있다니,

얼마나 쿨하고 아름다운지.

삶과 가장 가까운 위로 중, 이만한 위로가 있을까."(p27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그것은 조금도 다를 게 없는 날의 일이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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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이수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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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나를 믿고 나에게 기꺼이 몸을 맡겨준 환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저자는 외과학 박사이자 의학 전문의이며 에세이스트이다.

외과 전문의가 된 지 십수 년째, 함께 울고 웃었던 수많은 환자들을 모두 기억할 수 없음을 깨닫고, 시간이 지나며 퇴색되고 흐려지도록 내버려 둘 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했다고 한다.

Part 1. 외과의사 이야기에서는

크론병을 앓고 있는 저자가 대장 항문과 전공인 외과의사의 삶을 살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면서 겪은 자신의 삶을 전해준다.

외과의사의 삶은 TV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들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기에 그는 차라리 '자신도 배우이고 싶다'라고 할 정도로 현실에서의 아픈 기억들을 말한다.

수술을 성공하고 완쾌한 환자보다는 실패의 기억과 치료 불가한 환자들과 함께 눈물 흘린 기억을 말하며

수술 주머니를 차고 휴식을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의사를 얘기하기도 한다.

환자를 살려보겠다고 시작한 외과의사의 길인데, 항상 그럴 수 없음에 절망하게 되는 의사의 숙명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선택한 외과의사의 길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담담히 전한다.

Part 2. 환자 이야기에서는

그동안 만난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어떤 상황에서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기에

의사로서 진실로 환자를 대하고 삶과 죽음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음을 깨닫고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간다고 고백하며

환자의 죽음 앞에서 엉엉 울어버린 일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의사들은 이성적이며 냉철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고

어려운 용어를 쓰며 굳은 얼굴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명이나 수술의 경과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환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위축되고, 어렵기만 한 사람이 담당의 특히 집도의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편견을 깨주었다.

자신의 전문성에 최선을 다하며 진심을 다하여

환자의 입장을 혹은 보호자의 입장을 돌아봐주기도 하는 의사였다.

-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듯, 나의 작은 선택 하나가 환자의 삶과 죽음을 가르게 될지도 모른다. 환자의 인생이 걸린 그 판단의 무게는 때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p237) -

이러한 묵직한 무게감을 안으면서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살리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의사 생활에 감사를 보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의사 면허를 딴 지 벌써 십오 년이 지났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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