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마물의 탑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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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작가이자 편집자인 미쓰다 신조,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적 호러를 접목시킨 독특한 작품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 책은 방랑하는 청년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패전 이후 해운의 요체가 될 등대지기가 되어 두 번째 근무지인 고가사키 등대로 향한다.

하지만 등대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험한 파도로 인해 배가 접안하지 못해 산길을 택해 가던 중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날은 저물고 뒤에서는 정체 모를 무언가가 쫓아오는 것도 같은 공포에 헤매다가 숲속의 하얀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된다.

여관 주인이 도시락에 남긴 '만약 길을 잃더라도 하얀 집에는 가지 마세요. 거기서 묵으면 안 됩니다.'라는 쪽지에 적혀 있던 집이었다.

그 집에는 이상한 가면을 쓴 노파와 어린 손녀 딸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음습한 기운으로 오싹함을 느끼지만

무사히 밤을 보내고 이 지역의 마물인 '시라몬코'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과연 이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야타는 첫 번째 등대에서 근무할 때 자살하려는 소녀를 구해 준 적이 있었는데

고마워하기보다는 원망과 증오의 눈길만 받은 일을 기억하며 막연한 공포를 느끼던 중

하얀 마물이 혹시 그 소녀가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를 의심하고 불안해하지만 결국 등대에 도착한다.

등대에 도착해서도 하얀마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던 중

등대장에게 20년 전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일본의 패전 이후 새로운 산업과 시대의 가호를 상징하는 등대는 불을 밝혀 길잡이 역할을 하지만

등대가 세워진 곳은 벽지이고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곳으로서 고립된 곳을 상징하며,

기암괴석에 우뚝 솟아난 존재, 칠흑빛 공포, 꿈틀대는 숲,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그리고 민속신앙을 통하여 숲에 사는 전설 속 괴물까지

조용함 속에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와 허상이 혼합되어 무시무시한 공포와 소름과 증오, 살의에 이르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처할수록 투지가 솟아나는 남자 모토로이 하야타는

등대장과의 2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논리적인 추리력을 보여주고 반전의 매력을 이끌며

단순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여러 가지 혼선을 야기하고 오싹한 공포로 시작한 소설은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호러 미스터리로 공포와 추리를 즐기는 독자라면

거장의 작품으로 꼭 만나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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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in 상하이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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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장르는 '패닉 코미디'이다.

'패닉 코미디'는 죽음, 공포, 폭력 등과 같은 무서운 요소를 유머와 결합하여 만든 장르이다.

이 장르는 사실적이지 않은 소재와 비극적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다루며, 때로는 블랙코미디와 유사한 요소가 포함된다.

도미노 in 상하이는 '패닉코미디'답게 책을 읽는 동안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다가 순간 소리를 내어 웃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너무나 허무맹랑한 설정으로 어이가 없는 장면도 보이지만 유쾌, 통쾌한 면도 있기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쉽게 읽히고 즐겁게 읽힌다.

인생에서 우연은 필연이라고 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증명하듯

얽히고설킨 사람들, 낯선 이들끼리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사육사 몰래 트레이닝을 하며 동물원을 탈출하여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판다 '강강'이 한시를 읊기도 하고,

이구아나 '다리오'의 유령은 허공을 맴돌며 인간을 유인하기도 하여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며,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의 모습에서는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허무맹랑하기도 하지만

사실을 따지기보다는 허구를 그대로 즐기는 맛이 있는 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상상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한다.

작가의 바람대로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단순 명료하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늘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일상에 활기를 줄 수 있는

유쾌하고 명랑한 일본 소설을 읽고 싶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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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산다 -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곤충 라이프
주에키타로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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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트이자 만화가, 화가인 작가가

어릴 때부터 생물 사육과 관찰을 좋아해서 그 생물을 기르며

독특하면서도 세밀한 화풍으로

본인만의 해석으로 그린 만화이다.

곤충들을 관찰하며

각각의 성격 차이를 이용하여

인간들의 생활을 그대로 담아낸 듯 유머를 결합해

곤충들의 매력을 담아냈다.


공벌레와 번데기를 이용한 스포츠 이야기,

개미와 베짱이를 각색하여 일하기 싫어하는 개미와 베짱이가 한 팀이 되어

일하는 개미들을 위하여 연주활동을 하며 재능을 키우는 이야기,

영원한 라이벌인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

나비를 이용하여 인스타 감성을 표현하는 이야기,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는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고 평온할 수 있는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통한 곤충들의 일상들은 인간사의 모습과 흡사하다.

수채화풍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만화로 표현된 책은

읽고 보면서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감동도 느낄 수 있으며

곤충들의 세계를 통하여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그로 인한 희망도 엿볼 수 있다.

바쁘게 쫓기듯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며

저마다 생긴 대로, 열심대충 살아가는 곤충들의 라이프를 통해

잠시라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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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장미의 심연까지
나카야마 가호 지음, 김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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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파멸적인 여자 × 여자의 사랑"

 

제14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으로

일본에서 절판된 후 독자들과 편집자의 요청으로 20년 만에 다시 복간한 작품이다.

 

이 책은 이십 년 전에 쓴 여자들의 사랑을 다룬 퀴어소설이다.

작가가 말하기를 아직 일본에서 동성애는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이고,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한 자치체도 극히 드물다고 한다.

세상에는 동성애를 범죄 취급하여 비인도적인 형을 선고하는 나라도 있을 정도로 아직도

동성애에 관대하지 않다. 하물며 이십 년 전에는 어땠을까?

저자는 '미칠 듯이 아름다운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연애는 무척이나 뜨겁고 에로틱하다.

육체적인 쾌락과 서로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여 폭발하는 듯한 감정들을 쌓아가며,

달콤하지만 파멸적이고, 뜨겁지만 서글프며, 순수하지만 치열한 사랑을 해 나간다.

서로를 탐닉하는 두 여자는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랑이 짙어질수록

아름다움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행복이자 불행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고통스러우며 불안과 외로움에 지쳐 나간다.

 

도쿠코와 루이의 사랑에서는 상대의 성별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었던 듯하다.

동성애를 다루는 소설이지만 성애 장면의 거침없는 표현과 육체적인 욕구에 솔직한 책이다.

위험한 사랑의 열정과 두 여자의 아슬아슬한 사랑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한다.

책이 처음 나온 이십 년 전보다 더 많이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사랑의 뜨거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두 여자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그때 나는 마흔셋이었고,뉴욕의 기노쿠니야서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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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자전거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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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대, 흩어진 이야기를 추적하는 삶의 대서사극"


작가 우밍이는 현대 대만 문학을 대표하는 대만 국민 작가이며, [도둑맞은 자전거]는 국내에서 나온 첫 장편소설이다.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리브르 앵쉴레르 수상 작가이기도 하다.


1992년 타이베이의 가장 큰 상가가 허물어지던 날, 아버지가 자전거와 함께 사라졌다. 그로부터 수십 년간 주인공 '청'은 아버지를 찾다가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을 추적한다.

자전거에 얽힌 '청'의 집안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까막눈이었던 외조부는 자전차를 도둑맞았다는 신문기사를 접어 소중히 보관하며 자전차 한 대를 갖는 꿈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꿈은 외할아버지의 죽음과도 이어진다. 당시의 자전거는 자전차라고 불릴 정도로 집 한 채와 맞먹는 큰 재산이었던 것이다.

'청'은 딸만 내리 다섯을 둔 부모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경험한 여러 상실감들을 가슴에 묻은 채 어른이 된 후 고물 수집가 '아부'를 통해 아버지의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에 대해 힌트를 얻어 자전거가 거슬러온 여정을 가보기로 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전거의 궤적을 쫓던 '청' 앞에는 옛 풍경이 드러나며, 현대 대만에서 출발해 쏟아지는 폭격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시, 말레이반도, 북미얀마의 밀림을 헤매는 코끼리와 사람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이어지며 희미하게 빛바랜 자전거를 끄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사라진 아버지와 자전거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청'은 이별과 상실, 삶과 죽음, 전쟁의 상흔들을 만난다. 전쟁에 희생된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희생되어야만 했던 동물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사라진 자전거'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는 얽혀 있다. 가족의 서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식민시대의 역사와 전쟁 등 대만 100년사를 묵직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중간중간 바이크의 노트를 통하여 다양한 시대별 모델의 자전거를 보여주며, 자전거의 역사도 볼 수 있다.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을 찾는 이야기가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전거를 통하여 누군가는 삶을 지키고, 누군가는 운명을 바꾸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허구의 자전거를 타고 바퀴를 거꾸로 돌려 따라가보는 색다른 과거로의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를 특히 전쟁의 슬픔을 서정적 감성에 시적인 언어가 더해져 매혹적이기까지 한 소설이다. 그저 인생의 운 만 믿고 살았던 그에게 돌아온 아버지의 행복표 자전거 '04886' 수십 년이 흘러 색은 바랬지만 행복자전거는 여전히 바퀴를 굴리며 땅을 딛고 움직인다.

묵직한 소설이지만 우리는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에 대한 기억을 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것은 '행복'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소설에서 희망을 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당신에게 그날 새벽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것 같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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