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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직지심경이라고 부르겠다. 직지심체요절을 직지심경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이유에 공감하지 못한다. "경"이라는 것에 어떤 경외심 같은게 있다면 더욱 직지를 직지심경으로 불러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문화에 대한 자신감?이랄까 우리는 너무 겸손하다가 아니라 자기비하가 지나치다고 본다. 국수주의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 이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구텐베르크에 대한 지나친 격하로만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지난 2018년 청주에서 열린 직지 페스티벌은 이제 국제 행사로 한단계 상향했고 더 많은 예산을 받아내었다. 김진명 작가님의 이 책이 작년에 출간되었다면 행사가 더 주목받았을 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직지 행사에는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직지행사에 직지가 없는것이 가장 큰 한계라면 한계랄까? 물론 주최측은 도올 선생님을 초빙하여 직지특강을 열었고, 책에서 언급되었듯이 직지코드라는 다큐도 제작방영되었다. 직지를 밝혀낸 박병선 선생의 스토리는 중고등 영어교과서에 지문으로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책을 받아들면서 든 생각은 직지심경을 다음 행사에는 의궤처럼 임대하는 식으로라도 들여올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이 폭발했음 하는 바램이다. 또한 고려사에 대한 재인식도 요청하는 바이다. 청주는 당시에 금속활자가 나올 만큼 철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장인들이 살던 곳이다.
우리는 조선이 아니라 전 세계에 남고려인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책 속에 보면 고려의 수출품은 고려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엄청나 서책을 출판해서 수출하는 문화강국이었다. 조선을 개국한 려말 신진사대부의 고려사 왜곡 영향 아래 우리는 고려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고려와 조선은 나라 이름을 짓는 과정부터 확연히 다르잖아요. 고려는 옛 고구려의 정신을 잇고 고구려의 고토를 회복하겠다는 기상으로 나라 이름을 고려라 지었는데, 이성계는 중국에 나라 이름 두 개를 보내 찍어달라 그랬던 거 아니에요...-083쪽-
김진명 작가께서도 책에서 주인공 "기연"과 "김 교수"와의 대화 중에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본 필자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팔만대장경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역사책을 보다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는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몽골의 침입을 붓따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이 대장경을 찍었다! 과연 그렇게 보는 것이 옳을까? 팔만대장경은 몽골침입해서 만들게 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불교국가 고려의 장대한 원대한 기획 아래 추진되었던 것이 아닐까? 팔만대장경은 전 세계 유래가 없는 불경판본의 원형이고 이후 모든 불경연구의 기본처럼 받아들여지고 인류가 남긴 최고의 문화유산 중에 문화유산이다. 이런 기록정신의 혼을 지닌 고려가 실록을 남기지 않았을까? 정도전이 조선을 개국한 공로는 인정하겠으나 고려사를 모조리 파기한 죄를 물어야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 화두는 "구텐베르크 활자 주조법이 직지에 영향을 받았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살인을 풀어가는 미스테리 문학수법이 동원되어 역사추리를 독자들이 같이 풀어가도록 저자 김진명이 이끌고 있다. 1권을 덮고 이제 시공간을 넘나드는 2권로 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