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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권을 읽으면서 내내 조선의 궁벽한 처지에 분노했다. 이성계와 그를 옹립한 소위 신진사대부들의 옹졸함이 즉 소탐대실이 이 나라 민족의 강역을 축소시켰으면 역사 이래 단 한번도 외세에 구부리지 않은 자주국의 지위도 헌신짝처럼 던져 버렸다. 나라글도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고 세자책봉 왕즉위도 일일이 결재를 맡으러 명나라로 댕겼으니 더 가관은 명나라 황제의 나부랭이들이 오면 그걸 마치 천자라도 온 듯이 (물론 외교 관습상 외교관은 그 나라의 최고 우두머리를 대신한 거긴 하지만) 굽신대고 온갖 것들 다 갖다 바쳤다. 책을 보면 그런 단상이 조금 소개되어 있기에 쉽게 감정이입되실 거다.
명나라하니 새삼 잊고 있던 임진왜란에서 보여줬던 만행이 떠오른다. 제대로 변변한 전쟁도 하지 않고 약탈만 일삼던 도둑놈들을 선조와 조선의 썩어빠진 벼슬아치들은 그토록 찬양했었지. 그리고 재조지은이라면서 명나라가 지들이 썩어 문드러져서 망했는데 망한 명을 위한 답시고 계속 제사지내다가 결국 청나라한테 그 이전에 그 어떤 외세에도 굴하지 않았던 역사를 오역의 역사로 망치고 말았다. 명말의 위대한 철학자 "왕부지"선생께서는 명나라 멸망의 원인은 청나라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명나라의 지배자들이 천하를 백성을 위한 공공의 물건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사적 소유물로 여긴 데에 있다고 판단했다. (한겨레 신문 "전호근의 한마디로 읽는 중국철학"⑳왕부지를 참고했다.)
2권은 장쾌한 스케일의 스토리이다.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 유명한 베네딕트 수도회로 우리는 가 있는다. 1권의 기자 기연은 소설 안의 소설 액자식 구성의 극중 인물 "은수"로 이입된다. 은수는 교황의 모함으로 극한의 고문을 당하면서 조선의 현실과 이 흉악한 예수쟁이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활자와 정치권력의 유착?이랄까? 권력자들은 활자가 유통되길 원하지 않는다. 피지배층은 무식해야 다스리기 쉽다. "예수님의 말씀은 쉽게 번역되어서도 안 되고 널리 퍼져서도 안 된다. 구원은 글자를 아는 우리 만의 것이다." 그런데 은수에게 구세주?가 등장하는데 그는 이 스토리에 역사적 개연성을 부어주는 역사적 실존인물이다.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구글에서 검색해 보시면 잘 나오니 소개는 생략.
쿠자누스가 은수에게 "코리"를 묻는다 (다시 말하지만 사우쓰 코리아 우리는 고려의 후예이다)
이에 은수는 다음과 같이 답을 한다.
" 중국의 등쌀에 무척 힘들어하는 슬픈 나라죠. 하지만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 계셔요."
지금 우리의 역사에서 중국을 쌀국(米國)으로 치환하면 어떨까? 혹은 일본놈들로 대체하면 어떨까?
우리는 영구중립국으로 가야 하고 세계평화의 선봉에 서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전 해동성국의 발해처럼 제2의 해동성국의 문명 르네상스를 이뤄내야 한다.
"... 성경을 보통 사람에게 허용하면 교회와 사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아야 저 썩을 면죄부도, 마녀사냥도 사라질 것 아닙니까?"
구텐베르크는 이렇게 전수받은 금속활자로 큰 돈 벌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역사적으로 구텐베르크라는 인물에 대한 사료도 많지 않다.
직지를 읽고 도올 선생의 금강경 강해와 반야심경을 엮어서 읽고 있는데 찬란한 불교국가 고려에 대한 진면모가 더욱 궁금해지고 불교가 위업이 끊어져버린 것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다. 직지가 금속활자로 찍은 최초 인쇄본인 것은 알겠는데 "직지"가 바로 가르치고 있는 가르침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아야하지 않을까?
직지에 대한 소유권이나 임대를 하는 것 다 좋은데 그러기에는 우리의 직지에대한 관심도 고려제국에 대한 이해도도 너무 떨어진다. 작금의 미중일러 등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갈길은 무엇일까? 우리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화적 자부실을 회복하는게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