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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 천재들이 사랑한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벽형 인간', '아침형 인간'이 성공의 모델인 것처럼 숭배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야행성 인간'이란다. 어쩌면 지금 시대엔 그냥 이런 성공의 습관이라는 것도 자신에게 맞는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었다. 옛날 강남역에서 강사하던 시절로 올라가면 새벽 강의를 위해서 매일 첫 지하철 또는 버스를 집어타야 했다. 그 시간 버스에는 강남역 고층건물을 청소하는 분들이 자리를 메우고 계셨다.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일까? 그분들도 이제는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실지...궁금하다. 여하간 라떼? 시절에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은 덕목인양 포장되어 난 그렇게 살았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산업화 시대'의 마직막 전유물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새벽 시간을 쪼개서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에 할애하여 자격증 더 따서 스펙을 올리던 시절. 그런데 이제 모든게 바뀐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이다.
그런 전환기의 시대를 위해 우리는 밤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많은 직장에서 밤을 밤 같지 않게 보내는 노동자들이 있었고 있어 왔고 있을 예정이다. 전 세계 어느나라보다 야식 시장이 활황이 나라고 밤에 시간 보낼 장소도 부지기수다. 이태원은 새벽 2시가 피크 타임이다(이제는 달라지려나) 서론이 길었는데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밤에 책 읽어라"이다.
"야행성 인간의 골든 타임인 밤은 지금 당장 활용할 수는 없지만 넓고 풍부한 교양의 토대가 될 지식을 쌓는 소중한 시간이다"
저자는 밤에는 바로 삶에 적용되는 실용서적보다는 긴 호흡의 글을 읽는데 사용하길 추천한다. 여러분 서재에는 꽂혀 있기만 하고 먼지만 소복하게 쌓인 두꺼운 책들이 있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몽테크리스토백작, 전쟁과 평화....무시무사한 볼룸과 장대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인류의 유산. 그런데 내 지식의 보고 안에 들어와 있지 않다. 시간의 구애 없이 이 작품들의 세계관을 내 안으로 들여 오는 작업 도전해 볼 만 하지 않을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머릿속은 황폐한 채로 남게 된다. 땀과 정성으로 가꾸고 또 가꾸어서 어떤 작물이든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독서의 유익이다. 나는 독서야말로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고 확신한다."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서유기, 금병매 등 중국 고전?들을 무수한 밤을 새운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고3 야간자율학습을 억지로? 할 때 위의 책들로 잠을 쫓았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새우잠을 자면 잠 자는 중에 그 소설의 캐릭터에 빙의한 나를 꿈에서 만났다. 자기 전 몇 분을 무엇하다가 자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자. 스마트폰의 액정에 눈을 혹사시키다 잠들 것인지 인류가 오래 보아온 종이책 위에 활자를 보다 잠들 것일지. 우리 어른들부터 스마트폰을 잠금 모드에 놓고 텍스트로 눈을 돌리자.
난 드라마를 안 본다. 그런데 가끔 볼 때는 12시간을 온전히 전 시즌을 다운받아 놓고 본다. 그렇게 마스터한 드라마가 24, WESTWING, FRASIER(시트콤), 등인데 영어수업 준비차 보게된 것이 취미와 일이 섞여 버렸다. 12시부터 자정까지 한 번에 몰아서 몰입한다. 중학교 때부터 심야라디오 매니아였다. 고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은 내 밤을 지켜준 좋은 친구였다. 그녀가 죽고 난 심야라디오를 안 듣는다. 배캠은 심야가 아니라 패스...지금은 파드캐스트로 언제나 다시 듣기가 되지만 옛 본방사수의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
마네,모네, 피카소 에밀 졸라, 스트라빈스키,프루스트,헤밍웨이.... 가끔 시대는 불공평하다. 한 시대에 갑자기 천재들이 한 지역에서 쏟아져 나온다. 서양의 역사로만 한정하면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그리고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 시절 파리가 그렇다.
"당시 파리에서는 밤이면 학자와 예술가들이 살롱에 모여 자신의 지식과 감각을 열정적으로 나누곤 했다. 샤르트르가 철학을 말하고, 피카소가 그림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지금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암흑 속에서 헤매는 중이다. 이 글을 쓰는 태양력 기준 2020년 7월의 마지막 날 무렵에 1500만이 확진되고 63만이 사망했다. 긴 어둠의 터널을 인류는 어떻게든 극복해왔다. 그 중심에 인류의 최고 알파벳 시스템을 사용하는 빛나는 고려의 후예 우리가 있다. 방역모범국 의료선진국 이제는 1등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알려지지 않은 사람, 가장 강한 사람, 어떤 맑은 날의 낮보다 밝고 깊은 밤의 영혼을 가진 사람이 이 땅의 주인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