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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회 - 감정은 어떻게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가
마렌 우르너 지음, 마정현 옮김 / 다람 / 2026년 6월
평점 :
마렌 우르너 『Radikal emotional: Wie Gefühle Politik machen』 리뷰
정치는 원래 이성의 영역일까, 감정의 영역일까. 독일 신경과학자 마렌 우르너의 『Radikal emotional: Wie Gefühle Politik machen』(영어판: Radically Emotional: How Feelings Make Politics)는 이 질문에 “정치는 결국 감정의 협상 과정”이라고 답한다. 정치에서 감정을 빼야 한다는 오래된 상식을 뒤집고, 감정을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 다시 불러들이는 책이다.
세 가지 키워드: 주의, 정직, 연결
우르너는 책 전체를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간다.
첫째, 근본적 주의. 우리는 뉴스를 보거나 토론을 할 때, 머릿속에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 화가 나는지, 두려운지, 냉소적인지부터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근본적 정직성. 내 판단 밑바닥에 깔려 있는 감정과 선입견을 숨기지 말고, 스스로 솔직하게 들여다보자는 제안이다.
셋째, 급진적 유대. 기후위기, 젠더, 불평등처럼 논쟁적인 이슈에서 서로를 ‘적’으로만 보지 말고, 감정을 매개로 다시 연결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다.
이 세 가지를 묶어 보면, 책은 결국 “감정을 잘 읽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다시 관계를 맺자”는 일종의 감정 사용 설명서를 제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안한 시대, 뇌과학으로 읽는 유권자
이 책이 특히 눈에 띄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 때문이다. 기후위기, 전쟁, 경제 불안, 혐오 정치가 겹치면서 많은 사람이 상시적으로 불안과 분노, 무기력을 오간다. 우르너는 이런 상태를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통해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눈앞의 불안을 줄여 줄 단순한 해답에 끌리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 상황일수록 “깊이 생각하자”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판단을 좁게 만들고, 어떤 메시지에 쉽게 휘둘리게 만드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언론과 정치인들에게도 역할을 요구한다. 공포와 분노만 자극하는 뉴스와 캠페인 대신,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을 함께 풀어 가는 ‘건설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점: 어렵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이 책의 장점은 “전문적인 내용을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뇌과학과 심리학, 정치 이야기가 섞여 있지만, 문장은 가능한 한 일상적인 예시와 함께 풀어낸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뉴스를 보며 느끼는 감정’에서 이야기가 출발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또한 기후위기, 혐오 표현, 온라인 갈등 등 지금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이건 학술 이론이 아니라, 바로 내 일상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점에서 시민, 활동가, 교사, 언론인 모두에게 두루 참고가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