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합본] 고요한 연못에 내린 비 (전2권/완결)
원주희 지음 / 로코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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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대물/상처남/맴찢남/상처입은호랑이/내공여/현명여주/잔잔물/애잔물/힐링물

 

경기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는 부자집 허진사댁 어린누이 채희의 글선생이자 소설가 송정연.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랑을 갈급하는 순진무구한  어린 채희에게 정연 또한 아낌없이 애정을 쏟으며 지냅니다.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을 놔두고 1년 내내 집을 비운다는 허진사. 그와의 첫 대면은 그야말로 거칠고 무례한 인상만 남겨요.

한기 돋는 인상에 기껏 도와준 사람에게 이죽거리질 않나 무례한 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위인이죠.

하지만 허진사의 서재의 느낌은 그 거칠과 무례한 집주인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니 참 이상하죠.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정연에게 있어서 허진사의 서재는  최고의 자료수집처이자 공부같은 공간인데요,

그곳에는 분명 열정적인 선비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으니 말입니다.

 

" 귀신이 커다란 칼을 들고 사랑채를 노려보고 있더래요. 주인 나리께서 사람을 죽이셨대요. 그 죽은 이가 나타나는 거래요 . "

 

일찍이 영특한 두뇌로 대과에 합격에 성균관 입교를 앞두고 있었다던 허진사.

누구보다 열정적인 선비가 왜 장사꾼으로 바뀌고 농지거리나 일삼는 한량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왜 학업을 그만두고 유랑의 길로 나섰을까. 무엇이 그를 그리 만들었을까.

 

복수를 끝내기 전엔 편히 잠 잘 수 없는 허인우.

누군가를 쉼없이 저주하고 증오하며 사는데 지쳐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아프다 힘들다 말하지 못해 더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데요.

그런 그에게 다가온 글선생 정연의 존재는 잊고 있던 인간 허인우의 삶을 다시금 생각나게 합니다.

송정연, 고요한 연못이라고 한 이름. 그녀와 참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은가.

못되고 짓궂은 말을 건넬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눈매, 화를 참는 듯 굳게 다문 입술.

네 안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기에 그리 선하고 따뜻한걸까.

단단히 뭉치고 비틀린 마음이 자그마한 여자로 인해 조금씩 흔들립니다.

외롭게 자랐으나 외로운 그늘이 없다. 자기 것을 지키기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서도 체념하지 않는

정연의 맑고 굳은 심지에 마음을 뺏긴 인우는 오늘도 조용히 그리움을 담아 그녀의 이름 '송정연'을 한자한자 쓰고 또 써 봅니다. 

 

작가님은 <제인에어>를 모티브로 쓰셨다고 후기에 나오고 실제로 정연의 시선에서 쓰인 글이지마는,

어쩐지 저는 허진사님의 인생이 안쓰럽고 맘이 아팠네요. 허인우, 아... 이 고독한 상처입은 야수가 너무 맴찢이더라능.

10년이 넘도록 증오와 울분 속에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의 인생이요.

대궐같은 집을 두고도 1년 내내 유랑생활을 하듯 복수를 위해 떠도는 인간 허인우의 삶이 안쓰러웠고,

어린 누이 채희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오라비, 사랑도 입신양명도 포기한 사내 허인우의 삶도 안쓰럽구요.

복수의 허탈함과 허망함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심정이 너무 절실해서 그게 가장 안쓰러웠습니다.

미소 짓는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남자인데 말이지요...ㅠ.ㅠ

그런 그를 진심으로 안아주는 정연이 고맙고 놓치고 싶지않으면서도, 정연을 향한 마음이 절실해지면서도,

내면의 괴물에게 문득문득 잠식되 정연을 잡지 못하는 못난 남자가 왜이리 맴찢이던지요..

목숨의 위협도 여러번 찾아와서 몇번 식겁하기도했네요.

 

' 주인에게 따지고드는 고양이가 괘씸하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였소 '

 

' 공연히 심술을 부리는 호랑이를 생각하면 괘씸하지만 너그러이 이해하지요.  '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같은 취미를 가진 인우와 정연. 서신을 주고 받는 장면은 정말 귀엽고 애틋했어요.

때론 짧고 때론 길었던 서신들 속에 담겨진 두 사람의 진심이 참 다정하고 꽁냥거리기도 해서 귀엽기까지 했구요~

옥색 도포에 합죽선을 접어 들고 정자에 나타난 허진사님, 완전 청초선비 매력 뿜뿜 이였네요~~

정연이 뿐만 아니라 저도 물색없이 이 장면 완전 설렘 포인트~~ ♡ 이것이 원래 존잘포스 허인우님이다~~!!

정연의 손에 쥐어준 합죽선에 담긴 단아한 난초 그림와 시는 정말 로맨틱의 극치였어요.

그동안 원주희님 남주인공들 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심술궂은 츤데레 뿜뿜 직설남주의 등장은 새롭기도 했네요~ㅎ

 

' 조촐한 생김새에 향이 그윽하니, 볼수록 마음을 잡아끄네. 이 꽃을 인연이라 부를까, 운명이라 부를까. '

 

스로를 괴롭히는 인우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맘에 없는 모진말에도 흔들림없이 인우를 안아준 정연은

진정한 내공여 였네요.

작은 여인이지만 늘 담백하고 당당한 난초 같은 정연이 보면서 속으로 정말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했어요.

정연의 삶도 순탄치만은 않았지마는, 좋은 동무를 만나 정연의 삶도 바뀌었고 누군가를 안아줄울 아는 큰 마음이 생겼는데요,

송정연 클라스 정도 되야 허진사님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대를 꿈꾸다> 재인을 떠올리게도 했네요.

스스로를 너무도 독하게 괴롭혀 고통받는 인우였지마는 분노도 슬픔도 복수도 그리운 이들을 만날때까지 내려놓겠죠, 이제는요.

 

고즈넉한 연못에 잔잔히 내린 비님,

지친 마음을 가만히 가만히 다독여주는 글이였어요.

원주희님 특유의 카운터 펀치의 타격을 받은 내면의 상처가 깊은 주인공들이면서도,

작가님 글 중에서는 또 이렇게 다정한 글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따스함도 있는, 두가지 매력이 담긴 글이였습니다.

어떤 강렬한 MSG도, 어떤 찐득한 씬도 찾아보기 어려운 담백한 글이지마는,

끝내 서로를 보듬어 상처를 옅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따스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연유로 또 취향을 타겠지요.

원주희님 글 자체가 취향을 타기도 하구요.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라도,

조만간 또 마음의 안식을 얻고싶을때 펼쳐보려해요.

 

덧. 인우 보면서 자꾸 이노래 생각났어요.

절망속에서 어두운 밤을 견디고 또 견디며 정연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마음이요. ㅠ.ㅠ

심술궂고 대범하고 냉혈한 같은 허인우는 사실 나약한 인간일 뿐인 것을요.ㅠ.ㅠ

아우 짠내... 염전을 이루는 허인우..ㅠ.ㅠ

염전남 Top.3 안에 들어가지 싶네요...!!

 

♬<안아줘> by 허인우 (정준일)

 

서러운 맘을 못 이겨 잠 못 들던 어둔 밤을 또 견디고
내 절망관 상관없이 무심하게도 아침은 날 깨우네

상처는 생각보다 쓰리고 아픔은 생각보다 깊어가
널 원망하던 수많은 밤이 내겐 지옥같아

내 곁에 있어줘 내게 머물러줘 , 네 손을 잡은 날 놓치지 말아줘
이렇게 니가 한걸음 멀어지면 내가 한걸음 더 가면 되잖아

 

그냥 날 안아줘 나를 좀 안아줘 아무 말 말고서 내게 달려와줘
외롭고 불안하기만 한 맘으로 이렇게 널 기다리고 있잖아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긴 침묵 속에서 소리 내 외칠게 어리석고 나약하기만 한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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