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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을 품은 나리송이
이미은 지음 / 뮤즈(Muse) / 2016년 7월
평점 :
가장 존귀하지만, 가장 비침하게 버려져 찬비가 내리는날 혼례를 맞이한 호 국의 황녀, 호 시연.
하지만 시연의 텅 빈 눈빛에 슬픔은 보이지 않습니다.
' 이제 오늘이 지나기전에 랑 가를 벗아나기만 하면...'
시시때때로 목숨을 위협하는 황비와 적통자가 아닌 오라비의 황제 계승의 이유뿐 아니라
스스로의 자유를 위해 떠나려고 혼례를 선택한 것이거든요.
500년전 하늘신의 맹약으로 호 국을 비호하고 있는 늑대신의 수장, 랑 키안.
협박에 의해 반쯤 떠밀려 하는 혼례였기에 관심도 주고 싶지 않았던 어린 신부, 시연.
하지만, 500년동안의 원치 않는 영원불명의 삶은, 키안도 벗어나고 싶은 운명이기에 시연과의 혼례는 달콤한 제안이였지요.
하늘신의 자손인 황녀와 늑대신의 수장인 키안이 맺어지는 순간, 500년 동안 이어진 맹약은 끊어지기 때문이예요.
자유를 원하는 시연과, 키안.
그리고 하늘신의 적장녀 시연을 호시탐탐 노리는 요괴들과 최초의 여신 마고.
그녀를 지키고자 영원불멸의 삶도 포기하려는 늑대신의 수장 키안.
신화를 소재로 쓴 글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 오래전 구전되는 민간 설화를 보는 듯한 느낌에,
중간중간 판타지 특유의 사건사고와 음모등이 펼쳐지며 꽤 흥미로운 스토리 진행이였던 것 같아요~
캐릭터의 특성상 잔잔하면서도 애잔한 느낌도 있었구요.
맹약으로 원치 않는 영원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키안이나,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황궁에선 눈엣가시같던 시연이나,
둘 다 자유를 갈망했지만, 태생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가 안타까웠고, 그 안타까움이 애잔하게 그려졌어요.
왜 제목이 '랑을 품은 나리송이 ' 일까..궁금했는데, 책을 쭈욱...다 읽어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더라구요.
신들의 진정한 혼례식날.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소중하게 나리꽃 꽃다발을 건네 받은 시연의 행복한 미소에 저도 마음이 찡해졌어요.
생을 넘어 사(死)까지도 함께 하고 싶다는 키안의 진심이 참 묵직해서 좋았고 말입니다.
시연은 부드러운 듯 강하고, 키안은 강한듯 부드러우니, 실로 두 사람(?)은 진정한 본 투 지배자 타입이면서,
잘 어울리는 한쌍이네요~
잔잔한 시대물의 느낌과 한국적인 판타지가 어울어진 글이예요.
한국적인 정서가 스민글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극심한 무더위를 뚫고 나름 집중해서본 글입니다.ㅎㅎ
담담한듯 말이 없는 키안이지만 가끔 뚜껑 열릴 때가 있었는데요, 좀 더 폭발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