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가 맞이한 새 나라에서 엘리트들은
정부나 민간 모두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존재들이었다.
재정 경제 정책은 대자본가들이 패전이란 난관을 헤쳐 나가도록 도와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고, 미친 듯 날뛰는 인플레이션 탓에 온 세상이 불안과 위기의 민주주의 속에서 당황해하고 있었다. 1946년 4월에는 처음으로 보통 선거권에 기반해서 총선을 치르게 되는데, 이를 가능케 한 ‘획기적‘ 선거법이야말로 가토의 눈에는 판도라의 상자(일본인의 표현을 따르면 우라시마 타로의 보물 상자)로 보였다. 이 총선을 통해서 보수적인 전직 외교관 요시다 시게루(吉)가 이끄는 반동적인 내각이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가토가 보기에 꼬장꼬장한 좌파들은 이러한 엉터리 정책과 정치인들을 대신할 만한 대안 세력이 될 수 없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