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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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집 앞에 있는 대형 서점에 책을 정리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혼자 서점을 돌아다니며 고객들이 뽑아서 본 책들을 로봇 위에 올려두면 그걸 수거해서 한자리에 모으는 그런 역할을 하는 듯했다. 로봇의 정면에 있는 화면에 다 본 책은 위에 올려달라는 글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곳이라 바닥이 고르지 못한 탓이었는지 숨겨진 로봇 바퀴가 구를 때마다 로봇은 덜덜거렸고 소음을 만들어냈다. 그 때문이었는지 뭔지는 몰라도 그 로봇은 아주 짧은 기간 서점에 머물다가 어느 날 사라졌다. 서점이니 극한의 상황이 아닌 이상 폐쇄까지 될 일은 없겠지만, 그 로봇은 사람들과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책을 보는 동안 그 로봇이 생각났다. 어디로 갔을까, 그 로봇도 서점을 떠날 때 아쉬운 마음 같은 게 들었을까. 로봇을 생각하면서 나는 마치 직원이 하나 없어진 듯이 마음을 덧입히고 있었다.

​리보와 앤의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지금과 같은 시절에 어딘가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로봇은 인간과 어디까지 가까워질 수 있는가, 로봇은 어디까지 인간과 비슷해질 수 있는가, 인간과 로봇이 마음을 나누는 일이 리보와 도현의 일처럼 마냥 아름답기만 할까 하는 의문들이 계속 떠올랐다.

​남편에게 물었다. 로봇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가능할 것 같냐고. 만약 집에 나를 아주 잘 따르는 로봇 강아지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 고장이 났다면 냉장고나 세탁기를 바꾸듯 버리고 새 강아지를 들일 수 있겠는지. 나는 비록 로봇이지만 마음을 들였다면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인간과 로봇은 엄연히 다른 존재이고 아무리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낸다고 해도 기계는 기계일 뿐이라며 선이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개 모양의 강아지를 발로 차서 넘어트리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마치 동물을 학대하는 장면을 보듯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았다. 그 로봇이 만약 공 모양이거나 그냥 네모난 모양이었어도 같은 반응이었을까.

​리보와 도현의 이야기는 무척 아름다웠지만 로봇을 점점 더 자주, 가깝게 대하며 자라게 될 아이들과 로봇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까 하는 고민을 남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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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여자 - 과학이 외면했던 섹스의 진실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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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재밌게 보고 있는 TV프로그램, 마녀사냥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내가 이들 프로가 재밌는 이유는 흔해빠진 남녀 이야기를 수다떨듯이 가볍게 떠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함이 있어서 좋다. 남자와 여자를 이야기할 때 지금까지는 마음만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안고 싶고, 입을 맞추고 싶고, 같이 자고 싶은 것이 본성이지 않는가.

스킨십이나 섹스는 두 사람만의 은밀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까지 은밀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녀사냥에서 남녀의 관계에 대해,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여자의 욕망에 대해 가볍지만 저급하지 않게 떠드는 것이 아주 재밌고 좋다.

성을 야동과 같이 어둡고 칙칙한 경로를 통해 접하는 것이 아니라 밥 먹고, 영화 보고, 운동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그저 육체적 쾌락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욕망하는 여자"는 그 본질에 한 발 더 접근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성을 이야기할 때 가지고 있는 통념은 이러하다.

남자는 성욕이 이성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원래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동물이다. 반면, 여자는 성욕을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성욕보다는 정서적, 감정적 교류가 우선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남자가 성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자가 성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난해보이고 소위 '밝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통념을 뒤집어 놓고 있다. 그것도 아주 과학적으로 증명을 하면서 말이다.

여자는 감정적 유대나 친밀감이 성욕에 앞선다는 통념은 성과학 연구자 시버스가 실시한 실험에서 완전 다른 결과를 보였다. 굳이 그런 분위기나 정서가 형성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욕이 발동할 수 있고 여성의 성욕도 아주 동물적이고 잡식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자는 이성으로 성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살아왔던 것일까.

여자는 이성으로 성욕을 통제해야하 한다에서 시작되어서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그 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가 한다.  

 

 

피셔는 200명의 남녀 대학생에게 자위행위와 포르노에 대한 설문지를 나누어주었다. ...... A그룹은 강의실 문을 열어 놓은 채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고 작성이 끝나면 문 앞에서 기다리는 동료 학생에게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A그룹에는 설문지를 수거하는 동료 학생이 응답자들의 설문 내용을 볼 수 있다고 미리 알려주었다. 또 B그룹에는 설문지 내용을 익명으로 처리한다고 분명히 알려주고 작성하게 했다. 나머지 C그룹에는 거짓말 탐지기를 부착하고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물론 이 장치는 가짜였고 응답자들의 손과 아래팔 그리고 목에 가짜 전극 테이프를 붙여주었다.

세 그룹의 남자 응답자들은 그룹 분류와 상관없이 그 응답 비율이 비슷한 반면, 여자 응답자들은 그룹에 따라 응답 비율이 판이했다. ...... A그룹의 여학생들 중 상당수가 자위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포르노 영화도 대여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 B그룹에서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한 학생이 훨씬 많았다. ....... C그룹의 여학생들은 같은 그룹의 남학생들과 거의 동일한 비율로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31쪽)

 

이 설문 결과를 보면  

남자는 익명성이 보장되든 안되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데에 자연스럽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면 좀더 솔직해지고 그 결과의 차이도 크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고 여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성에 관련해서는 아직도 우리 여자들은 수동적이고 자신의 욕구를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그리 편안하지 않는가보다.

 

 




띠지에 나와있는 "여자도 하루 12번 섹스를 꿈꾼다"는 말을 처음 봤을 때는 아주 자극적이고 "에그, 망측해!"라는 생각이 들게 했지만

책을 덮고 다시 보니 여자도 충분히 그럴 수 있으며 그러하다고 말하는 것 또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진 가치라고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증명하고 설명한다.

이런 증명과 설명이 사람들의 생각을 순간 뒤집을 수는 없지만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 준 것이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금 곰곰히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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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 - 청년 전태일을 키워드로 한 소설가 15인의 짧은 소설
강윤화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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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잠깐 그 이름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대한 영화를 보았다. 아직 마음이 어렸는지 그때 당시 그 영화는 약간의 충격이었다. 개인의 안전이나 편안함보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한 사람의 몸부림이 너무 처절했고, 반면에 세상은 그렇게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아마 그 충격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내내 이어져 온 것 같다. 한진 중공업 사태로 목숨을 스스로 끊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우리 세상은 크게 놀라거나 동요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처음에만 약간 놀랄 뿐 세상을 또 어제와 같이 움직인다. 사람이 죽었는 데도 움찔하지 않는 세상이 가끔음 무섭게 느껴진다.

  '전태일을 키워드로 한 짧은 소설'이라는 것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하는 호기심 반, 또 나만 움찔하게 하는 이야기인건 아닐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이 반이었다. 짧은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고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모른다. 내가 고등학생이었다면 '아, 어른이 되면 이런 세상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하며 또 충격이었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이미 겪어본 적이 있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없었다. 다만 이야기마다 씁쓸함과 알 수 없는 짠한 마음을 남겼다.  

  맨 앞에 나온 강윤화의 <지금은 여행 중>에 나오는 두 여자 주인공은 늘 마주치는 그런 어린 여자들이다. 지금의 고단한 생활을 여행으로 여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단함을 넘겨왔을까 하는 생각과 언제고 이들이 전태일이 되는 날이 오지 않아야 할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하경의 <지를 자자! 찌찌!>는 지금을 사는 또 다른 모습의 전태일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진짜 전태일보다 과격하거나 거칠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어보려 애쓰는 전태일들이 있다. 어쩌면 우리들은 누구나가 마음 속에 크든 작든 전태일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목소리를 내느냐 그냥 그 목소리를 삼키느냐의 차이만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전태일이 몸을 불태웠을 때처럼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펼쳐지는 세상이지만 어느 새 거기에 파묻혀 잊고 지내왔다. 책을 읽는 동안 오랜만에 어릴 때 느꼈던 충격이 되살아나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그 세상에서 사는 나의 태도에 대해서 진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에 짧은 이야기에 의미를 담아내야 했던 한계 때문인지 매 이야기마다 마치 "주어진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글을 쓰시오."에 대한 답장과 같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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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 종교, 믿음을 팔고 권력을 사다
김상구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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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자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야기 주제는 종교와 정치다. 슬며시 던진 말 한마디가 싸움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그런데 종교 이야기를 대놓고 흠잡는 책이 나왔다. 종교라고는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개신교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은이는 개인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여러 자료들을 제시하며 지금 종교계, 특히 개신교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종교법인법”이라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도 국민으로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살고 있으니 납세의 의무도 다 하라는 이야기다. 아하, 교회가 달리 성역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나누었던 “누구누구는 어느 교회 목사님 딸인데 정말 풍족하다. 부모는 검소할지라도 그 자식은 풍족하게 산다더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는 정말 차고 넘친다. 상대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우리” 교회로 오세요를 외친다든지, 주일을 지키지 못했는데 왜 목사님에게 죄송해야 하는지, 왜 내가 가는 교회 말고 다른 교회에 가길 꺼리는지 등등. 하지만 이런 것은 개인에서 그치는 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좀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스스로를 성역으로 만들어 세속으로부터의 접근을 막아 신성하려고 하지만 사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신성하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계인을 다 품을 듯이 열린 곳이지만 정작 그 속은 정말 폐쇄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교회에 다니는 한 친구와 교회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나의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 동안 고인 물처럼 썩은 것이 이제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몇 깨어있는 사람들은 다시금 믿음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또 사람들이 맹목적인 믿음 보다 자신들의 신앙의 본질에 대한 믿음을 더 깊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도를 많이 모아 덩치를 크게 키우려는 교회와 내가 다니는 교회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큰 교회라는 타이틀이 주는 판타지가 서로 얽히면서 지금의 교회를 만들어 온 것 같았다.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만약 교회에 다녔다면 이 책을 보는 동안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마 보려고 하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문제를 지적해주기는 쉽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깨치고 고치기는 쉽지 않다.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다양한 목사님들, 이 책을 보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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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제21호 - Summer,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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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보았던, 정기적으로 발행되었던 책은 지하철 플랫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월간지 <좋은 생각>이나 컬러풀한 사진이 많아 교과서보다 훨씬 재미있게 봤던 <과학동아> 정도이다. “문예지는 만화책 중간에 연재되던 소설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라 여겨져 한 번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처음 접한 문예지가 세계인과 함께 읽는 아시아 문예 계간지라니 뭔가 거창하다. 표지에도 책 중간에도 영어가 엄청 많다. 지하철 안에서 들고 있기만 해도 왠지 폼나 보인다. 하지만 쉽게 넘어가지 않는 책장은 그다지 폼이 나지 않는다.

이번 호에서는 아랍 작가의 눈으로 보는 재스민 혁명의 안과 밖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한동안 뉴스에서 매일 매일 관련 기사가 보도되어 흥미롭게, ‘관심 있게가 아니라 흥미롭게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랍. 아랍은 항상 그런 느낌인 것 같다. 같은 아시아에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선뜻 와 닿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고, 신밧드의 모험이나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오는 이슬람 문명에 대한 환상만 가득한 그런 존재이다.

ASIA 이번 호를 보면 뭔가 그들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컸다. 특집 기사를 통해서는 우리가 바라보는 그들과 또 다른 시선을 알 수 있었다. 자유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이나 움직임은 우리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이는 자유를 향한 혁명으로 인해 지금은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고, 나아갈 방향조차 어딘지 불명확해 예전과 같이 불편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기도 한다고 한다. 순간 번뜩 나는 이미 그런 고통과 불안을 겪은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자유를 당연하게 누리며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헤쳐 나가야 할 힘든 순간이겠지만 또 몇 십 년 뒤에 나와 같이 자연스럽게 자유를 누리고 살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를 바랐다.

뒤에 나와 있는 단편 소설은 사실 조금 읽기 힘들었다. 아랍과 관련해서 읽어본 책이라고는 <연을 쫓는 아이><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고작이다. 이 두 편의 소설을 보면서도 스토리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그들의 문화나 생활이 생소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번에도 또 그러했다. 흥미롭고 관심을 갖고 싶은 대상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만은 않은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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