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집 앞에 있는 대형 서점에 책을 정리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혼자 서점을 돌아다니며 고객들이 뽑아서 본 책들을 로봇 위에 올려두면 그걸 수거해서 한자리에 모으는 그런 역할을 하는 듯했다. 로봇의 정면에 있는 화면에 다 본 책은 위에 올려달라는 글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곳이라 바닥이 고르지 못한 탓이었는지 숨겨진 로봇 바퀴가 구를 때마다 로봇은 덜덜거렸고 소음을 만들어냈다. 그 때문이었는지 뭔지는 몰라도 그 로봇은 아주 짧은 기간 서점에 머물다가 어느 날 사라졌다. 서점이니 극한의 상황이 아닌 이상 폐쇄까지 될 일은 없겠지만, 그 로봇은 사람들과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책을 보는 동안 그 로봇이 생각났다. 어디로 갔을까, 그 로봇도 서점을 떠날 때 아쉬운 마음 같은 게 들었을까. 로봇을 생각하면서 나는 마치 직원이 하나 없어진 듯이 마음을 덧입히고 있었다. 리보와 앤의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지금과 같은 시절에 어딘가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로봇은 인간과 어디까지 가까워질 수 있는가, 로봇은 어디까지 인간과 비슷해질 수 있는가, 인간과 로봇이 마음을 나누는 일이 리보와 도현의 일처럼 마냥 아름답기만 할까 하는 의문들이 계속 떠올랐다. 남편에게 물었다. 로봇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가능할 것 같냐고. 만약 집에 나를 아주 잘 따르는 로봇 강아지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 고장이 났다면 냉장고나 세탁기를 바꾸듯 버리고 새 강아지를 들일 수 있겠는지. 나는 비록 로봇이지만 마음을 들였다면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인간과 로봇은 엄연히 다른 존재이고 아무리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낸다고 해도 기계는 기계일 뿐이라며 선이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개 모양의 강아지를 발로 차서 넘어트리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마치 동물을 학대하는 장면을 보듯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았다. 그 로봇이 만약 공 모양이거나 그냥 네모난 모양이었어도 같은 반응이었을까. 리보와 도현의 이야기는 무척 아름다웠지만 로봇을 점점 더 자주, 가깝게 대하며 자라게 될 아이들과 로봇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까 하는 고민을 남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