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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사춘기 - 제19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ㅣ 문지아이들 174
오늘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평점 :
굉장히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단어 중 하나가 '사춘기'다. 사춘기. '난 특별할 거 없이 그냥 지나간 것 같은데. 오히려 엄마 갱년기가 더 지독했어.'라고 자주 생각했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나의 사춘기는 그렇게 오래전에 지나가버려 기억도 가물가물해졌지만 다가오는 사춘기가 있다. 크고 있는 두 아들 녀석들의 사춘기는 어떨까, 지독할까 아님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훌쩍 어른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궁금하다. 이제 사춘기라는 단어가 아주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현우가 있다. 어느 날 같은 반이 된 하나한테서 손 편지가 도착했다. 요즘 시대에 손 편지라니.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같은 반 남자애한테 처음 손 편지 쓰는 거야."로 시작하는 편지는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그 애는 왜 나한테 손 편지를 보냈을까?'
혼자 가만히 이 문제를 풀고 싶은데 사촌 동생과 엄마, 아빠는 한 편이 되어 현우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친구 같은 부모님을 원했을 뿐인데 몸이 15센티미터로 작아져 버린 현우다. 어떻게 하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이 적으로만 여겼던 사촌동생 수장이의 마음도 알게 되고, 몸이 작아지고 싶은 친구 고호수의 사정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사촌동생만 감싸고도는 엄마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도 느끼게 된다.
천사들도 사춘기를 겪다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왕천사, 킹천사 이 두 천사의 실수로 현우의 몸이 작아져 버렸지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뻔뻔하기 그지없지만 어쩌랴. 다시 몸이 커지려면 현우에게 필요한 건 뭘까.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이슈가 다 담긴 책이었다. 친구관계, 이성친구, 부모님과의 관계, 학교생활 등등. 처음에는 손 편지 이야기로 시작되었다가 현우가 작아지는 장면에서 으엥?? 갑자기?? 하며 의아했지만 다시 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나도 같이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현실과 판타지가 맛있게 잘 버무려져 모든 에피소드들이 오밀조밀 촘촘히 잘 짜여 한 줌의 지루함도 없는 이야기였다. 아, 귀엽다. 모든 것이 귀엽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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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