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다른 점은 내일의 숲 1
남세오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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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나리야, 로엔은 안드로이드잖아."
"안드로이드면 뭐. 안드로이드는 그런 짓 당해도 돼?"
"우리가 만든 거야. 만드는 과정에서 계속 테스트하면서 수정하는 게 당연한 거고."
"그렇게 막 다룰 거면 이렇게 사람하고 똑같이 만들지 말았어야지. 사람하고 똑같이 만들었으면 사람하고 똑같이 대해 줘야 하는 거잖아. 안 그래?"


여성 청소년을 위한 SF시리즈 '내일의 숲' 첫 번째 책이다. 초코 우유를 마시고 있는 같은 듯 다른 두 소녀가 그려진 표지만 봐서는 10대 소녀들의 발랄한 우정을 그린 이야기인가 싶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가 결코 가볍지 않은, 꼭 청소년만의 것이 아닌 고민을 주인공 나리는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에 푹 빠져읽었다.

최근에 몇몇 SF를 읽으며 인간과 똑닮은 로봇이 있다면 우린 그 로봇을 대할 때 어떤 마음과 태도를 갖게 될까 생각을 했다. 분명 로봇인 줄 알지만 나리처럼 로엔을 그저 한낯 기계로만 바라보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로봇들에게도 함부로 대해지지 않을 권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같은 것이 생길지도 모른다.

134.
인간은 어떻게든 로봇을 사랑할 핑계를 찾아내고야 거예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죠.

작가의 말처럼 인간은 결국 날 닮은 누군가를 아끼는 쪽으로 마음이 흐르고 말 거라 믿는다. 로봇도 그런 인간이 많은 세상에 산다면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학습하면서, 또 누군가를 아끼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 했지만 굳이 청소년에 한정 지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앞으로 나올 책들도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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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표가 너무 궁금해 이야기씨앗 3
김지영 지음, 이른봄 그림 / 반달서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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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나는 은채가 한 표 준 애를 알아내서 뭐 하냐며 나를 한심해하지 않아서 고마웠다. 은채는 자기도 한 표를 받았다면 똑같이 궁금해했을 거라고 했다.

88.
내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한 표 친구를 찾길 정말 잘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아이가 어릴 땐 그림책만 보다가 아이가 자라니 이런 이야기책도 종종 읽게 된다. 나 어릴 적을 생각하면 세계명작시리즈가 대부분이었고 창작동화는 보기 어려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재밌는 이야기책이 너무 많다. 애들을 따라 하나씩 읽다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어른이 봐도 재밌는 책, 어른에게 위로가 되는 책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된다. 《한 표가 너무 궁금해》도 읽으면서 나의 국민학교 시절 첫 임원선거에 나갔던 일이 생각나며 재미도 있었고 위로도 받았다.

3, 4학년 무렵 교실에서 조용하게 그림자처럼 있던 내가 어쩌다 부반장 후보가 됐다. 공약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투표 결과는 강렬했다. 나는 달랑 세 표를 받았다. 나도 몹시 궁금했다. 당연히 뽑힐 것 같지도 않은 나에게, 나조차도 다른 친구 이름을 적었는데 내 이름을 적은 세 명이 누군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나는 차마 부끄러워 그 세 명이 누군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다연이는 달랐다. 아마도 한 표 친구를 찾는 다연이를 한심해하지 않는 은채같은 친구가 있어서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의 어린시절 기억 때문인지 은채가 다연이를 한심해하지 않아서 다연이가 고마운 마음을 느끼는 장면에서 뭔가 뭉클했다. 내 이름을 적은 세 명이 누군지 궁금했지만 끝내 궁금하다 말하지 못했던 내 어린시절에 누군가 공감해주는 것만 같았다. 다연이와 은채에게 고마웠다.

한 표를 받아 당연히 임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한 표 친구를 찾는동안 다연이는 같은 반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다연이는 다음번 선거에서 몰표를 받아 임원이 될 것만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히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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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청춘 - 지나온 시대와 지나갈 시절의 이야기
구가인 지음 / 모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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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낭만이건 청춘이건 잃어버린 후에야 더 소중하고 애틋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 아닐까.

책 소개 피드를 보면서 코끝이 찡해져 버린 것은 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애틋함이 훅-하고 불어놓은 먼지처럼 일어선 탓인가. 쏟아지는 비를 뚫고 도착한 책은 작고 얇았다. 빗물에 젖을까 조심조심 꺼내 손에 들었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타임머신을 탄 듯이 20세기의 끝자락, 막 교복을 벗어던진 그때로 날아갔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만 같은 스무 살, 나의 스무 살은 새로운 세기와 시작되었다. 그 시절의 기억이 강렬한 것은 아마 모든 것들이 새로웠기 때문일 거다. 그 무렵 휴대폰 사용자가 급증했고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휴대폰이 가장 인기였던 것 같다. 나 역시 IMF 키즈인지라 집이 한참 어려웠었다. 화려한 광고 속에 나오는 것을 갖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까만 벽돌 같았던 아빠의 애니콜 휴대폰과 달리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앙증맞은 것을 마련했다.

휴대폰으로 친구와 연인과 시시때때로 연락을 취하던 우리는 말했다.

"옛날에 휴대폰 없던 시절에는 연애를 어떻게 한 거지?"

보낸 메시지가 읽씹인지 안읽씹인지, 언제 어디서 뭘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지금에 비하면 내가 보낸 문자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전전긍긍하던 그때는 아직 아날로그였다.

아날로그의 끝자락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친구들에게 책 사진을 찍어 보내줘가며 온갖 추억을 팔며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현실에 나에 가까워져 온다. 다시 책 표시를 봤다. "지나온 시대와 지나갈 시절의 이야기"라 적혀있는 것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책이 얇아 추억만 잔뜩 팔려나 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랐다. 삶이 추억 속에만 머무를 수 없듯 나는 어느새 나이를 먹어 40대가 되었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어른'이 되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 대학만 가면 취업이 보장되던 시대를 지나 스펙 몇 줄 갖추면 되던 시대도 지나 지금은 온갖 스펙을 갖추어도 취업이 될까 말까 한 시절이다. 지금의 20대를 보며 어른이 되기 위한 조건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어쩌면 나는 이들보다 좀 더 쉽게 어른이 된 걸지도 모른다(128쪽)는 고백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취업이 어른의 조건은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갈수록 팍팍해지는 이 세상에 아이들을 내던진 것만 같아 미안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조금은 괜찮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139.

우리가 나이를 드는 모습은 여물 먹는 동물처럼 여겨지기보단, 나이테를 키워가는 나무처럼 보이면 좋겠다.

191.

지영아, 정신 줄 꽉 잡아. 세상은 더 나아질 거야.

과거는 푸르고 애틋해도 현실은 늘 칙칙하고 고달픈 법. 82년생 김지영 중 한 명인 나의 삶도 뭔가 모르게 팍팍하네 싶은데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외침(?)에 마음이 펴지는 기분이다. 또 다른 82년생-한때 HOT 빠순이였던, 어쩌면 여전히-에게 이 책을 토스하기로 했다.


*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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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게으른 나날
J 지음 / 소르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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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도서에 살며 회사에서 글을 쓰다가 지금은 전원에 살며 소설과 에세이를 쓰고 있"는 작가 J의 에세이를 닮은 소설이다. 많은 이들이 꿈꾼다. 팍팍하고 공기 더럽고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하고 조용하고 깨끗한 공기가 있는 '자연'에서의 삶을 말이다. 삶은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르고, 그렇게 흐르는 시간을 따라 내 배는 필연코 고파온다. 더위는 어찌 저찌 견딘다 해도 추위가 몰려오면 작은 불씨라도 피워야 한다. 전원에 산다 해서 헐벗을 수는 없으니 옷도 계절에 맞춰 구비해야 한다. 한적한 전원 생활이 그리 한적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먹고사니즘. 이 굴레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밥벌이의 고단함과 분리시켜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치는 사람들조차 도시의 아우라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경쟁없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나의 삶을 이어나가게 해 주는 것들을 다른 이들의 것과 비교할 필요없는 환경에 놓인다는 것은 마음에 한결 여유를 가져다 줄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작가도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지만 도시에서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같아 보였다.

작가는 이 글들을 쓰면서 위로를 받았을까 궁금했다. 이 글을 읽을 가까운 이들, 아버지나 친구 A 그리고 옆집 남자는 어떤 마음들을 가졌을까도. 나보다 나이는 한 살 적지만 옆집 언니의 긴 편지를 받은 그런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옆집 남자와의 다음 행보도 궁금하고. 맥주를 사들고 가서 집 울타리 언저리라도 기웃거려야 하나,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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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일기장 개나리문고 8
조경희.심윤정 지음 / 봄마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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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일기장이라니. 세상의 때가 너무나도 묻은 나는 왠지 데스 노트가 생각났다. 다행스럽게도 주인공 건우가 바라는 소원은 귀엽고 치밀하지 못한 것이 웃음이 난다.

매일같이 잔소리 폭탄에 궁상스러우리만치 돈을 아끼고 훌빈한 냉장고를 들여다보며 간장계란밥으로 얼렁뚱땅 한 끼를 해결하려는 엄마가 너무나 마음에 안 드는 건우다. 일단 엄마를 바꿔본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엄마가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잔소리라고는 없는 상냥한 엄마로 변해있다. 내친김에 건우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 하영이랑 잘 해보려 이런저런 내용을 꾸며 일기장에 적는다. 그런데 일기장에 쓴 대로'만' 이루어지는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는 영 다른 모양으로 흘러가고 만다.

어른이 되어서도 삶이 팍팍할 때면 알라딘 램프 같은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 로또 1등 당첨을 꿈꾼다. 그러다가 정작 1등에 당첨된 사람의 불행한 후기를 볼 때면 큰 탈 없이 사는 지금의 내 삶에 안도한다. 행복이란 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님을, 지금의 내 삶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어린 건우도 소원 일기장을 통해 그것을 어렴풋이 안 것 같다. 뭐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란 결국 김빠진 콜라 맛이란 것을 알아챈 것을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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