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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언젠가부터 우리는 편지를 쓰지도 받지도 않는 문화속에 살고 있다.
십년전만 해도 연애를 하면 전화가 있어도 열심히 편지를 쓰고 받는 재미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핸드폰이 지금처럼 필수품은 아니었기에 전화를 하면서도 역시 연애는 연애편지 쓰는 맛이야 하면서 열심히 열장씩 쓰기도 하고 낯간지러운 멘트를 보며 흐뭇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메일과 언제든 통화할수 있는 핸드폰덕에 이제는 편지를 정말 눈씻고 찾아도 볼수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속까지 정치적인의 저자 목수정 그녀의 신작은 이런 사랑의 한 시작이었던 차 한잔 할까요? 의 부재속에서 사랑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보니 그전엔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차 한잔 해요? 이런 작업멘트를 날리며
쫓아다니다 그정성에 탄복한 여자가 차를 같이 마시기 시작하고 연애를 시작해서 결혼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차한잔족이 사라졌다.
그럴게 뭐가 있겠는가 각종 소개팅이나 부팅을 통해 이성을 만나기도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속에서 만남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많아지고 차한잔보다 핸폰 번호를 얻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져 그전처럼 한번 만나기위해 정성을 들이는 일은 이제 사라져버린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일은 너무도 무모하고 자신의 인생을 어느정도 포기해야하는 결정에 속한다.
성은 개방되어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우리의 시선은 미혼모를 차갑게 바라본다.
그것도 남자보다는 여자를 제한몸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창녀 취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니 사실 그런 것들이 참 거슬린다.
목수정의 시선과 여자를 성으로 치부하는 사회를 향해 내뱉는 생각들이 읽으면서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읽고 나서 참 마음에 든다 싶었다.
그녀는 좌파정당인 민노당에서 정책위원으로도 활동을 했지만 결혼하지 않고 프랑스남자와 아이를 낳고 사는 여자로 더 알려져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겠지만 프랑스나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비혼도 결혼의 한가지 형태로 결혼하지 않고 사실혼관계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거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 동성 커플, 동거가 일상화되어 있다.
미혼모로서 아이를 낳아도 정부지원속에 학업을 지속하고 안정된 삶을 살게끔 제도가 잘 갖춰져있어 어떤 면에서 보면 여자의 일생을 좀더 나라에서 지원해준다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미혼모라면 일단 따가운 시선속에서 제대로된 학업도 지속할수없고 일단은 행복한 미래만을 꿈꿀수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속에서 부모의 경제지원과 아기 아빠의 책임이 있다면 그나마도 행복한 사람이겠지만 일상적으로 미혼모에게 아기아빠의 책임을 묻는 것보다는 몸을 함부로 굴린 여자라는 인식이 더 있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고민이 생긴다. 여자라서 더 불합리한 것이 눈에 띄는 사회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해줘야하는지 화가 날때도 있다.
차 한잔족의 부재를 목수정은 이렇게 말한다.
이성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시기에 우리는 스펙을 쌓아 취업을 해야 하니 그런 사치스러운 감정은 좋은 일자리에 취직한 이후에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문대를 거쳐 높은 영어점수, 화려한 스펙을 쫓다보면 그들은 이미 연애를 시작할 좋은 시기를 놓친 나이가 된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사회에 물들고 타성에 젖어 더이상 용감성을 띠면서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걸 늦추게 된다.
야성적인 사랑도 그래서 사라져가고 있는 건 아닐까?
유교사회속에서 여자는 늘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회속에 팽배해있는 여자들의 불평등, 그런 것들이 어릴때부터 싫어서 참 바른 소리를 많이 하고 자랐는데 지금도 그때와 별다르게 변하지 않은 것도 많다.
살기좋은 사회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런 잔재들이 곳곳에 너무도 많이 남아있어서 도대체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 거야 라고 외칠때도 많다.
누구는 나를 까칠해서 그런거라고 하지만 불합리해서 그런거지 내가 까칠해서 그런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을때가 많지만 아직도 희망은 살아있을 테니
이제는 나의 딸에게 늘 평등하고 능력을 펼치면서 아름다운 사랑이 살아있음을 알려줄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