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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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그런 연애 이야기인줄 알았다.

제목처럼 뭔가 달콤한 연애를 지향한 소설이 아닐까 했는데 읽고 난 느낌은 정말 속시원하다.

초콜릿처럼 달때도 있고 쓸때도 있는 것이 남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

사실 내 나이가 책속의 주인공들 나이와 아주 비슷한 37살이니 공감대가 들수도 있겠지만

나와 다른 점은 내가 기혼자이고 그녀들은 싱글이라는 점

하지만 결혼 안한 친구들이 많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결혼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고

여자들의 연애를 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공감하는 면이 많다.

이거라면 나도 할말이 많은 사람이니까. 말 많다고 어릴때부터 삐딱하게 보는 사람도 많았다.

 

책속엔 각자 연애 방식이 다른 여섯명의 연애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같이 그녀들은 사회에서 노처녀로 불리는 3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의 여성들이다.

남들이 보는 것처럼 고르고 고르다 눈이 너무 높아져 결혼을 못한 여자들로 생각하는 30대 여성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녀들이 결혼 하기 싫어서 그럴수도 있고 어쩌다 보니 그 나이가 된 걸수도 있다.

내 친구만 하더라도 37살이지만 그 친구가 결혼하기 싫어서 여태 안하고 있는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30대가 넘었고 화살처럼 빠른 30대의 시간때문에 어찌하다보니 이렇게 나이를 먹은 것 뿐이다.

소개팅도 하고 선도 보고 하지만 20대처럼 연애부터 하는게 아니고 결혼을 전제로 만나다 보니 아니면 두세번 만나고 끝이다.

친구 말로는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필요성도 못 느끼고 하지만 좋은 남자가 있으면 결혼할거라고 한다.

혼자 오래 살다보니 그 편한 점도 뿌리치지 못하겠고 결혼에 대한 절대성도 가지지 못하는 것 뿐인데 주위에선

낼 모레가 마흔인데 결혼 안하면 큰일난다는 식으로 말을 해대곤 한다.

 

사회의 잣대로 보면 더이상 여자로 보지 않는 30대 중반의 여성들.

여자들에겐 남자와 달리 요구받는게 너무 많다.

연애할때도 남자의 말을 따라줘야 한다고 하고 돈도 옷도 남자가 요구하는 대로 입어줘야 하는 점도 어느정도 있고

싸워도 어느정도 남자의 기는 살려줘야 한다고 하고 나이 들면 쳐다보니 않으니 좀더 어릴때 결혼하는 것이 좋고

여자에게 결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다.

나이든 여자는 여자도 아니다. 라고 말하는 남자들도 많다.

 

본인의 상태는 생각하지도 않고 어리고 에쁜 여자만 찾아대는 속물근성을 가진 남자들도 많으니 여권신장에 모든 걸 바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실 페미니즘하면 드세고 너무 똑똑한 여자들을 지칭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그게 왜 드세고 이상해보이는 건지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남자들의 관점이 아닐까?

자신의 권리를 찾고 여자를 위한 것인데 남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에 대항하는 걸로 여겨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할수

있을 것 같다.

 

이책은 단순히 삼십대 여자들의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이 사회에서 여자들의 연애를 보는 잣대와 차별, 30대 여자들의 심리를 속시원하게 풀어놓은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여자들은 꼭 결혼전에 섹스하면 안되고 자유롭게 연애해도 안된다고 누가 규정지어 놓았는가?

남자들이 하면 멋있고 잘난 것이고 여자가 하면 문란한 여자로 보는 그런 이중적 잣대.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보는 건 아니지만

남자들은 되고 여자들은 안된다는 그런 이상한 논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것도 남자들이 지어놓았지 싶다.

자신들보다 똑똑한 여자는 피곤하다고 딱 연애할 여자와 결혼할 여자는 다르다고 하는 남자들도 많으니까.

 

줄거리는 연하남과의 연애, 나쁜 남자와의 연애, 연상, 사회적 유명인과의 연애, 여러남자와의 동시 연애등 다양한 연애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남자들이 보면 이런 게 실제 상황에도 있어? 할수도 있겠지만 여자인 내 입장에서는 전혀 뜨악할 정도는 아니다.

더군다나 30대 중반의 여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연상의 남자라면 거의 결혼을 한 상태이고 간혹 안 한 사람은 40대인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연하남밖에 없을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적 대세가 나쁜 남자인것도 한가지 이유가 될수 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도 나쁜 남자가 끌린다.

까칠하고 자기 여자에게 잘하는 까칠남이 매력있는 건 사실 아닌가? 모범생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

평생 같이 살기엔 안정되고 좋을지 몰라도 일단 연애라면 나쁜 남자가 더 끌리게 돼 있다.

 

여섯 주인공중 하나인 초인은 어쩌다보니 네남자와 동시연애를 즐긴다.

1번은 직장 동료로 만났던 남자로 똑똑하고 돈 잘벌고 반듯한 가정에서 자란 남자로 초인에게 무한한 안정감과 신뢰감을 보여준다.

2번 남자는 열살 연상으로 힘들때 만나 가장 좋은 연애 초기상태인데 여행도 같이 가고 정말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지만 이미 애인이 있는

초인인줄 알고 만났으면서도 1번 이외의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헤어지는 건 못하는 남자다.

3번은 그냥 만나서 밥먹고 하지만 섹스까지는 안한 남자로 20살 연상이며 인생 상담도 하는 좋은 남자다.

마지막 4번은 헬스강사로 그냥 엔조이하는 관계로 몸이 좋아서 섹스만 하는 사이다.

 

이정도면 너무 밝히고 문란한 여자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초인은 29살이면서 매력있고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예쁘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남자는 초인의 매력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어느날 공식 애인의 결혼하자는 이야기에 초인은 흔들린다.

사실 결혼이 주는 안정감과 경제성을 저버리고 혼자 살아감을 택한다는 것은 여자에게 힘든 결정이다.

오래 사귀었으니 당연한 수순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애인앞에서 초인은 어찌해야 할지 깊은 생각에 잠긴다.

결혼하는 것이 맞는지 자신이 결혼을 정말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초인이 자신이 책임지는 삶을 택한다면

사회적 관점에서는 초인이 이상한 여자로 비춰질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그녀 자신의 결정이고 그녀가 안정된 결혼을

뿌리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건 아무도 뭐라 할수 없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결혼하자는 데 선택할게 뭐 있어? 하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결혼날짜를 받아놓고도 잘하는 결혼인지 꼭 해야 하는 건지 갈등하게 되는

여자들의 심리를 남자들이 어떻게 알수있겠는가.

연애와 결혼은 개인의 일이라고 하지만 시작하고 보면 사회가 요구하는 성역할에 여자는 지치고 만다.

 

속으로는 자유로움을 원하지만 사회속에서 원하는 여자상에 따르느라 조신하게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에게

저자는 속시원한 연애담을 들려준다.

30대 여성들을 보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그녀들의 속사정, 그리고 그녀들이 할수밖에 없는 생각들

여자의 결혼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저자는 정말 리얼하게 말해준다.

 

나 자신도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참고 사는 것을 책으로나마 대신 느낄수 있어서 즐거웠다.

남자가 읽기엔 좀 그럴수도 있고 여자가 읽으면 속시원할 책, 그것이 정박미경의 남자는 초콜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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