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키핑
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집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기도 하고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어디론가 떠나있어도 언제나 돌아갈수 있는 곳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곳이기도 할텐데

하나둘씩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사람에겐 과연 집이란 존재가 무슨 의미가 될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지금도 가끔 꿈속에서 나오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직장에 다닐무렵 부모님과 할머니, 우리 사남매가 앉아서 저녁을 먹기 직전의 모습

어서 와라, 밥먹자, 이제 오니? 이런 말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반찬 냄새가 나고 하지만 언제나

이 꿈은 먹기 전에 끝이 난다.

이제는 아무리 무슨 수를 써도 이 장면을 되돌릴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슬프다.

지금 혼자 살고있는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며 집을 지키고 계실까?

어느해 봄 동생이 사고로 이세상을 떠나고 일년후에 아버지가 수술 합병증으로 돌아가시고 삼개월뒤

할머니가 충격에 돌아가신후 그 많던 일곱식구는 다 떠나버리고 어머니만이 남게 되셨다.

그 사건들이 일어나던 사이에 남은 형제들이 모두 결혼해서 집을 떠났으니 너무도 짧은 시간에

혼자가 되신 어머니는 지금 누구와 추억을 되새기며 힘들었던 시간들과 상실감을 견뎌내고 계실지 이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인공 루스와 루실은 할머니집에 맡기고 자살해버리는 엄마때문에 할머니집에 같이 살게 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할머니가 돌아가신후엔 두 할머니를 거쳐 마침내는 방랑벽이 있어 안주하지 못하던

엄마의 동생, 실비이모와 함께 살게 된다.

실비이모는 언제든지 집을 떠나버릴듯한 불안한 모습으로 두 자매를 보듬고 이 모습을 보며 자라나던 루실은 결국

가출을 해 선생님댁에 둥지를 튼다.

많은 일들이 벌어져도 늘 쓸고 닦고 하며 집을 가꾸고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겐

실비이모가 하는 행동들은 너무도 배반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집을 가꾸지 않고 화물기차를 타고 모르는 숲속에 루스를 데리고 다니기도 하는 모습때문에 동네사람들의 시선을

따갑게 받기도 하지만 관습적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그런 일들을 실비이모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의 죽음으로 생기는 상실감과 허무함, 또다른 힘든 일들을 겪으며 이 틈을 없애고 채우려

열심히 집을 가꾸고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적인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이런 행동들은 불안하고 사회적인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어

주제넘은 참견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회는 오래전부터 아니 인간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한다고 규정지어놓은

그런 보이지 않는 규칙같은 것이 있다.

하우스 키핑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삶속에서 여자가 해야할 일을 정해두고 이것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경우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치부하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지만 지금의 사회에서도 충분히 할말을 대신해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두 사람은 이런 전통적인 삶과는 다르게 하고 싶은 걸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집을 충실히 지키고 가꾸지

않지만 본인들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과연 사회와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은 이것이다 라고 규범지어놓은 삶을 사는것이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그것과는 다르지만 개인이 원하는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삶을 사는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하지만 집은 누군가는 떠나고 그로 인한 빈자리가 생기면 또다른 누군가가 남아 집을 지키고 삶을 살아갈수도 있다.

무엇이 정상이고 아닌 삶인지는 누구에게도 요구되어져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집이란 존재가 어떤 의미로 우리의 삶속에 자리잡고 있는지 인간에게 있어 가장 본질적인 것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한장 한장 쉽게 읽혀지지는 않지만 천천히 읽고 나면 마음 한켠이 싸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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