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과 만남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안개가 잔잔하게 낀 바다가 표지에 가득한 책

이전에 현실적인 경제나 경영서에서 만났던 저자이기에 이런 잔잔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곤

생각도 못했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된 떠남과 만남이라는 책은 좀 예상외의 책이었다.

워낙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쓴 잔잔한 기행문이나 에세이를 좋아하는 터라 표지와 제목부터가

무척 맘에 들었다.

현실적으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터라 아이들과 북적거리며 지내는 짬짬이

이런 책을 읽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떠남과 만남이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다가오는 설레임에 이미 마음은 집을 떠나

여행지에 가있는 기분이고 짐을 꾸리고 소지품을 챙기면서 어디로 가든 현실을 잠시라도 떠난다는 기쁨에

어디든 무슨 상관이랴 여행은 이리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을...

하면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여행은 떠남과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과 풍경을 만나는 것의 연속이다.

그래서 제목도 떠남과 만남이라 짓지 않았을까 싶다. 인생 자체가 떠나고 만남의 연속일테니 비단 여행이 아니더라도

삶 자체가 긴 여행이라고 할수도 있을것 같다.

늘 마음속으로는 현실속에서 일주일만이라도 피해있고 싶은 마음인데 아이들을 저버리고 가족을 팽개치고 날아갈수가 없다.

저자처럼 십년 열심히 일했다고 안식휴가를 갈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우리가 늘 마음의 고향이라 일컫는 남도를 휘휘 돌아 바다내음을 맡고 푸근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잔잔하게

일상을 풀어놓는다.

남도의 매화 꽃 향기를 풍기며 섬진강과 고흥 반도를 돌아 지리산과 운주사를 거닐며 옛 선조들의 업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적벽과 해남 두륜산, 고금도의 충무사와 마량을 지나면서는 충무공의 외로움을 말하기도 했다.

 

보길도를 돌아 예송리 갯돌 해수욕장을 맨발로 거닐며 그 돌의 감촉을 느껴보기도 하는데 그 맨질맨질한 자갈과

바닷물에 쓸리며 내는 소리를 나도 들어보고 싶다. 언젠가 그 남도에 가면 꼭 해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가보지 못했다.

늘 경제서속에 만났던 저자의 이런 글들을 보니 참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아닌듯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런 따뜻한 감성을 가슴속에 품고 일상을 모른척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찌했든 여행지에서 운전에 신경안쓰고

대낮에 술한잔을 머금으며 풍경을 느끼고 벗을 만나고 이런 유유자적한 여행을 즐기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책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자연은 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물빛은 봄에는 초록이고 여름엔 파르스름한 녹색이었다가 가을엔 푸르며 겨울엔 검푸르다.

나무에 잎이 나고 지는 것을 보거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며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변화의 능력과 경영은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이해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늘 변화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는 부르짖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을때가 많다.

노력조차도 하지 않고 마음만 먹고 살아서인가?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내 주위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테고 자연은 늘 변하지 않지만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고 새로워지도록

노력하며 살아야할것 같다.

윤광준씨의 수수하고도 멋진 사진과 더불어 여행이 주는 여유와 인생의 의미를 느껴볼 푸근함이 감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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