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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2008.1 - 제45
대한황토협회 엮음 / 대한황토협회(잡지)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두번째 월간 황토를 만나면서 어릴적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릴때 동네엔 비만 오면 온통 황토빛 개울물이 흘렀고
진흙이 묻어 신발신고 밭에 들어가기도 힘든 땅이 대부분이었죠.
그때만해도 비오면 다른 곳도 개울물이 그런 색인줄 알았는데
커서 다른 지역에도 가게 되어 보니 울 동네만 그렇다는걸 알게 되었죠.
동네 어디를 파더라도 흙 색깔은 붉은 인주빛 색이어서
그걸로 도장놀이도 하고 찰흙놀이도 했었는데,
외지에 나와 살다보니 가는 곳마다 흙색이 다르고 검은빛 흙이라 참 신기했어요.
황토를 보면 어릴때 느꼈던 흙의 느낌과 여운이 살아납니다.
아련하게 흙의 냄새와 촉감을 기억하면서 황토를 넘기니
첫장에 한동안 동강보존문제로 떠들썩했던 동강과 서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겨울눈이 내린 동강의 풍경과 아련하게 들어오는 동강과 서강의 물길에 대한
이야기, 겨울이라 더 스산해보이지만 강원도 사람들에겐 한이 서리고 휘돌아나가는
동강에 많은 추억이 담겨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안재동시인의 초대시 '님에게'는 이상하게도 마음에 들어오네요.
그 한구절이 자꾸 머리속에 떠올라 적습니다.
어느 호젓한 들길의 길목을
천 년 쯤은
묵묵히 지키고 섰을 법한
저 한 그루의 은행나무
가을이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황금색 이파리들을 깃발처럼
펄럭이네.
오가는 세월처럼 소리 없이
늘 집앞 가로수로 있는 은행나무를 보면서 봄부터 겨울까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데 이 시를 읽으니 은행나무가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오늘 같은 칼바람에 휭휭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서있는 은행나무. 이제 곧 봄이 오고 아이손같은 새싹을 돋아내겠지요.
생태건축가 김기헌씨의 생태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가끔 황토찜질방이 좋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집도 황토로 발라서 집을 짓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이를 실천으로 옮겨서 생태 건축이 얼마나 사람에게 자연에게 이로운지를
널리 알리고 직접 짓고 계시다니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가평 용추계곡에 생태 건축을 기초로 한 집을 짓고 있는데 길도 따로 내지 않고 자연스런 길을 만들고 재료도 자연에서 얻은 것으로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틈틈이 강의도 하고 활동을 하면서 짓는 집이라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완성이 되면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그런 집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이외에도 지리산 별천지 삼성궁을 다녀온 테마기행과 많은 책들과 관심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조선에 대한 역사 산책도 담겨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한 기사도 실려 있어서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하거나 지하철을 타고 쉽게 가볼수 있어서 요즘 아이들에게 옛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보따리 해줄수 있는 그런 시간도 가질수 있을것 같아요.
가장 눈길이 갔던 기사는 황토 건축과 온돌 구들에 대한 기사였는데 어릴적부터 늘 온돌방에 살아온 우리가 얼마나 큰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기사였습니다.
공해없이 과학적이고 건강에도 좋은 구들 문화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세계 어느 나라에 가봐도 이렇게 좋은 것은 없다고 합니다. 요새는 많이 보급하고 있다는 뉴스도 흘러나오고 있죠. 온돌 구들에 대한 구조와 만들어지는 원리, 그리고 한번 불을 때면 서너달동안 따뜻하게 유지된다는 칠불암의 '아자방' 온돌도 소개되어 있어서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월간 황토는 요즘 흔한 일회성기사로 가득차있는 잡지중에서 생태와 자연, 인간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런 기사들로 채워져 가는 것같아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날이 발전해서 더 좋은 기사들로 채워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