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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김선우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비채 / 2008년 12월
평점 :
사랑..
세상에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소설, 영화, 음악, 그리고 詩
소설은 눈으로 읽고 상상하는 사랑을 하고 영화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사실적인
사랑을 하고 음악은 추억을 떠올리며 회상하는 사랑을 하고 詩는 세상에서 가장 애
절한 사랑을 한다.
이 책은 시단의 원로와 중진, 신예 시인 14명이 모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를
각각 10편씩 추천하고 그 중 50편만 추려 담아놓은 시집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용운, 김소월, 서정주, 김남조, 황동규 시인 등에서 부터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시인들의 작품까지 두루 들어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사랑"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이 책은 詩 하나하나마다 김선우, 장석남 시인의 해설까지 덧붙여서 시인들
에 대한 설명과 당시 상황이나 알지 못했던 그 詩의 배경이 될만한 사실들까지 알수
있게 해놓았다.
정말 오랫만에 접할수 있었던 시집답게 여러 시인들이 많은 공을 들여놓았다.
이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소설이나 영화, 음악에서 한결같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
하고 가장 많이 다루어졌던게 "사랑"이라는 주제다.
거기에 詩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는 한두번 보면 금새 지겨워져서 자주 보는게 쉽지 않고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도 자주 들으면 지겨워 듣기 싫어지고 그 모든것의 주제가 되는 사랑
마저도 오래되면 식어간다고들 하는데 이상하게도 詩만큼은 열번을 보고 백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리고 한번 볼때와 두번 볼때가, 또 처음 볼때와 그 詩의 배경이나 상황등을 알고 난뒤
볼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참 이상한 일이다.
또한, 학창시절에 배운것 처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는것도 詩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 아닌가 싶다.
성미정님의 <사랑은 야채 같은 것>이란 詩처럼 혹여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면 유치
하다고 느낄수 있는 것 마저도 詩속에서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도 아름답고 가슴 애절한 사랑으로 유명한 유치환님의 <행복>이란 詩가
당시 유부남이었던 유치환시인이 시조시인 이호우의 동생이기도 한 이영도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 또한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면 불륜이라는 오명을 벗을수가 없었을 듯한데 詩
속에서는 오로지 한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밖에는 보이질 않는다.
사실 요즘은 시집이란 말이 참 낯설다.
예전처럼 많이 출판되지도 않을뿐더러 이제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풍경이 되어가는거 같
아서 너무 안타까울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詩만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랑을 표현할수 있는 방법이 없는
데 왜 자꾸만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지 모르겠다.
사회가 너무 각박해져서 예전만큼 순수한 마음을 지니기가 어려워서일까?
이제는 다시 예전만큼 시집이 많이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