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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야 영어가 들린다 - 웹소설 오디오북에서 미드, 영화까지: 들리는 영어를 위한 콘텐츠 가이드북
한지웅 지음 / 느리게걷다 / 2022년 11월
평점 :

언제부턴가 영어 학습자들 사이에서 쉐도잉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미드나 영화를 파고드는 학습법이 정공법처럼 여겨졌다. '근데, 영어 한 편 씹어 먹어 봤니' 등과 같은 도서의 출간과 쉐도잉으로 영어 회화의 고수가 된 성공담은 학습자들에게 부푼 희망을 안겨주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원서를 읽고, 영상을 쉐도잉하고, 연설문을 암기하면서 남들이 좋다는 건 다 해봤는데 왜 영어 실력은 늘 제자리일까?
저자는 영어가 들리는 않는 이유에 대해 읽기가 듣기보다 선행되는 상황이 매우 부자연스럽다고 역설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한 일상화를 강조한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기초 실력을 배양한 후 취미와 결합해 일상화하기를 추천한다. 아동 문학 오디오북, 웹 소설 오디오북, 애니메이션, 미드, 영화 등의 순으로 난도를 높여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듣기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트레이닝으로 '마션'을 추천했는데, 재생 시간이 11시간이나 되고 과학 소설이라 초보자가 접하기 과연 쉬울까 싶은 생각이 든다. 번역서와 원서 대조해 가며 읽기 → 독해를 마친 후 원서를 보며 오디오북 듣기 → 원서 없이 오디오북 듣기의 순서로 리스닝의 기본 토대 마련 과정에 대해 조언한다. 또한, 잘 들을 수 있는 콘텐츠들을 집중적으로 듣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학습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시하는 가이드북이다. 오디오북,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목록의 등급, 제작사, 출시 연도, 러닝 타임, 줄거리 등을 제공해 학습자에게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이런 도서의 출간이 참 반가운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디오북과 미드의 라인업이 좀 부족하게 느껴진다. 영어 실력 향상의 양 날개라면 문어체를 익힐 수 있는 원서, 구어체를 익힐 수 있는 미드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자료가 적다.
제시된 오디오북의 리스트를 보면 거의 10시간 이상의 장편들인데 초보자들에게는 좀 벅차지 않을까 싶다. 아동 문학상인 뉴베리 수상작 중에는 작품성을 갖춘 짧은 단편 소설도 많고, 수준을 골라서 들을 수 있는 AR 지수나 Lexile 지수에 대한 언급도 더해졌으면 좀 더 참고가 됐을 것 같다. 국내 출판사 중 롱테일북스에서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원서로 출간해 원서, 단어장, 번역서, 오디오북까지 한 번에 제공해 줘 초보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는데 그런 점들도 추가해 줬으면 더 유익했을 것 같다.
해리포터가 포함돼 있으니 같은 영국 작품인 '로알드 달' 시리즈나 드라마 제작으로 굉장히 핫한 원서 'Pachinko(파친코)', Kim Jiyoung, Born 1982(82년생 김지영), Please, Look after Mom(엄마를 부탁해), 부커상 후보에 오른 정보라 님의 'Cursed Bunny(저주 토끼)', 박상영 님의 'Love in the Big City(대도시의 사랑법)' 등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한 원서에 대한 소개도 더해졌으면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었을 것 같다.

테드 연설문 중에도 좋은 자료가 많은데 누락된 점이 아쉽다. 장르를 살펴 보면 다큐멘터리는 지구 과학에, 미드나 영화는 액션, SF로 편중돼 있다. 일상생활 위주의 로맨틱 코미디가 많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인턴', '어바웃 타임', '노팅힐', '어바웃 어 보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러브 액츄얼리', '위기의 주부들', '모던 패밀리'와 같은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아무래도 학습자들이 미드나 영화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장르별로 자료를 나눠 제공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장기간 공부했던 영어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실력이 향상된 일본어를 비교해 보면 우연히도 저자가 제시한 방법대로 일본어를 일상화했기 때문이다. 영어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라고 생각했던데 반해 일본어는 매일 읽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항상 들어왔기 때문에 일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이 가능했다. 영어는 심적인 저항감이 있었지만, 일본어는 무턱대고 좋아서 접했다.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로 매일 꾸준히! 외국어 실력 향상 방법은 단언컨대 이게 정답이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