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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만화가, 차니 거북이 만동화 문고
최금락 지음, 박해찬 그림 / 거북이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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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림.  말이나 글로 자신의 가슴에 담겨 있는 온갖 것들을 표현해내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주눅들곤 하던 아이들도 그림을 그려보라 하면 나름대로 자신을 표현할 줄 안다.  겁내지 않고 쓱쓱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보이는 것. 그것이 바로 만화아닐까? 자기 눈에 보이는 세상,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 그래서 재미있고 신나는 일. 그것이 바로 만화 그리기다.  

  어른이 글을 쓰고 아이가 그린 만동화라는 새 장르가 나왔다. 어른의 글도 아이의 눈을 통하면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된다.  만화가 차니는 자신이 꾸민 세상의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그건 아이들의 특권이다. 박해찬 어린이의 그림 솜씨에도 감탄을 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우리 어린 만화가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모든 것들의 진짜 소리를 들을 줄 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 우리들을 즐겁게 해준다. 더불어 희망도 준다. 

 "얘들아, 너희도 하고 싶은 것을 해봐. 아주 신나. 하면 돼.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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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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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의 이야기가 있다.  계단 앞에 선 기분이다.

첫 계단을 오르다. "아직 두근거림이 없다."

'이 여자, 지나치게 엄살을 떠는군. 조용한 삶을 원한다면 다른 길이 있었을 텐데. 그녀에게 남편은 재앙이라기 보다는 삶에 끼어든 이물질 수준으로 보여지는데.'

둘째 계단, "이마에 땀방울이 조금씩....." 

역시 이물질 이야기, 공포소설로 약간 방향 선회. 일상을 뚫고 들어온 개와 여자. 나를 무너뜨리는 것들.  그러나 그 남자의 울부짖음은 "그냥 비겁한 변명입니다."

세 번째 계단, "어라, 어느새 손에 땀이...."

신비한 여자를 손에 넣고 싶은 남자들의 환타지. 그러나 이 소설, 여자가 썼다는 걸 상기하자.    "보기만 하세요. 그러나 달콤한 파멸을 원한다면 만져봐도 좋습니다"

네 번째 계단, "아아, 숨이 가빠진다."

세상에 무심한 그녀, 이성에 연결된 회로가 끊긴  그녀, 루누아르의 "목욕하는 여자"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그녀, 그녀가 그 통통한 손을 들어 당신에게 손짓한다면?  그 고무공같이 탄력있는 몸으로 당신에게 통통 튀어온다면?                                                                                           " 나락으로 함께 떨어질 건가요? 지옥이라도 함께 갈 수 있나요? 그녀의 이상한 정신세계가 공포스럽나요? 서양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 뽀얗게 빛나는 그녀와 함께라면 공포도 놀이가  되지 않을까요? " 

삶에 끼어든 이물질이 곧 재앙 아닌가? 사소한 시작이었지만 우리들을 파멸로 이끄는 어떤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빛에 끌리는 벌레처럼 파멸을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것은 인간의 약점일까? 강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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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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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편의 마이리뷰

요즘 일본 소설이 뜬다고 하더니 과연...

온다 리쿠라는 작가 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일본 소설의 매력을 고루 가췄다고 말할 수 있다. 무겁지 않다.(무겁지 않다는 것과 가볍다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일본소설은 무겁지 않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 신비롭다. 평범하거나 작은 것도 특별하게 만든다. 하지만 일본 소설이 미덕만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일고있는 일본 소설 붐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고통이든 사랑이든 끈끈하게 파고 드는 우리 소설에 질린 독자들이 잠시 한숨 돌리기 위해 커피 한 잔 뽑아들고 찾아가는 도서관 휴게실 같은 것이라고.

  마이 리뷰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일종의 반가움. 여고괴담을 생각하고 X맨을 떠올린 사람들. 영화든 소설이든. TV오락물이든 우리 문화 깊이 파고든 일본 문화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걱정이라기 보다 그저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곳의 특수성.  이를 테면 네모난 교실로 분리된 공간의 폐쇄성.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집단.그것이 지식이든 사랑이든 권력이든 베푸는 자와 받는 자가 분명하게 나뉘는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수직관계. 요즘에는 '내신관리'라는 공포상황까지.  소문과 사건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곳이다.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고 몰입하며 아이들은 자신들의 성장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와 긴장을  풀어버리며 버틴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오면 그리움을 품고 추억한다.

  온다 리쿠가 보여주는 학교는 견딜만한 곳이다. 매력이 넘치는 소년 소녀들이 사랑과 우정을 키우고 사건을 해결하고 어른스러워진다. 누가 학교를 두려운 곳이라고 생각하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온다 리쿠를 찾는 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공간을 찾아서. 환타지를 읽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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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후를 기다리며
하라다 마하 지음, 오근영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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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쩍새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피를 토하듯 소쩍새가 울어댄다.'    얼마나 애가 끓으면 그 소리가 피를 토하듯 하겠는가.

그것이 우리식 사랑이다. 피를 토하듯 절절하며 끈적함이나 뜨거움을 동반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제 1회 러브스토리 대상을 받은 책이란다. '러브'와 '사랑'의 차이일까? 아니면 한국식과 일본식의 차이?

뜨거운 소용돌이 대신 끊임없이 들고나면서  모난 돌을 둥글게 만드는 잔물결의 느낌. 서늘하면서 억눌린 조심스러운 감정. 이 책이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그러하다. '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사랑을 하는구나.' 생각하다가 문득 그곳이 오키나와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바다다. 섬이다. 가족도 없는 섬총각. 그것도 불구의 몸. 그래 그럴수 있겠구나. 그래서 물같은 사랑을 하는구나. 기다리고 배려하고 아파하고 실망하고 다시 그리워하면서 찾아나서는. 

개발과 환경, 장애, 이혼 등 삶을 흔드는 요소들을 사랑과  함께 배치했다.  그래서 집중력이 약간 흐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만을 내세우고 그것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조그 버거웠을 것같다.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너무 풍덩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깊은 웅덩이같이. 아키오의 조심스러움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사랑의 상처가 두렵지 않다는 것도 오만함이 아닐까?

뜨거운 감동을 기대하며 잃은 책은 아니다.  서늘하고 가느다란 '사랑의 숨결'을 기대했다.  그리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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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루
니시카와 미와 지음, 오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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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먼저 보았고 소설은 나중에 읽었다.   둘 다  좋았다.  더 좋은 것을 고르라면.......  자신 없다.

그런데 소설을 읽고   하나 더 얻은 것이 있다.  비로소 다케루를 본 것이다.  영화에서는  오다기리 조가  흘리고 다니는 분위기에 홀려 다케루의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아, 한 사람 더 있다. 요헤이.  영화를 보면서도 소설을 읽으면서도 미노루의 진실은 무엇일까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소설 말미 요헤이의 독백이 그것을 알려준다.  마주보면 웃을 수 있는 사람. 그가 바로 미노루였다.

  정말 큰 상처는 가족에게서 받는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더라.  그러나 그 상처를 보듬는 손길도 가족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소설.  좀 식상하다고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섬세함이 그것을 덮어버린다.  다섯 명 등장인물들의 독백.  그 감정의 결이 너무나 섬세하고 치밀해 이상하게 가슴이 뜨끔했다.  형제 혹은 자매 사이에서 느껴지던 미묘한 감정을 경험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요즘 일본 소설 붐이 일었다고 한다. 일본 소설의 매력이 가벼움이라고 했던가.  가볍기만 하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을 리가 없다. 가벼움 속에 들어있는 진지함, 삶을 녹여놓은 듯한 생생함. 한숨만큼 가볍고 또 그만큼 마음을 아리게 하는 소설이다.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오다기리 조 만큼.  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가 좋다.  이 책은 그보다 더 진지하고 섬세하다.  음.....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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