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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후를 기다리며
하라다 마하 지음, 오근영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7년 3월
평점 :
소쩍새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피를 토하듯 소쩍새가 울어댄다.' 얼마나 애가 끓으면 그 소리가 피를 토하듯 하겠는가.
그것이 우리식 사랑이다. 피를 토하듯 절절하며 끈적함이나 뜨거움을 동반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제 1회 러브스토리 대상을 받은 책이란다. '러브'와 '사랑'의 차이일까? 아니면 한국식과 일본식의 차이?
뜨거운 소용돌이 대신 끊임없이 들고나면서 모난 돌을 둥글게 만드는 잔물결의 느낌. 서늘하면서 억눌린 조심스러운 감정. 이 책이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그러하다. '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사랑을 하는구나.' 생각하다가 문득 그곳이 오키나와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바다다. 섬이다. 가족도 없는 섬총각. 그것도 불구의 몸. 그래 그럴수 있겠구나. 그래서 물같은 사랑을 하는구나. 기다리고 배려하고 아파하고 실망하고 다시 그리워하면서 찾아나서는.
개발과 환경, 장애, 이혼 등 삶을 흔드는 요소들을 사랑과 함께 배치했다. 그래서 집중력이 약간 흐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만을 내세우고 그것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조그 버거웠을 것같다.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너무 풍덩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깊은 웅덩이같이. 아키오의 조심스러움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사랑의 상처가 두렵지 않다는 것도 오만함이 아닐까?
뜨거운 감동을 기대하며 잃은 책은 아니다. 서늘하고 가느다란 '사랑의 숨결'을 기대했다. 그리고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