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 With Frida Kahlo 활자에 잠긴 시
박연준 지음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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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박연준 시인의 시를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를 잘 드러내는 작품을 많이 시집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히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그녀가 그렸던 생의 고통과 삶의 의미를 그의 자전적 인 일기와 시를 결합하여 하나의 새로움을 엿보는 책을 읽게 되어서 너무나 기뻤다.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정도면 자신의 불행을 끊어내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했지만 실제로는 평생을 자신의 남편을 동반자라고 생각하면서 손을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참 수긍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박연준 시인은 여성성의 관점에서 훼손된 여성의 모습을 제대로 시를 통해 새롭게 복원시키는 힘으로 한자한자 끊임없이 이어가는 시들이 그녀의 그림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함에 더 큰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삶을 관통하는 지점에서 슬픈 여성의 모습이 눈에도 가장 시인에게는 크나큰 고통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삶에 대한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참하고 철저하게 유리되어가는 여성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자신의 맘에안 든다고 놓아버린다면 이것은 더한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결국 밤이라는 상징성도 늘 인생이 불행했던 그녀의 모습이 잘 형상화한 주제의식과도 닮아 있다는 점을 더 깊이 알려준다. 마음을 다하는 순간에도 우리에겐 여성에 대한 존중을 다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식하게 해 준다.

 무수한 화살에 몸의 상처를 입은 작가님의 분신이 사슴에 투영되어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그 사람이 바로 예술가이자 시인이다. 이런 점에서 프리다 칼로와 박연준 시인은 동일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첫눈에 반하는 일은 처음 만나는 존재에게 한 방 ‘얻어맞는 것’과 같다. 당신이라는 이미지에 내 온 존재를 얻어맞고, 낯선 이미지에 ‘감염’되어 본래의 내가 흐려지거나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때문에 사랑에 빠진 자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전과 달라진 자다. 당신이 눈앞에 보이면 언제라도 ‘변질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려 세포 하나하나가 준비하고 있는 자, 존재의 근육이 유연해진 사람이다. 사랑이 침입했을 때 즉시, 온몸에 당신이 전이되어 ‘타자로 감염된 존재’가 되는 사람. 그래서 사랑에 빠진 자는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기 쉽다.(본문 28-29쪽)

 본문의 말처럼 우리는 사랑에 빠져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가장 침입된 애정의 존재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더 생각하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존재의 그 의미를 더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나에게 와닿는 지점은 바로 우리와 그와 둘러싼 타자의 의미가 아닌가 생각을 해 보았다. 어디까지가 존재를 더 가까이 하는 일인지를 생각해 보고 더 한 눈에 반하는 일인지를 더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각 개인마다 주목을 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이 책을 통해서 더 깊은 마음으로 여성성에 대한 의미와 존재 그리고 사랑의 사이를 더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페미니즘의 문학과 같은 그런 한 개인의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이 무엇을 중요하게 하는지를 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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