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이 무기다 - 한고조 유방의 성공 전략
한의상 지음 / 경향신문사 / 2022년 6월
평점 :
1. 사람을 존중한 사람, 유방
사람이 무기다 독후감을 구상하기 시작한 날 아침, 신문 사설이 있는 면의 왼쪽 위아래에 실린 칼럼을 인상 깊게 읽었다. 위에 있는 칼럼의 제목은 「청소, 시간당 400원짜리 공유제」다. 자본주의의 태생을 영국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식민주의’라고 했단다. 자본주의 성장의 본질은 약탈이다. 필자는 대학교 구내 여성 청소원들의 올해 최저임금 시급 440원 인상안을 몇 개 대학이 거부했다면서 그 금액이 약탈당한 공유재처럼 느껴진다고 썼다. 그 아래에 있는 칼럼은 「0000 구인공고문을 보다가」라고 제목을 달았다. 어떤 유튜버가 낸 영상 편집자 구인공고문를 소개하고 있다. 공고문은 급여 수준, 요구되는 직무능력과 작업 조건, 지원서 심사에 걸리는 시간과 처리 방법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사용자의 책임과 노동자의 성과를 구분했단다. 공고문을 낸 유튜버가 과거에 레스토랑을 열었던 적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점심 먹을 시간이 부족하자 1시간 연장했다. 한 달 1,000만 원 수익보다 직원의 퇴사가 더 큰 손실이라고 생각했단다. 손님은 음식 맛과 함께 직원의 친절한 응대에 감동받았다. 칼럼의 필자는 사용자가 존중을 보내고 비전을 보여주면 노동자는 적극적인 일 태도로 보답한다며 글을 맺었다.
사람이 무기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완벽하게 변해버린 세상에 용감하게 맞서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만’이 무기라고 쓰지 않았으니, 사람 외에 또 다른 무기도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기술, 돈, 부동산 등도 무기지만 ‘사람’도 무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여러 무기 중에서 으뜸은 사람이겠다. 위기를 극복하고 자기를 지키는 일을 목적이라고 하고 이를 달성하면 ‘성공’한다고 하자. ‘무기’는 일의 성공을 위한 ‘수단’이다.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사람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다. 사람 자체를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칸트의 정언명령에 따르면, 사람을 하찮은 존재로 보는 듯하다. 그런데 모든 존재는 어떤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일 수 있다. 전지전능한 유일신도 내 마음의 평안과 어떤 기원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문제는 그런 수단을 얼마나 존중하고 수단으로서 역할을 한 데 대해 얼마나 합당한 보상과 대가를 지불했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이 무기다」 저자 한의상은 제2장 제2절 제목인 “사람 귀한 줄 모르고 천하를 얻은 사람은 없다.”라는 한마디 말로 그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유방이야말로 사람 귀한 줄 알았기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2. 특별하지 않은 것을 실천해서 특별한 유방
마을 이장으로 시작해서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고,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최고 경영인이 된다면 그 사람은 한고조 유방만큼이나 보통 사람은 아니다.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특별한 것 대부분은 모두에게 익숙한 것으로 특별하지 않다. 다만, 실행에 옮기면서 몸과 마음에 지니기 어려울 뿐이다. 모두가 늘 강조하는 것이라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하기는 힘든 일을 유방 같은 사람이 했고, 누구나 지니기 어려운 태도를 유방이 지니고 있어서 특별하다. 이를테면, 사람을 귀히 여기고 일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융통성과 유연성 있게 일을 처리하되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거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남 탓하지 않고 사람을 품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와 같은 일상의 지침을 항우가 몰랐을 리 없다. 보통 사람도 살면서 한 번 이상은 듣거나 익혔을 삶의 지혜이고 처세술이나 용인술이다. 이런 점에서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누구나 다 쉽게 할 수 없기에 그것을 내면화, 체화하고 실행한 유방이 특별하다.
자기계발서에 주로 나오는 주인공은 소위 ‘개천에서 용 난다’의 ‘용’이다. 패현의 사수정 정장(요즘 마을 이장과 비슷한 직책인 것 같다.)이었던 유방이 한나라를 세웠다. 집안이 풍족했다지만 신분이 초라했던 유방이야말로 ‘개천에서 난 용’ 중에서 으뜸이다. 한의상이 사람이 무기다에서 그런 유방을 개천이 아닌 큰 강을 배경으로 둔 항우와 비교하니, 유방의 특별함은 더욱 도드라진다. 항우는 초나라 명문가 자손이다. 조부가 초나라 군 최고 수뇌부였고, 숙부도 지방의 군벌이자 유지였다. 2m가 넘는 키에 듬직한 체구의 항우는 최상의 사회적, 자연적 조건을 지녔다. 이런 조건을 타고난 사람들 대부분은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권력과 부를 유지하고 키운다. 그런 항우가 유방과의 경쟁에서 졌다. 그 이유가 궁금한 사람도 여럿이었겠다. 그 중에서 사람의 무기다의 저자인 한의상이 그 이유를 정리했으니 그 또한 특별한 사람이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나 결점을 솔직하게 진심을 다해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일은 보통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목적을 이루거나 대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 일도 어렵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존중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도자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특별한 일이다. 이를 해낸 이가 유방이고 하지 못한 이가 항우다. 유방이 특별한 이유다. 유방은 완벽의 불가능성을 인지하고 빈틈의 미학을 알았다. 유방은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을 영입했다. 소하, 장량, 한신 같은 이들이다. 이에 비해 항우는 범증 외의 특별한 인물이 없다. 성공하는 리더는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을 보완해 줄 실력 있는 사람을 중용한다. 항우가 홀로 강해지려할 때 유방은 ‘강한 우리’를 만들었다. 한의상에 따르면, 리더란 스스로 완벽한 인간이라고 자만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내게 원하는 것과 상대방에게 내가 채워줄 수 있는 것, 이것을 아는 사람이 리더다. 바람직한 리더십도 리더 홀로 완성한 결과물이 아닌, 수많은 사람이 함께 채워가면서 발전과 진화의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완벽한 강자는 약자와 공존할 수 없지만, 발전해 나가는 승자는 패자와 공존할 수 있고, 그 패자의 도움을 받아 더 큰 승리와 성과를 낼 수 있다. 유방에게 사람 존중을 배운 한의상다운 생각이다.
유연하게 판단하고 융통성 있게 행동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한의상이 버스터미널 사무실에 가서 서울행 버스표를 구한 일이나 회사 직원을 위해 응급실에 가서 대리 처방이라는 ‘위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약을 구해온 일 모두 반칙 행위다. 여타의 나쁜 반칙과 다른 점은 ‘사람 존중’이 함께했다는 데 있다. 문제가 꼬이고 복잡해지면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논의의 처음으로 되돌아가자고 한다. 그 처음이란 곧 원칙이다. 연원, 기준, 본질, 목적, 지향점 등의 성격을 지닌 원칙은 모든 일의 출발점이다. 언뜻 봐서는 원칙을 어긴 변칙이고 반칙 같지만, 유방의 행위는 결국 원칙을 지킨 일이다. 옹치에게 배신당한 유방이 장량과 함께 항우의 지원을 받으러 간 일이나 항우와 광무산에서 대치하면서 그에게 아버지를 삶거든 국물 한 사발 달라며 태연한 척 굴었던 일 모두 실상은 “생존이 최우선 가치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 등과 같은 원칙을 지키기 위한 변칙이자 반칙일 뿐이다. 이를 저자 한의상은 “본질에 기반한 원칙이 핵심이다.”라고 정리한다. 그 본질이란 ‘사람 존중’이고, 이 원칙에 유방은 충실했다.
나는 “따르고 싶은 리더가 되는 데 ‘믿는다’는 말보다 힘센 말은 없다.”라고 제2장 제3절의 제목에 ‘따르고 싶은 리더가 되는 데’를 보태어 적었다. 리더가 부하에게 일을 맡길 때 믿음으로써 맡기면 부하는 스스로 잘 할 수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강해지고 조직도 튼튼해진다. 리더가 부하를 믿지 못하면 부하는 리더에게 의존한다. ‘따르게 만드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부실해진다. 조직 운영 원리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다 아는 원리지만, 누구나 하지 못한다. 유방은 따르고 싶은 리더였다. 항우는 따르게 만드는 리더였다. 남다른 괴력과 세력으로 자신을 따르게 만들었다. ‘믿음’과 ‘존중’은 함께 다닌다. 한의상은 꽉 쥔 주먹이 아니라 누구라도 내게 다가와 맞잡을 수 있게 쫙 편 손바닥, 아무나 올라와 한바탕 뛰어놀 수 있도록 아무런 사심 없이 내어준 손바닥, 이와 같은 유방의 비어 있는 손바닥에 진짜 권력이 있다고 한다. 철학자 한병철은 권력이란 무엇인가에서 어떤 폭력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서 권력은 가장 막강하고 가장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이른바 ‘흙수저’들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인물이 유방이다. 항우는 주변 환경이 좋다. 유방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항우와 같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성과를 내고 성공을 한다. 소위 ‘금수저’급 인생이 그렇다. 사람이 무기다의 주인공 항우는 흙수저급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유방처럼 하면 항우와 같은 이와 경쟁을 해서 이길 수도 있다고. 확실히 항우와 같은 이가 세상에서는 성공해서 잘 산다. 유방과 같은 이는 적다. 대개의 자기계발서는 열악한 조건에 있는 사람을 향해 ‘희망 고문’을 가한다. 긍정적 사고와 태도를 강조하면서 ‘할 수 있다’를 주문처럼 외게 한다. 누구든 잘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여러 마음가짐과 태도를 제시한다. 애초에 그런 것을 지니기 힘든 처지인데도, 실천하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 부족 탓이라 한다. 흙수저급 사람은 다시 주저앉는다. 사람이 무기다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자기계발서일 수 있다. 그런데 항우와 같은 금수저급 인물과 비교하면서 유방의 성과와 성공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 주목하면, ‘희망 지원’이 된다. 유연성, 융통성, 정직성 등은 유방처럼 넓은 지역을 하나의 큰 나라로 통일하는 큰 인물 되기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일상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평범한 삶을 유지하게 하는 평범한 삶의 지혜다. 환경이 불우하고 열악할 때라도 갖추고 지켜야 할 기본적 품성 또는 자세로 새겨둘 만하다.
3. 잘못한 행동과 실패 후의 유방
한의상은 비굴함도 유용한 무기가 된다면서, “얼마면 무릎을 꿇으시겠습니까?”라고 묻고는 자신은 10원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무릎을 꿇을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이 외의 가치를 무조건 버리자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진정으로 절실히 원하는 것을 앞에 둘 때에는 그런 가치를 버리고 ‘집중과 몰입’을 해야 한단다. 개인 차원의 체면과 자존심은 감춰두고 ‘인내심과 참을성’을 발휘하고, ‘융통성과 적응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평소 알고 지내는 중학교 교사인 친구가 있다. 자초한 잘못으로 징계를 받고 근신 중이다. 작년에 어떤 학생의 어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어머니는 자식이 학교폭력에 연루되어 학교폭력심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에 왔다. 자기 자식이 내 친구에게 꾸중을 들으면서 구타를 당해 기분이 상한 상태였는데 어떤 동급생이 기분 나쁘게 말을 해서 그의 얼굴을 때렸단다. 교사가 원인을 제공했지만, 자식에게 별도로 사과만 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다. 교사인 내 친구의 말에 따르면 상황은 이렇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자 여느 때와 같이 교과서를 챙겨들고 교무실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에서 두 명의 학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까이에 등을 보이고 있는 학생의 등을 손바닥으로 밀 듯 치면서 “수업 종 울렸어 임마. 어서 들어가!”라고 호통을 쳤다. 두어 발자국 밀려난 그 학생이 뒤돌아보면서 내 친구인 교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단다. “이놈이 어디서 고개를 똑바로 쳐들고 눈을 위아래로 떠.”라고 말하면서 학생의 얼굴을 손으로 밀쳤다. 손바닥으로 밀듯 등을 친 행위, 손으로 얼굴을 밀어낸 행위 모두 폭행이다. 부정할 수 없다.
그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했는데 교사가 뺨을 때려서 기분이 나빠 저녁밥을 먹지 않았다는 자식의 말을 듣고 무척 속상했단다. 1학년 때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았는데 3학년 초에 다시 징계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기가 죽어 있는 자식에게 사과하고 달래만 주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 내 친구는 폭행이 아니고 교사의 정당한 학교생활지도였다고 설명하자, 증거가 있냐면서 경찰서에 가서 정식으로 고소할 수도 있다는 그 어머니의 말에 근신 중이었던 내 친구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여러 사람의 입방아에 다시 오르내릴까 두려웠단다.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인정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지금 만나서 사과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무릎까지 꿇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머니는 당황해 하며 아무 말도 못했다. 내 친구는 곧장 교실에 가서 수업 중인 학생을 불러내, “내가 잘못했다. 속상하게 해서 미안하구나.”라고 사과했다. 친구는 수업해야 할 교실로 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양, 하지만 굳은 얼굴로 교과서를 펼치고 수업을 시작했단다. 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 친구는 계속 학교에 출근했고 다섯 식구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내 친구는 유방과 한신처럼 특별하고 거창한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생계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잘못을 빠르게 인정했고 곤경에서 벗어났다. 자존심만 내세웠다면, 내 친구가 책임져야 할 가족의 생계는 위태로웠을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시간은 순간이다, 자기를 굽히지 않았다면 학교폭력에 연루된 자식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그 어머니의 예상 가능한 행동에 그 친구는 더 큰 곤란을 겪었고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을 테다. 학교를 떠나야 할 정도의 비위는 아니지만, 내 친구의 성정을 미루어 짐작하면, 스스로 그만두었을 테다.
“어떤 실패를 하시겠습니까?”라는 저자의 질문을 “잘못한 행동을 했거나 실패한 후에 어떤 태도를 취하겠습니까?”라고 고쳐보았다. 한의상에 따르면, 유방은 패배한 현실을 빠르게 인정했다. 그는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패배로부터 배우고자 했다. 이에 반해 항우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불같이 화를 냈다. 부하에게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트집을 잡으려는 듯 따졌으며, 절망하고 포기하려 했다. 위에 쓴 내 친구가 힘든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비굴함을 무릅쓴 데 그쳤다면, 성숙해지기는커녕 그런 처지에 다시 빠질 수 있다. 아무리 교육적인 의도에 의한 행위라 해도 폭행이 분명하므로 내 친구는 잘못된 행동을 했다.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물리적 폭력으로 오해할 수 있는 신체 접촉을 통한 지도 방법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내 친구는 큰소리로 호통을 쳐서 가르치려하기보다는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고 행동의 변화를 기다리는 자세를 익혀야 한다. 모든 비굴함이 그냥 무기가 되는 건 아니다.
4. 함께하기를 실천한 유방
사람이 무기다의 각 장과 절 제목 대부분이 그 자체로 삶의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때로는 반칙도 규칙이다’, ‘권력은 주먹이 아니라 손바닥에서 나온다’, ‘한 명의 배신자로 백 명의 심복을 만들다’처럼 ‘왜?’라는 반문과 함께 해당 절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지는 문장도 있다. ‘기다리는 사람만이 자신의 시간을 낚는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믿지 않는다’, ‘사람을 얻는 일이 우선이다’, ‘‘믿는다’라는 말보다 더 힘센 말은 없다’, ‘작은 사람은 일을 먼저 보고, 큰 사람은 사람을 먼저 본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실체에 손을 댄다’와 같이 내 마음속으로 훅 들어오는 제목도 있다. 이 모두를 하나로 묶으면 ‘사람 존중’이다. 사람보다 더 귀한 것은 없고, 사람보다 더 강한 것도 없으며, 사람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고 저자는 꾹꾹 눌러 썼다.
여기에 하나 더 얹을 것은 ‘함께하기’이다. ‘황제는 혼자 마차를 타지 않는다’는 사람이 무기다의 마지막 절 제목이다. 여러 번 읽고서야 비로소 ‘황제’란 ‘리더’이고, 리더 혼자가 아닌 조직 구성원 모두가 목표에 닿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저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도시락집 운영 계획을 밝힌다. 그에게 ‘마차’는 ‘도시락집’이고 그 마차에 탈 사람은 사회적 책무를 이행할 여러 사람이다. 바람직한 리더십은 리더 혼자서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성공하는 조직을 만드는 리더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은 누구나 마음껏 발을 내딛고 원하는 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발판 구실을 한다. 플랫폼과 같은 리더가 유방이었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존중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어느 시인의 시집 제목은 사람만이 희망이다이다. 어떤 정부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무언가를 강조한다는 것은 강조하는 그 무엇이 무척 어려운 것임을 반증한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강조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람이 무기다라는 제목에는 사람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사람이 아닌 다른 것, 예를 들어, 돈, 금품, 부동산, 동산 등을 무기로 삼아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추세가 대세다. 역사는 이를 성공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이름을 더럽힐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죽은 왕언장의 말대로, 성공으로 이름을 남기고 오래 기억되는 사람은 사람을 무기로 여기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세상을 산 유방 같은 사람이다.
시급 400원, 8시간치 3,200원, 30일치 96,000원이다. 청소노동자가 100명인 대학이 시급을 400원 올리면, 이 대학은 매달 9,600,000원, 연간 일억 일천오백이십만 원을 청소노동자 임금으로 더 지출하게 된다. 청소노동자 한 명의 한 달 급여 186만 원이 195만 6천 원이 된다. 일억 원이 조금 넘은 돈으로 100명이 일 년 내내 좀 나은 생활을 하고 대학 구석구석이 더 깨끗해지면 좋은 일이다. 이런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는 공간이 한의상이 구상하고 있는 ‘도시락집’이겠다. 전라도 어떤 면에 소고기 파는 식당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1, 2층 식당에 사람이 연일 가득하다. 소고기와 육회 비빔밥 외의 모든 반찬을 손님이 요구하면 무제한으로 종업원이 직접 가져다준다. 돈을 받지 않는 인기 메뉴인 선짓국이 동나면 두부찌개로 바뀌어 나온다. 호출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리지만, 어떤 종업원도 굳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10년 넘게 다니는 단골손님은 종업원 여럿이 10년 넘도록 계속 일하는 모습을 본다. 시급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가게보다 더 받고, 대기줄이 길게 서는 휴일 노동 끝에는 상여금을 추가로 받는단다. 돈의 힘이라고 하는데, 그에 앞서 식당 주인의 사람 존중 마음이 있다.
나는 자본주의가 약탈을 통해 성장하는 체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는 자본주의가 지속하려면 자본주의를 마비시키고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경향신문> 2022년 10월 19일자 칼럼에서 주장한다. 상위 1%가 한국 전체 자산의 25.4%, 독일은 35%, 미국은 40%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과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라는 조언은 냉소적이고 폭력적이라고 큰소리로 꾸짖는 것 같다. 유방의 성공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구성원 모두가 ‘도시락집’에 모여 ‘사람 존중’의 마음가짐과 자세로 불평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데 힘을 쏟는다면 말이다. 빈부의 격차는 더 커지고 기후 위기는 위험 수준에 다다른 것 같은 이 세상에, 유방 같은 이들이 더 늦기 전에 함께 모여 세상을 바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