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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은영작가 의 <밝은밤>은 촉촉히 스며드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내가 읽은 최은영작가의 첫 작품은 <쇼코의미소>였다. 잔잔하지만 강렬했던 그 첫 만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려운 이야기는 아닌데 감정을 곱씹게 만드는 그녀의 문체에 책장을 휙휙 넘길 수 없었던 그 때가 기억난다. '슬프다고 쓰지도 않았는데 슬펐다.'라는 글귀가 너무 슬퍼서 한동안 먹먹한 감정을 추스리느라 애썼다.
이번에 북클럽문학동네 로 만난 그녀의 신작 <밝은 방>은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밀고들어오는 작가 특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희령을 여름냄새로 기억한다.'
로 시작하는 첫부분에서 잔잔한 떨림이 느껴진다.
주인공은 10살때 강렬하고 짧은 행복의 장소를 이혼 후 만신창이가 된 32살에 다시 찾는다. 어린시절 여러가지 냄새로 기억되는 회령, 그 곳에서 은하수를 보며그 곳에서 꿈을 키웠던 주인공은 지칠대로 지친 마음으로 무직정 그곳으로 향한다. 어머니때문인지 오랜시간동안 연락하지 않은 할머니를 만나 사람사는 이야기, 사람의 감정을 느끼며 그녀의 상처도 점점 아물어간다.
할머니와 주인공 지연이 만나는 장면은 아무렇지 않으면서 아무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순간으로 묘시된다. 작가는 어떻게 이 순간을 이렇게 만들수 있는지👍👍
"아가씨, 내 손녀랑 닮았어. 그애를 열 살 때 마지막으로 보고 못 봤어. 내 딸의 딸인데"
할머니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손녀 이름이 지연이예요. 이지연. 딸 이름은 길미선"
나는 할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할머니는 나와 우리 엄마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 사는 애가 여기에 내려올 일이 없잖우."
할머니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려왔네요, 여기."
내가 말했다.
할머니는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보소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내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만이야."
티저북으로 짧은 만남을 했지만 최은영작가의 이번 소설도 나의 감정을 잔잔히 흔들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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