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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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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지. 자기에겐 잃을 게 없으니까 자기가 강해진 걸로 착각하거든. 잃을 게 없으면 갖고 싶은 것도 없어. 그래서 자기 자신이 여유 있는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뭔가를 잃거나 욕심내거나 일희일우하는 인간을 바보취급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안 그런가? 실은 그래선 안 되는데 말이야.  

_448쪽 중 

 

정말 오랜만에 읽는 도중 몇 번 소름끼치게 하는 책을 읽었다. 시작은 영화였고, 영화를 보니 유이치의 생각이 너무나 궁금해져서 책을 찾아읽었다. 영화가 바로 가슴을 두드리는 느낌이었다면, 책은 더 자세하게 주인공의 마음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조금 후회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의외였다. 영화를 볼 땐 이리저리 상상할 수 있었는데 책은 그런거였구나.. 하는 기대와 다른 실망감도 주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알았으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원작보다 영화가 더 좋다고 생각한 것도 처음이었다.

영화를 볼 때 요시노 아버지의 독백이 새삼스럽게 조금 충격이었다. 동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나를 보고, 주위를 보고, 모르는 사람들까지 둘러봐도 소중한 사람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어보인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외로움, 때때로 들이치는 삶에 대한 공허함, 살면서 점점 잃어가는 열정과 두터워지는 자기보호. 왜 그런지 몰랐고, 그러고 싶지 않아도 수렁 속으로 끌려가듯 정도는 심해졌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무의미한 때도 있었다. 이런게 사회에 물들어 가는 건가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답을 찾은 느낌이었다. 나도. 소중한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타인을 보며 한심해했다. 바보같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생각도 해봤다. 소중한 '무언가'가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사람일 필욘 없지 않나 하는. 그런데 그건 '사람'이어야만 하는 것 같다. 생각할 수 있고, 나와 감정을 공유할 수 있고, 삶에서 서로 의지가 될 수 있게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고보니 주제는 악인이 아니었나 싶은데, 내게 남은 건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진정한 악인은 없고, 피해자만 있었다. 가엾고, 불쌍한 사람들만 있었다. 이 세상에 소중한 사람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초등학생 때나 했을법한 생각도 오랜만에 했다. 소중한 사람이 있는 사람은, 악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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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
잭 캔필드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푸른숲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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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짧은 실화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인간관계에 지치거나 슬플 때, 사랑을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꼭 펴든다. 여기에는 정말 사실일까 의심되는 사랑이야기도 있고, 정말 믿을 수 없을만큼 굉장한 우연으로 다시 연인을 만난 이야기도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실화는 벅민스터 풀러의 죽음과 예카테리나 고르디바의 스케이팅 이야기였다. 벅민스터 풀러는 생전에 병중의 아내에게 아내보다 먼저 죽음의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세미나를 하던 지극히 건강한 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후 아내의 곁으로 돌아가 정말로 숨을 거둔다.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처음에 읽었을 때에는 부정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슬프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여기 실린 많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믿게 되었다. 예카테리나는 유명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그의 스케이팅 파트너이자 남편이었던 세르게이를 잃은 직후의 세르게이가 함께하는 느낌의 마지막 스케이팅에 대한 이야기이다.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유태인 수용소 안의 소년과 사과를 주던 소녀가 성장해 미국에서 다시 만난 이야기나 종교로 인해 헤어진 두 남녀가 화상을 입고 시력을 잃은 후, 서로의 단점을 보지 못하는 상태로 다시 사랑하기 시작한 이야기 등을. 감동적이라는 단어가 부적절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다른 표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사랑이 힘들어지고, 그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사랑을 부정하고 싶어지고, 공허하게 느낄 때마다 이 책은 위로가 되었다.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할 만큼'의 사랑 이야기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 개인적으로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다. 나에게도 항상 가장 가까이 있고, 친한 사람들에게도  사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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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지음, 민병걸 옮김 / 안그라픽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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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안그라픽스의 책은 디자인이 잘 되어있기는 한데 내용이 부실하다고 말한다. 평소 안그라픽스의 책을 많이 가지고 있던 나도 그에 어느정도는 동감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안그라픽스는 물론 내가 이제껏 읽었던 그 어떤 디자인 서적보다 실용적이고 감명깊었으며 배울점이 많았다.

작고 얇음에도 불구하고 컬러인지라 가격은 싸지 않지만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환경과 디자인에 관한 얘기들이 가깝게 다가왔다. 특히 우리 나라는 어느 정도 선진되었음에도 여전히 디자인 분야에서 환경을 많이 고려하지 않는다. 금수강산이라고 하여 아름다운 자연을 가졌던 한국의 모습은 이미 기억나지 않는 듯하다.

그런데 하라 켄야의 작업과 그가 소개하는 작업들은 그런 의미에서 친환경적이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작업은 리디자인 프로젝트였는데, 마리오네트 형태의 티백의 조형미는 차치하고라도 유통상의 용적률과도 관련있고 둥그런 휴지를 네모낳게 만듬으로써 모서리마다 걸려서 사용양이 적어진다는 환경적 이론은 소박하지만 경이로웠다. 썩 실용적이지도 좋아보이지도 않는 바퀴벌레약도 있었지만 리디자인의 의의는 높이 살만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산중턱에 지어진 건물, 공중에서 내려다 보지 않는 한 보이지 않게 설게된 것도 놀라웠다.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건물 자체의 현대적인 미도 잃지 않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그래픽 디자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환경과 관련된 제품 디자인 등은 배울점이 참 많다고 여겨진다. 이런 개개의 디자인들도 훌륭하지만 이 책에 담긴 친환경적인 디자인 사상을 항상 곁에 두고 배워야겠다고 생각되었다. 앞으로의 나의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줄 책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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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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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스트릭랜드와 고갱. 고갱을 모델로 쓰여져 유명한 작품이란 것은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들어봤음 직하다. 고갱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해서 조금쯤은 염려하며 책을 펼쳤지만 나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저자도 고갱의 작품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서(적어도 책 속의 정보만으로는) 읽는 동안 불편함은 없었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앞 10장 정도가 이상하게 너무나 지루해서 넘기지를 못하고 덮어버리길 몇 번 반복하고 한참만에 펴서 한달음에 읽을 수 있었다.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이상한 찰스 스트릭랜드란 남자가 진짜 '인간'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싸이코패스가 아닌가 할 정도로 이상하게 보였다. 처자식을 버리고도 전혀 궁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고,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으며 철저히 남에게 무관심했다. 죽을 고비의 자신을 데려와 최선을 다해 살려준 부부에게 한 행동은 특히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전혀 이해가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나에게 중년의 나이에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가정을 버리고 모든 사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그림만을 그리기 위해 살아갈 수 있냐고 하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증권 중개인의 삶을 버린 이후로 철저히 그는 화가로서만 살았고 전혀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인간은 장애물이 생기면 더 불타오른다고 생각해왔다. 여기는 조금 안어울리긴 해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중년까지 눌러온 그의 예술혼이 그 후의 인생에 불타올랐다는 그런 얘기일까.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 절절하게 와닿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이런 인간형이 분명 있다고는 해도 너무 낯설었고 알고 싶지도 않은 존재였으며, 천재의 광기로 완성된 죽음을 맞이했을 때는 경이로운 느낌보다는 '이게 뭐야-'란 실소가 터졌다. 어딘지 만화랄까, 옛날 영화랄까 그런 결말의 느낌이었다. 오만과 편견이 고전으로써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다면 달과 6펜스는 조금 현실감이 부족하고, 그 때는 어땠는지 몰라도 현재의 감성으로는 몰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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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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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실격을 본 많은 사람들은 약해빠진 인간의 보기 싫은 일대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전에 나는 일본 소설을 좋아하지 않아서 요시모토 바나나가 존경하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봤을 때도 그 이유로 잠시 이 책을 보지 말까 고민했을 정도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공허함이랄까, 잔잔함이랄까 그런 분위기를 나는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편견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하면서 밋밋한 분위기를 싫어해서였다. 하지만 데카당스라고 불리는 전후 시대의 소설류에 속한다는 인간 실격은 나를 사로잡는 몇 안 되는 책에 오르고 말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오로지 내 숨겨진 모습을 이 책 안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부조리함에 대한 경멸과 한없이 나약한, 좋게 말하면 순수할 정도로 여린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대부분의 평이고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한 줄로만 요약하기엔 나와는 너무 달라보이는 요조의 인생 여기저기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세하고, 문학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안의 가장 약한 부분을 요조는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조도 익살꾼을 자처하며 자신을 숨기고, 인간들을 무서워하며 살았다. 그 모습이 나와 너무 비슷해 보였다. 자신을 포장하고, 가식적인 모습으로만 타인들을 대하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이 책을 약해빠진 인간의 일대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 나와 같지 않은 인간일 것이다. 나도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만큼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나도 요조를, 다자이 오사무를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나의 가까운 지인은 요조를 약해빠진 쓰레기같은 인생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요조와 너무나 공감하면서도 그 지인이 요조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 너무나 이해가 갔다. 나의 지인은 직설적이면서도 계산적이고 흔히 말하는 둔감형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에게 자신감있는 만큼 약한 인간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 사람들은 요조가 한심하게만 보일 것이다. 그리고 요조를 욕할 것이다. 그들의 세상을 보는 눈은 요조와 무척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쌩뚱맞을지 몰라도 다자이 오사무의 학력을 보는 순간 더더욱 나와 비슷한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다자이 오사무처럼 자살을 5번이나 기도할 만큼 용기있지도 그만큼 예민하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부분에 요조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을 초월해 전세계에 호소력있는 작품으로 인정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약하면 약한 인간대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또 그런사람대로 이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약한 사람은 동질감과 함께 이 세상에 자신같은 인간이 한 명뿐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을 것이고,(물론 너무 비슷해서 놀랄 수도 있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자신과 전혀 다른 인간형이 있다는데 놀랄 것이다. 자주 생각했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요조와 같은 사람을,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을 자신과 같이 치부해서 쉽게 상처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일수록 이 책을 읽고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렇게 서로 좀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다자이 오사무가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자신의 문제로 평생 골치 아팠을 것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자신을 투영한 문학 작품 하나를 통해 -정작 자신은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했음에도-세대를 넘어 위로를 던지고 있다.  그 내용은 슬프지도, 감동적이도 않지만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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