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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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작가인 프랑스아즈 사강(Francoise Sagan,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이나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사강을 필명으로 사용한다). 그녀는 19살에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을 정도로 천재성을 지녔다. 도박을 즐기기도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스피드를 즐기기도 하는 화려하고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49세에 발표한 이 책은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로 2009년 완역본 이후

리커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카지노와 스피드에 대한 이야기는 슬며시 웃음이 흘러나온다. 젊은 나이에

카지노를 순회하기도 했던 그녀의 도박에 대한 변명(도박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고, 시간이라는 모래시계를, 돈이 주는 중압감을, 사회가 가하는

'문어발식' 속박을 잊게 한다)에서 도박을 하는 행위를 냉정함과 의지

그리고 라틴어 'virtus'가 갖고 있는 의미의 미덕, 즉 용기를 요구한다고

표현한다. 이쯤되면 도박예찬이 아닐까. 어쩌면 이것이 필력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녀는 게임에서 승률이 좋았다고 고백한다.



스피드 광들은 비슷한것 같다. 밤, 헤드라이트, 지뢰밭, 도랑, 도피, 질주는
그녀가 스피드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스피드에 대한 그녀의 고백은 한편의

시와 같다. '시속 200킬로미터에 대응하는 것은 교향곡의 알레그로, 비바체

혹은 푸리오소가 아니라, 느리고 장엄한, 일정한 속도를 초월했을 때 다다르게

되는 일종의 평원인 안단테이다. 그 평원에 다다르면 자동차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더 이상 속도를 높이지도 않는다. 반대로 자동차는 운전자의

육체와 함께 각성되고 주의 깊은 현기증에 몸을 내맡긴다.' 그녀에게 스피드는

사회가 정한 절망의 모든 법칙으로 부터의 도피이며 행복으로의 질주를 통해

그녀는 자유와 살아 있음을 느꼈고 그렇게 행동했다.


반가운 곳을 만났다. 생트로페(Saint-Tropez).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정말

작은(인구가 6000명이 넘지 않는다고 지인에게 들었고 실제로 그랬다)

휴양도시다. 십여년 전 프랑스에 머무를 시간이 있었는데 지인의 소개로

무작정 가서 일주일을 머물렀던 곳이다. 지금은 너무 도시적으로 바뀌었고

연인들의 이별과 출발의 장소라고 하는데 그때만해도 조용한 해안 마을이었다.

사강은 이곳을 '생트로페는 몽상을, 부드럽거나 딱딱한 광기를, 세상의 다른

어느 곳도 촉발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즉각적으로 촉발시키는 곳이다. 그리고

여기에 나 자신의 희극이 있다.'고 묘사한다. 그곳의 매력적인 바람과 적갈색

언덕 그리고 해변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 장소이다.


그녀의 이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한계라는 것은 없음을, 바닥이라는

것은 없음을, 진실은 도처에 있음을, 인간의 진실은 확장되어 도처에 존재함을,

그리고 그 진실은 도달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인 동시에 바람직한 유일한

것임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도 한 인간임을 끊임없이 이여기하나

여전히 그는 천재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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