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6월

'불멸의 책', '인생의 책', '경이로운 책'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 책은 무려170여년 전에 출간되었지만 흘러간 시간이 무색하리만치 우리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제대로 된 삶의 가치와 영유를 이야기하는 이 책을 소담을 통해 다시 만난다.

소로는 메세추세츠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1845년 부터 1847년까지 2년 2개월을 지냈다. 나무를 베어 오두막집을 만들고 땅을 일궈 자급자족을 하며 지내는 그의 삶에서 부러운것 두가지를 발견했다. 아침에 경건한 의식처럼 행하는 호수에서의 목욕과 철학적 사치를 부려 보는 고독을 위한 의자가 그것이다. 생각해보자.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호숫가에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공기를 마시며 옷을 벗는다. 그리고 온 몸을 스쳐가는 공기의 신선함에 피부 하나하나가 반응하고 이윽고 물안개 사이로 사라져 물과 마주하는 그 순간 이미 세상은 내 것이다. 언젠가 한번은 꼭 해보고 싶은 그림이다. 어느 의자에 앉아도 고독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월든 호숫가에 놓인 고독의 의자는 그 이름 만으로 이미 고독하다. 그 의자에 앉으면 세상이 잠잠할 것 같고,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고독을 만나게 될것 같다.

저자는 자연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파괴하려 하지 않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감을 추구한다. 증명되지 않은 진리를 거부하기에 끊임 없이 의심하고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진리를 탐구해 나가며 사람도 자연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실제로 저자는 '이웃들이 선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은 실제로 악이다'라고 규정하며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란 그저 하나의 삶의 종류라고 말한다. 저자는 권위에 저항했지만 결코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소로는 자본주의와 허무주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21세기 사람들에게 '현실에 만족하고 자신의 주변에서 기쁨을 찾는'것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거창하게 종교나 철학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경험하고 발견해 나가는 의지가 들어 있고, '생을 깊이 살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를, 강인하고 엄격하게 살기를,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때려 엎기를'과 같은 절박함이 들어 있다.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산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은 가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림에 있다. 더 가지려고 애쓰고 발버둥 치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현실에 만족하고 그것을 누리며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내 안에 있는 파랑새를 찾으려 온 세상을 헤매고 다니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그것을 발견하고 누리는 소박한 행복을 꿈꿔 본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월든'은 여전히 그대로 고고한 가치를 뽐낸다. 소로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우리는 다른 여러 종류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나의 삶을 과대 평가 하는 것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