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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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 형이상학, 인식론, 철학사, 자연학,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미학, 동물학, 식물학,

심리학, 철학사, 정치사 등에 걸쳐 폭 넓은 지성과 학문적 관심을 가졌던 인물로 이 책은

당시 많은 시인들이 본능에 따라 쓰고 대중이 재미로 즐기던 비극과 서사시를 하나의

철학이자 학문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라톤은 감정을 깍아 내렸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행위로 표현되는 감정에 인간의 성격과 사상이 나타나므로 미덕 실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고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켜 카타르시스(정화)를

경험하고, 그러면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비극의 고유한 목표라고 강조한다.

비극은 양념을 친 온갖 언어를 곳곳에 배치해 낭송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를 통해, 훌륭하고

위대한 하나의 완결된 사건을 모방하여 연민과 공포를 느끼게 함으로써 그 감정의 전화를

이루어 내는 방식이다. 비극은 행위를 모방한다. 행위는 행위라고 불리는 것을 행하는

것이고, 행위자는 자신의 성격과 사상에 따라 특정한 성질을 드러낸다. 비극의 특성을

결정하는 구성요소는 플롯, 성격, 대사, 사상, 시각적 요소, 노래 이렇게 여섯가지인데

이 중 둘은 모방의 수단이고, 하나는 모방의 방식이며, 셋은 모방의 대상이다. 비극은

사람이 아니라 행위와 삶을 모방하기에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행위나 사건을

구성하는 플롯이다.

시인의 소임은 이미 일어난 일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 날 수 있는 일, 즉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역사가와 시인의 차이는 역사가는 이미

일어난 일을 말하고 사인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말한다는데 있다. 풍자 시인이 특정한

개인을 놓고 시를 쓰는 것과 다르게 비극은 가능성이 있어야 설득력이 있기에 실존 인물의

이름을 고집스럽게 사용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가능하다고 믿기 어렵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분명 가능하다. 가능성이 없다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장 훌륭한 비극은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고, 공포와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비극이라는 모방의 고유한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귀한 사람이 행복했다가 불행해

지는것을 보여 주어서도 악인이 불행을 겪다가 행복해 지는 것을 보여 주어서도 안된다.

비극은 오이디푸스나 디에스테스와 같이 미덕과 정의가 남달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악덕이나 악행이 아니라 어떤 실수나 결함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결말은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뀌어서는 안되고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가능성과 객관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335년경에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다룬

작시론이며 시에 대한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통찰을 담은 본격적인 시론이자 시학이다.

그는 통속적이고 저속한 '테크네'(당시 지식인 사이에서 널리 성행한 전문 기술과 실용학문)에

철학을 부여해서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카타르시스는

사람 속에 있는 감정을 조절해서, 지나치게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의 감정,

즉 이성과 미덕에 부합하는 감정을 지니게 한다고 말한다. 많은 감정 중 공포와 연민을

강조하는 것은 비극이 주로 이 감정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렵다. 어렵고 복잡하고 현실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깊다.

보통의 사람이 생각하는 기준을 넘어선 또다른 기준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것을 만들려

노력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모방부터 시작해 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언은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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