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2 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2
송정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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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게 길을 묻다.'

많은 이들이 명작에서 길을 찾고 방향을 정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삼는다. 어린 시절 무심코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1976)을 통해 난장이로 상징되는 못 가진 자와 거인으로

상징되는 가진 자의 대립적 세계관과 우리 시대의 불행과 행복 그리고 삶의 질곡을 배웠고 '신에게도

잘못은 있다'라는 대목은 아주 오래도록 마음을 흔든 구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대학 시절 읽은

'데미안'(H. 헤세, 1919)의 첫 구절인 '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는 나의 젊은 시절을 관통하는 문장이었다. 저자도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든 것 같다. 주인공들의 인생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인생에서 길을 찾게 되고,

사람과의 관계도 알게 되고, 선택의 지혜도, 삶의 철학도 발견하게 된다.

그 첫번째 작품이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더불어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환상적 리얼리즘의

대표작가인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눈 먼 자들의 도시'이다. 알수 없는 이유로 도시의 모든

사람이 앞을 볼 수가 없게 된다. 단 한명을 제외하곤.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눈 먼 자들의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다르다. 이 책은 그런 다름을 이야기하며 사람의 심리와 사고의 편린과 왜곡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눈이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감정조차 멀게 된다. 영혼도, 마음도 모두. 세상을 향한

창을 닫게 된 것이다. 그들의 희망은 오직 '다시 보는 것'이다. 예고 없이 시작된 불행은 예고 없이

끝이난다. 보이지 않던 눈이 보이게 되자 그들은 '눈이 보여! 눈이 보여!'를 외치며 감격에 겨워

울부짖는다. 그리고 의사의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볼 수는 있지만 보자 않는, 눈 먼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눈은 때론 말보다 더 강렬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어쩌면 우린 그런 눈을 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대표작인 '수도원의 비망록'이 전해줬던 깊은 울림을 가진 이 책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평생 한 작품 만을 남긴 작가로도 유명한 하퍼 리(Harper Lee)의 '앵무새 죽이기(1960)'를 오랜만에

이 책에서 만났다. 집안에 틀어 박힌 채 바깥 출입을 하지 못하는 부 래들리, 흑인이라는 이유로 아무

죄 없이 죄인이 된 톰 로빈슨. 그들은 앵무새였다.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지. 그러니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라는 모디

아줌마의 대답처럼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존재, 때로는 진심으로 내게 도움을 주는 존재,

이 소설은 그런 존재를 파괴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과연 어느

쪽에 서 있을까. 이 책에는 정말 명 대사가 많이 나온다. 어떤 보기 싫은 인간이 뻔뻔하게도 이 구절을

인용해서 꼴도 보기 싫어 진적이 있는 문장 하나를 적어 본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할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애티커스는 흑인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게 되지만 재판에서 패하고 결국 백인들의 이기심과 편견에

절망을 느낀 톰은 호송 도중 도망치다 사살 당한다. 그리고 애티커스는 마지막 변론에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로 편견과 거짓으로 가득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이 나라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된 길이 있습니다. 그 기관이 여러분의 법원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의무를 다하십시오.

' 이 세상에는 부 래들리처럼 외로운 사람이, 톰처럼 억울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향해 편견과 선입견의 총구를 겨누고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그러했듯이

하퍼 리 역시 자기 작품의 위대함에 눌려(실제로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더 이상 다른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는 작가들 중 한명이었다.

이 책은 4장에 걸쳐 총 40편의 명작을 소개한다. 물론 완역본을 제대로 읽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다면

적어도 이 책은 꼭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쉽게도 나 역시도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회색노트'와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전작인 '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1권'이 읽고 싶어 진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르네 데카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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