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스토리텔러들
이샘물.박재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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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사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중심을 어디에 두는지,

방향을 어떻게 하는지, 조명을 어떻게 하는지 등에 의해 변형되고 왜곡되며 다르게 보인다. 기자들의

기사도 그렇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사의 논조가 다르고 전개가 다르다. 같은 일인데도

말이다. 특히나 '정보 정리형'인 우리 나라의 기사들은 정보를 정리해서 알리는 조건을 충족하기에

밋밋하고 딱딱하다. 이에 비해 미국 언론계는 '정보 전달' 못지않게 '스토리텔링'을 중시하기에

기자들은 뉴스에 스토리를 입혀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러'로 통용된다. 이 책은 그들의

'기준'을 말한다.

좋은 주제가 있더라도 스토리를 찾아야 하고, 중요한 정보가 있더라도 이야기 거리가 있어야 한다.

스토리의 힘은 강력하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소재라도 새롭고 신선한 스토리가 있으면 흥미로운

기사가 된다. 이야기 거리는 독자를 기사 속으로 끌어 오는 핵심적인 매개체이다. 그래서 미국 신문

역사를 다룬 책 'Discovering the News(Schudson, 1978)'는 이를 '스토리의 이상'과 '정보의 이상'이라고

부른다. 스토리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맥락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이에대해 퓰리처 상을 수상한 존 프랭클린(John Franklin)은 '스토리는 내러티브의 각 부분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배치 하는 것이며, '의미'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이다'고 말한다.

가끔 인터뷰 기사나 장면을 볼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질문의 요지가 뭐지?'. 본질에서 벗어나거나

관계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잡아 먹는 기자들이 여럿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최대한의 '꺼리'를 뽑아

내야 하는데 자꾸 산으로 간다. 그냥 산으로만 가면 다행인데 문어발식으로 확장성도 가진다.

그러다보니 답변자의 진심과 생각은 이미 저 멀리 가있고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을 요구한다. 이에대해

저자는 '똑똑한 인터뷰'를 하라고 주문한다. '정직하고 신뢰 받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 제대로 되고

정확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전문가에 대한 '접근성'이 아니라 '인터뷰의

품질'이다. 똑똑한 인터뷰는 타이틀이나 학벌이 좋은 사람과 하는 인터뷰가 아니라 기사에서 다루는

사안에 대한 깊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헐 만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들의 영역에 머물라. 그들의 세계에서 인터뷰하라'고 말한다. 단순히 취재원이 이야기하는

것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그들이 살아 있는 것을 관찰하라고 말한다. 인터뷰는 취재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눈과 귀와 마음을 여는 것을 배울 때,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숙련된

인터뷰어도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을 발견한다'는 퓰리처상 수상자인 톰 프렌치(Tom French)의 설명은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콘텐츠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표작을 '킬러 콘텐츠'라고 부르듯이,

기사에서는 멘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명구를 '킬러 멘트(killer Quote)라고 부른다. 인터뷰의 목적은

취재원으로부터 '킬러 멘트'를 확보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미국 기사가 마지막 부분을 멘트로 마무리하는

것도 말 한마디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국내 신문들은 제호만 가리면 비슷비슷해서 서로 구분이 안간다. 형식도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인터넷 판은 다른 기자의 내용이 버젓이 이름을 바꿔서 올라 오기도 한다. 내용이

구별되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시점'으로 승부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기자들은 차별성

없는 기사를 '빨리' 내보내며 속보 경쟁을 하고, 뜨내기 독자를 얻는다'고 표현한다. 어쩌면 '특종'에

목을 메야 하는 그들에게 '차별성 있는 앵글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사'는 배부른 소리이거나

비현실적인 소리 일수도 있다. 기사는 '읽히기' 위해서 쓰여진다. 기자들이 탁월한 스토리텔러가

되고자 하는것도 '잘 읽히기' 위해서다. 스토리텔링의 기법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스토리탤링의

정답은 없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존재한다. 활자기에서 찍어 내듯 비슷비슷한 기사가 아닌 '차별성'과

'신뢰성'을 가진 읽을만한 기사를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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