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
카밀 파간 지음, 공민희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생이란 먹고, 기도하고, 죽는것인줄 알았는데 역시 순리대로 흘러가진 않는 것이 인생이다.

피하지방층염유사T 세포림프종. 이름도 길다. 30대가 주로 많이 발병하는 공격성이 강한 악성

종양이라는 의사의 말에 리즈(엘리자베스)가 충격을 받으며 이 소설은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리즈 역시 '퀴블러 로스의 애도의 5단계'로 접어 든다.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부정을 표현하는 1단계,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고 터지는 분노의 2단계, 서서히 현실을

받아 들이며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으려는 타협의 3단계, 타협을 찾으며 찾아오는 자기 부인과

상실에 대한 고통을 의미하는 우울의 4단계, 어쩔수 없는 현실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는

수용의 5단계를 가치는 리비는 여느 환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수용이라는 열쇠는

열지 못하는 자물쇠가 없다. 수용은 모든 열쇠 구멍에 딱 맞는 열쇠이다. 그렇게 리비의 투병기는

시작된다. 다만 통상적으로 시한부를 살게 되는 여주인공을 묘사하는 것과는 그 결이 조금은

다르다.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리비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리비는 또 하나의 벽과 마주한다. 남편인 톰과의 '어떻게 알았어' 게임에서

리비는 자신의 병이 들킨것 같아 불안하고 톰은 자신이 동성애자인것이 불안하다. 결국 '어떻게

알았어' 게임은 남편의 커밍아웃으로 끝이 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휴가를 얻기 위해 찾아 간 직장에서 상관인 재키에게 '그동안 즐거웠어요'를 날리며 회사를 박차고

나와 아무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그 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책을 읽으며 리비의 시간이 얼마

안남았음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 남편의 배신(사실 이것을 배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에

대해 더욱 분노하게 된다.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의 기저엔 적극적으로 살고 싶음이 내포되어 있는데 비에케스섬으로 가던

비행기의 공기 흡입구로 새가 들어가면서 추락하는 동안 리비는 자신의 삶의 의지를 보인다. 스스로

엄마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던 그였지만 '그 모든 말은 전부 거짓, 거짓말이야'라고 말하며

기적을 기대한다. '죽고 싶지 않아'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새로운 삶도 시작되며 이 책의 제목이 이야기 하는 '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이라는 결과를 드러낸다. 갑자기 다가온 죽음이란 우리를 한 없이 작고 우울하게 만들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이에게 죽음은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며 소풍처럼 들렀다 가는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마침표가 찍혀야 할 자리에 쉼표를 찍는 것이 죽음에 대한 준비이고 그 쉼표로 인해 죽음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죽음을 앞둔 리비의 삶을 통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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