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
김이율 지음, 박운음 그림 / 새빛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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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약하고 흔들리는 나 언제까지 괜찮은 척 지내야 할까 정말로 이제는 잘 지내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이다. 예전엔 자기 마음의 적어도 삼푼은

갖춰야 한다고 배웠지만 이제는 절반 이상을 드러내서는 결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스스로의 감정에 족쇄들을 채운다.

잘 지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지내는 것이 잘 지내는 것이기에 우리는 연극을 해 가면서까지

그렇게 보이려는 것일까? 의문은 꼬리를 문다. 정말 저자의 말처럼 하루치의 그리움, 하루치의 일상,

하루치의 무게를 오늘도 잘 견디면서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작가에게는 마음껏 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화가에게는 온전히 그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작업실이, 일상에 지친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안하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저자에게는 '다락방'이 그런 공간이다. 다락방이

주는 느낌은 그리움이다. 어릴적 추억과 철없는 행동들이 기억되는 그런 장소가 다락방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만의 눈물이 머물고, 시간이 쌓이고, 비밀이 숨쉬는 공간인 다락방을 가지고

싶어 하며 그 안에서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금지된 것들. 우리는 일탈을 꿈꾼다. 거창하게 세상을 어지럽히고 누군가를 곤란에 빠트리는 그런

일탈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탈출과 벗어남을 의미하는 '일탈'. 해낼 수 있는 것들은 해내면

된다. 항상 문제는 금지된 것들이나 불가능한 것들이다. 언제나 마음이 문제다. 한 발 내 딛으면

되는데 그 한 발이 어렵다. 마음이 가르키는 그곳에 서 있으면 되는데 그 첫 걸음이 어렵다. 그래서

일탈은 일탈이다. 자신의 마음에서 먼저 뛰쳐 나와야 가능해진다. 우리는 금지된 욕망의 언저리에서

머물 뿐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에대해 '금지된 것, 갈망하며. 모든 불가능,

사랑하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날이 좋은 날 그 사람과 함께 걸으며 두 손 살포시 쥐고 지구 한 모퉁이에

둘 만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저자의 말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누군가를 위한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에서 벗어나 진짜 잘 지내고 싶다. 나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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