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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 -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 에세이
이종훈 지음, JUNO 그림 / 성안당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사는게 힘들고 지친다.'
한참을 이 문장 앞에 서 있었다.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내는 우리의 소리이다. 숨죽여 흐느끼며
억지로 버티고 견디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는 우리들의 소리다.
저자의 생각이 기발하다. 만유 인류의 법칙은 우리가 알던 그 법칙이 아니라 '모든 일은 나에게
온다'이며, 관성의 법칙은 사원일 때 하던 일을 차장이 되어도 똑같이 하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고,
힘과 과속의 법칙은 높은 직급이나 힘이 센 사람이 시킨 일에 가속도가 붙는다를 말하며,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담당부서에 일을 이관하면 다시 돌아 온다를 말하는 직장법칙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뉴턴의 작품들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무릎이 탁 하고 쳐지는 기분이다.
이 사람 정말 직장 생활을 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그곳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 공간인지.
직장인의 별이라는 임원은 정말 '임시직원'이다. 여차하면 날리는 힘은 없는데 책임 소재만 잔뜩 가진
그런 존재다. 무슨 회의를 그렇게 많아 하는지 '회의'하다 '회의'가 들 정도다. 그런데도 또 회의를
하자고 한다. 아침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끊임없이 회의를 한다. 심지어 점심을 뭘 먹을지도 회의로
결정한다. 망할회의. 하면 할 수록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늪으로 가라 앉는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내 일'이다. 그래서 나무에 팝콘이 달려 있는 것 같은 '조팝나무'에 유난히 애착이 간다.
저자의 말 중 눈길이 많이 가는 말이 하나 있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이미 들어 본 말이지만 직장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이라 더욱 신뢰가 간다. ' 떠나는 것 보다 버티고 견디는 것이 더 값진
것이다. 단언컨대, 사표 낼 용기보다 남을 용기가 더 크다.' 직장 생활 편하고 좋은 사람은 없다. 어떤
자리든 어렵고 힘든 일들이 있게 마련이고 괴롭히고 고통을 주는 이들은 있다. 결국은 '누가 누가
오래참고 견디냐'의 경연장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표를 낼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버티고 견디는
것도 용기다. 그런 용기로 버티다 보면 시간은 흘러가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부모 나무'는 마음 한켠이 먹먹해진다. 주고 또 주어도 아깝지 않게 주시지만 그마저도
미안해 하시는 부모님, 결국 모든 것을 다 주고 자기 마저도 내어 주지만 그래도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그분들. 당신들의 화려했던 날도 자식들에게 다 쏟아 부으시고 이제는 기
력마저도 없으시지만 여전히 장성한 자녀들에게 '차 조심해'라고 걱정하시는 그분들. 화려했던 봄도,
열정적이었던 여름도, 아름다웠던 겨울도 지나고 이젠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계시지만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식들을 응원하시는 그분들. 그분들이 계시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고 내가 있는 것이다.
못내 못다한 그 말 한마디. '사랑합니다'
이 책은 저자의 삶이 뭍어있다. 깊은 자국과 흔적이 오롯이 살아 숨쉰다. 그래서 더욱 친근하다.
그리고 재치가 넘친다. 짧은 글의 강력한 힘을 적절히 이용하는 문장들은 글자 하나 하나가 살아 있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