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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성실록 - 우리 역사의 맨얼굴을 만나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조선백성실록 (정명섭)
역사적으로 어떤 왕조이든간에 왕을 둘러싼 기록들은 꼼꼼하게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것을 당연스럽게 여겨왔다.
그러나 민초들의 하찮아 보이는 삶도 왕들의 치적과 통치 과정 속에 묻어나 기록되어 왔다는 것을 '조선백성실록'이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언제나 화려하고 영웅적으로 미화된 왕실의 이야기는 역사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꾸벅꾸벅 졸게 만들었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그 나물에 그 밥같은 스토리 전개가 식상했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조선백성실록'에 담겨진 민초들의 이야기는 우리네 서민의 입장에서는 쉽게 공감되고 흥미롭기 그지없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심 여러번 놀랐다. 현대의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사고들이 500년 전에 이미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급 사회였으니 돈과 인맥이 있으면 죄를 지어도 풀려났고, 그렇지 못하면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한 지독한 '갑과 을'의 세상이었다. 이 정도는 양반과 상민이 존재하던 시대이니 이해할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정말로 내가 놀랐던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치적(?)이었던 4대강 사업이 1134년 고려 인종때부터 벌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태안반도에 운하를 개통하려던 것이니 4대강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운하의 꿈은 태조 이성계와 태종, 세조, 중종, 현종까지 대대로 이어져 무려 530년간이나 추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669년 충청감사 김육이 안면읍 창기리와 남면의 신온리 사이의 좁은 육지를 파내 연결시켜 그저 자그마한 한 풀이를 했을 뿐이다.
'조선백성실록'은 왕조실록에서 부끄러운 부분을 빼라고 지시한 왕의 엄명을 거역하고 양심의 붓을 움직인 사관들이 있었기에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서민들의 얄궂은 삶과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큼 황당한 내용들을 이 책에선 즐길 수 있다.
지은이 정명섭은 "내가 역사를 바라보면서 배운 것은 현재나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져온 결과물이 바로 '현재'라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역사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과 평범한 순간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낸 장엄한 시간의 흔적"이라고도 말했다.
결국, 진정한 역사는 화려한 왕들의 스펙타클한 영웅담이 아니고, 국가를 지탱해온 소시민들의 잡초같은 이야기가 한데 버무려져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때묻지 않은 솔직한 역사의 의미를 가르쳐줄 만한 보석같은 작품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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