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은 읽자마자 재독할 만큼 깊은 인상을 준 작품이다. 인물 이름이 ‘정사각형’, ‘가루’, ‘색종이’처럼 성별이나 특징을 알 수 없게 설정된 점에서, 작가가 편견 없는 시선을 유도하고자 했다는 의도가 느껴졌다.아이들의 실종, 종교 집단의 폭력성, 장애와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기괴하고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잃지 않는다.작가는 아이들이 편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그린다. 그런 공간은 결국 어른에게도 필요한 이상향이다. 또, 행정 시스템의 비효율과 소외된 이들의 어려움을 조용히 짚는 장면들 역시 인상 깊었다.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담담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담담히 말을 던지듯 하지만, 그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었다.
여행은 제법 다녔지만, 몽골은 선뜻 가지 못했다. 화장실, 이동시간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몽골을 꼭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작가가 만난 가이드와 동행인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고 따뜻해서, 마치 함께 여행한 기분이 들었다. 사막과 빙하, 밤하늘의 은하수까지. 책 한 권으로 대리만족했다.몽골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읽는 순간, 낯선 땅이 가깝게 느껴지는 마법
정말 너무너무 추천합니다! 2025년 읽은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에요. 이렇게 유쾌하고 귀여운 노인들의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아, 그것만이 아닙니다. 매력이 넘쳐 흐릅니다.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저마다 매력이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톡톡합니다.스토리도 탄탄합니다. 인물들이 그렇게 행동하게 된 타당성이 느껴진달까요. 필력이 대단히 좋습니다.게다가 마성의 가독성! 책이 두꺼워 보이기는 하는데 얼마나 잘 읽히던지요. 번역서는 약간 읽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것 하나 없습니다. 술술 읽혀요.나름 교훈적이지만, 그렇다고 딱딱한 교훈이 아닙니다.어르신만 칠 수 있는 매운맛 드립들까지 너무 유쾌통쾌합니다. 꼭 읽어 보시길.
와, 몇 장만 훑어보려던 책이었는데 그만 끝까지 단숨에 읽고 말았다. 정말 마성의 책이었다.내가 집사였기에 더 깊이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들의 해탈한 듯한 태도, 그러면서도 집사를 은근히 들볶는 모습, 그리고 ‘내 집사는 나만 뭐라고 할 수 있다’는 고양이 특유의 마인드가 아주 잘 표현되어 있었다.무엇보다 세계관이 탄탄해서 놀랐다. ‘작은 고양이들의 이야기겠지’ 하고 가볍게 봤다가는 큰 오산이었다. 이 세계의 고양이들은 누구보다 사색적이고, 아량이 넓으며, 보은을 통해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려는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이야기는 천년집사 후보생 앞에 ‘라의 사자들’이라 불리는 아비시니안 고양이 두 마리가 한국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세 명의 후보생들과 라의 사자들을 막으려는 묘한 결사단 사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우리 고양이님이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도 강력한 운명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 맛있는 츄르로 극진히 모셔야겠다고 다짐했다.1편을 보지 않고 2편부터 읽었지만 전혀 문제 없었다. 전작을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개인적으로는 음악실 장면이 가장 웃겼다. 깨고 부수는 능력을 도대체 어디서 갈고닦았나 싶어서 말이다.
『미스터 액괴 나랑 덜어지지 마』는 사랑스럽고 달콤한 표지와 달리, 어딘가 오묘하고 기묘한 분위기의 단편들이 담긴 책이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결을 지녔지만 모두 이상하고 낯설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미스터 액괴 나랑 덜어지지 마>는 사람의 진심을 끌어내는 우주 액괴와 그 감정에 이끌리는 인물의 이야기로, 다정함과 위로가 묻어난다.<내가 사는 피부>에서는 지리산에서 구조된 침팬치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다 갑작스레 죽으며,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오감 포워딩>은 클라이맥스를 사고파는 세계를 그리며,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묘사한다.<벌룬 파이터>는 풍선을 타고 날아온 사람들의 사명을 통해 경계와 이주의 의미를 되묻는다.<나무인간>에서는 사람을 나무처럼 변하게 하는 병이 퍼지고, 그 안에 사회의 시선이 날카롭게 반영된다.기묘한 상상력과 말랑한 감성이 어우러진 단편집으로, 낯설고 오소소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